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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일하고 싶다"

LH 실버사원 채용에 1만9,000여명 몰려 평균경쟁률 9.5대 1<br>전직 중소기업 사장 등 지원자들 이력도 화려

2만명 가까운 신청자가 몰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실버사원 모집은 일자리에 대한 고령층의 갈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사진제공=한국토지주택공사

9.5대1. 대기업 신입사원 경쟁률이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모집하고 있는 실버사원 채용 경쟁률이다. 경쟁자 10명을 제쳐야 월 급여 60만원을 받는 아파트 시설 관리원이 될 수 있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일하고 싶은 욕구는 높은데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다 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다.

LH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지역본부 12곳과 LH 임대아파트 단지 관리소 657곳에서 실버사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2,000명 모집에 1만8,977명이 응시해 평균 9.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지역본부가 평균 17.8대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특히 서초∙강남구권역은 경쟁률이 48.6대1에 달했다.

신청자 연령은 60~64세가 36%로 가장 많았고 이어 65~69세 34%, 70대 29% 순이었다. 80대 이상도 1%나 됐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구직에 나선 이가 190명가량 됐다는 얘기다. 성별로는 남성이 74%, 여성이 26%를 차지했다.

이들 실버사원들은 다음달부터 오는 11월까지 8개월간 LH가 관리하는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시설을 관리하거나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맡게 된다. 월 급여는 60만원이다.

민연기 LH 임대공급운영처 부장은 "60대 이상 고령자들은 겨울철에 낙상 등 안전사고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동절기를 피해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단순 관리직인 LH 실버사원 채용에 2만명 가까운 신청자가 몰린 것은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고령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의 노후준비가 극히 취약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신청자는 "몸은 멀쩡한데 마땅히 일할 곳이 없다"며 "급여는 낮지만 그래도 집에서 놀 수만은 없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청자들의 연령만 빼고 보면 신청자들의 이력은 웬만한 헤드헌터 업체에서도 탐낼 만큼 화려하다는 것이 LH 측의 설명이다.

LH의 한 관계자는 "신청자 중에는 전직 교사나 대기업 임원은 물론 중소기업체 사장 출신도 있다"며 "사회적으로 부러움을 살만한 웬만한 직업군은 다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될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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