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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큰손'만을 위한 보고서

증권사들의 매수 보고서가 투자 경고 신호가 되고 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증권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24일까지 증권사들이 신규 매수를 추천한 94개 종목의 주가는 보고서가 나오기 전 10일간 평균 8.29%, 5일 전에는 5.51% 올랐다. 하지만 이들 종목에 대한 보고서가 나온 후 5일 후엔 0.32%, 10일 후엔 되레 1.3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 104개 종목은 발표 전 10일간 평균 7.18%, 5일간 5.05% 올랐지만 발표일부터 5일 후까진 0.38%, 10일 후엔 1.92% 오르는 데 그쳤다. 그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애널리스트가 뒤늦게 보고서를 썼거나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기 전 몇몇 투자자에게 먼저 알려줬을 경우다. 첫 번째 경우는 애널리스트 능력을 의심해볼 수 있지만 도덕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두 번째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증권업계에선 애널리스트들이 분석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기 전 기관 투자가 등 ‘큰손’에게 먼저 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에게 잘 보여야 주식 주문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회계연도 기준으로 증권사의 매출액 중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이르기 때문에 주문을 많이 하는 투자자의 영향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증권사는 공공성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수익을 많이 주는 쪽에 더 많은 서비스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증권사가 몇몇 ‘큰손’에게 제공하는 더 많은 서비스가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를 담보로 해선 곤란하다. 일반 개인들이 보고서를 보고 주식을 사려고 몰려드는 순간이 ‘큰손’들에겐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애널리스트가 ‘큰손’에게 정보를 먼저 준다는 물증은 없지만 증권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중요한 고객이라고 외치는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준다면 이는 너무 염치 없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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