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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적자, 무리한 환율방어 때문 아닌가

한국은행이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앙은행은 원래 돈 장사하는 곳은 아니다. 돈 장사를 하는 은행의 은행 혹은 정부의 은행으로서 통화신용정책을 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이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에서 수지가 문제가 되는 것은 통화신용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자산운용 수익과 비용개념이 따르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은행의 상반기 중 운영수지는 잠정적으로 약 96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적자는 주로 환율방어와 그로 인한 외환보유액 유지 비용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한은은 원화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미 달러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화로 달러화를 사들이면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서 시중 유동성도 불어나게 돼 통화안정증권을 발행, 이를 흡수해온 것이다. 올 8월 말 기준으로 126조원에 달하는 통안증권이 발행됐다. 올해 8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1,705억달러로 1년 8개월 새 491억달러나 증가하면서 통안증권의 발행도 급증했다. 통안증권의 이자부담이 만만하지않아 올 1~7월에만 3조2,463억원이 지급됐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미국 국채 등 해외국공채에 투자하게 되는데 투자운용수익이 통안증권 이자부담보다 많으면 괜찮으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국제금리 상승세로 미국 국채 등의 가격이 떨어져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다 원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달러를 원화로 평가할 때 발생하는 손실까지 겹쳐 환율방어 비용은 늘어났다. 그래서 95년 이후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2001년에는 4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던 한은이 올해에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한은의 적자는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관리 비용 탓이므로 일반 기업의 적자와는 차원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10년이나 지속된 흑자가 갑자기 무너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달러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화를 계속 사들이는 바람에 외환보유액 규모가 단기외채의 세배를 웃돌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출 채산성 확보를 위해 환율방어가 불가피하다고 하나 수출과 환율의 상관관계가 많이 약화되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중앙은행이 적자를 내면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주게 된다. 게다가 적자가 늘어나 적립금을 모두 소진하게 되면 정부가 보전해야 하는 만큼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무리한 외환시장개입을 자제하고 환율하락을 소폭 용인하는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환율이 소폭 하락하면 수입 물가 억제로 최근의 물가불안 해소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가가 안정돼야 내수도 살아날 것이 아닌가.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안정에 부담이 된다면 적정규모의 자본수지 적자를 용인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환율방어 못지않게 설립 목적인 물가안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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