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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군대리아


군복무 시절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먹는 것'이었다. 생존 본능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으로 달려가 식판을 들고 기다리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꾸기 싫었다. 어쩌다 돈가스ㆍ컵라면 같은 특식이 나올 때면 행복하기까지 했다. 사회에선 거들떠보지도 않던 초코파이조차 죽기 살기로 챙겼다. 고된 훈련과 엄격한 위계질서, 그리고 살벌한 내무생활은 이처럼 사람을 음식 하나 때문에 울고 웃는 '원초적 존재'로 만들었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가 겪은 가장 큰 고통은 가난과 굶주림이었다. 집안의 입을 하나라도 덜기 위해 입대한 젊은이도 있었지만 이들 역시 배고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항상 나오는 꽁보리밥에 명절 때나 볼 수 있는 '소나 돼지가 헤엄치고 지나간 흔적'만 남긴 고깃국을 먹고는 매일 계속되는 훈련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어르신들이 아직도 군대 얘기를 할 때마다 '화장실에서 울면서 빵을 훔쳐 먹었다'는 말을 할까.

△군대 식단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1976년 '1식3찬' 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20년 뒤인 1996년에는 정부미에서 일반미로 바뀌고 반찬도 네 가지로 많아졌다. 급식 다변화도 빠르게 진행됐다. 1982년 7월 햄버거 빵이 시험 급식을 통해 처음 등장했고 1989년 9월에는 고기 패티를 함께 곁들여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춘 햄버거가 전 병력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제 배고픔의 설움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요즘 한 방송사의 병영 관련 예능 프로그램 인기에 힘입어 건빵은 물론 군대식 햄버거인 '군대리아', 전투 식량 등 군대 푸드가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 대형마트에도 입성했다고 한다. 일부는 이를 추억에 기댄 마케팅 덕분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터다. 오히려 젊어서는 온 힘을 다해 경제를 이끌었고 장년이 된 지금도 저성장과 고령화의 짐을 짊어진 우리 아버지들의 한숨이 커졌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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