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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변화하는 군, 국민의 군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


10월1일은 64주년 국군의 날이다. 지난 1950년 10월1일 우리 군이 남침한 북한군에 반격하며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해 시작된 국군의 날은 시대에 따라 기념행사도 변해왔다. 1960년대에는 한강 백사장에서 가을 하늘을 수놓는 에어쇼가 장관이었고 1970년대에는 시청 앞 광장 대로변에서 화려한 오색 꽃가루가 날리는 가운데 진행되는 퍼레이드와 삼군사관학교 체육대회가 볼거리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남북관계와 국제여건 변화에 따라 기념행사의 내용과 규모도 신축적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군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4월의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에 이어 6월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은 군 조직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과 함께 군에 자식을 보내는 부모들에게 많은 걱정을 던져줬다.

개인주의 보완할 '인성교육 장' 조성

일부에서는 매년 2만6,000명의 심리이상자가 입대하고 관심병사가 전체 사병 병력의 20%에 육박하는 게 현실이라며 입대자원 문제를 거론하는가 하면 군 조직문화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지 못한 책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 군이 변화하는 사회문화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그렇다고 연대책임이라는 개념조차 이해가 어려운 20대에 맞춰 군 조직문화를 바꿀 수는 없는 현실적 딜레마를 어찌해야 할까. 반면 최근 병영체험 방송 프로그램이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군대와는 거리가 먼 캐릭터의 연예인들이 군대라는 색다른 환경에서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결코 배울 수도 경험할 수도 없는 전우애, 협동심과 배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거친 환경을 인내와 눈물로 극복하며 체득하는 강한 정신력과 자신감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대가족 안에서 형제자매는 나름의 질서와 예의·서열 속에 조직의식을 체득하는 선행학습 효과 덕에 군대라는 환경에 적응이 용이했다. 하지만 핵가족 환경에서 자란 요즘 젊은이들은 조직보다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졌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군대의 조직문화가 큰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군 조직문화의 핵심가치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개인주의 요소를 수용하는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역점을 둬야 할 점은 군대가 가정이나 학교에서 체득할 수 없는 인성교육의 장이 되도록 환경조성에 나서는 것이다.



분명히 많은 기성세대에게는 젊은 날 스스로를 단련한 군대 경험이 삶에서 어떤 것보다 신통방통한 보약이었으며 좀 더 온전한 인격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몇년 전 필자가 국산훈련기 T-50의 수출을 위해 중동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T-50 구매조건으로 조종훈련과 함께 자군 조종사가 한국 공군 비행대대에서 상당기간 근무경험을 할 기회를 요구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절도 있고 군기가 엄격한 한국군의 조직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감군·병참 민영화로 자원 부족 해결을

이런 관점에서 군대는 전인교육이 실종된 오늘날의 교육여건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과정이며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라고 하겠다.

현재 우리 군은 핵가족화와 출산율 저조로 심각한 병역자원 부족에 직면해 있다. 병역 가용자원 징집률이 90%에 육박하면서 과거와 달리 선별할 여력이 없다 보니 분명히 병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군은 이미 수립했던 병력감축 계획을 더욱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일선 전투 분야가 아닌 군수병참 분야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과감한 민영화를 통해 운영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 유난히 군 사건사고가 많은 2014년 우리 군은 어느 때보다도 시대적 변화의 요구가 많은 국군의 날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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