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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84> '유행어 같은' 세 가지 ② 디자인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나온 이 개념은 직접 물건을 만들고 제작하기 위한 ‘디자인’의 사고 과정을 빌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 총장인 디자이너 존 마에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로트먼 경영대학원장 로저 마틴과 같은 석학들이 미래 패러다임으로 적극 지지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디자인 사고에 반대되는 말은 ‘계획적 사고’(Planning thinking)입니다. 누군가가 환경과 상황의 요구를 읽고, 현상과 이상 사이에 발생하는 차이을 파악한 다음에, 순서별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전략을 세우는 절차와도 비슷합니다. 디자인 사고가 ‘그리면 그 다음에 바로 만드는’ 실행 중심 문제 해결 관점이라면, 계획적 사고는 실행과 전략이 분리된 관점입니다. 그래서 마에다, 마틴과 같은 석학들은 앞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심해질 21세기적 환경에서는 일단 시작하고 보는 디자인적 사고가 의사결정자들의 핵심 원칙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과거에는 디자인의 범주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비즈니스, 서비스들도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우선 서비스 디자인은 2007년 영국의 공공 서비스 정책에 의해 그 개념이 확정됐습니다. 여러 지역사회 주민과 공간을 직접 설계하고 구조화하는 건축가, 그 공간을 꾸미는 디자이너, 그리고 행정가들 등이 토론과 아이디어 공유 과정을 통해 실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시간을 디자인하라’(Design of the Time : DOTT)같은 프로젝트는 디자인적 관점으로 사회 정책 전체를 고치려는 고든 브라운 정부의 관점을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소셜 디자이너’라는 표현을 스스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단어로 사용하기도 했죠.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디자인이라는 말을 일상 전반에서 열심히 쓰고는 있지만, 그 개념으로 인한 결과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는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산출물에 대한 개념도 명확합니다. 가구, 제품, 공간 등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가능한 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동료들의 아이디어, 경쟁 브랜드의 난립 등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는 대상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애를 쓰죠. 그런데 이 ‘디자인’이 보이는 유형의 결과물이 아닌 일상 전반으로 확대될 때에는 그런 모습을 도통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과거 정형화된 개념으로 이름 붙여졌던 일들에서 힘을 빼고 긴장을 줄이는 용도로서만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디자이너는 스케치, 즉 계획하고 구상하는 과정에서부터 프로토타이핑, 실제 산출물을 대변할 만한 시제품을 구성하고 최종 생산하는 전반적인 절차를 머릿속에 입력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연습하면서 스스로를 갈고 닦습니다. 그런데 과연 ‘디자인’이라는 말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취하는 사람들 중에 그 정도 노력을 하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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