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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지원이 '무늬만 벤처' 양산하는 현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2일 정부의 무분별한 지원제도가 '무늬만 벤처기업'을 양산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5년간 벤처기업이 급증했지만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한 벤처는 2.5%에 머무르고 90% 이상의 벤처는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같은 정책자금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으면 오히려 매출이 줄거나 정체한 사례도 적지 않아 벤처지원책이 본연의 기업가정신을 살리기는커녕 벤처거품을 부추기는 폐해마저 빚고 있다고 꼬집었다.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구조에서 성장동력 확충이나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 인증기업이 사상최고치인 2만7,876개에 이를 정도로 남발되다 보면 실력이 없는 창업자들도 벤처 행렬에 뛰어들고 시장의 신뢰를 잃어는 부작용을 빚기 마련이다. 남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당히 베끼고 정부 정책과 코드만 잘 맞추면 굳이 연구개발(R&D)에 신경 쓰지 않아도 매출을 늘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벤처정책은 기존의 퍼주기식 관치행정에서 벗어나 시장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벤처인증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민간 부문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일정한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의 육성책은 지속하되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벤처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제도를 활성화함으로써 시장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절실하다. 벤처인증제도 역시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면 지원 대상에서 졸업시키는 한편 이노비즈기업 같은 유사제도와의 실효성을 따져 중장기적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산업의 뿌리를 키우겠다며 벤처 관련공약을 제시하고 벤처특보까지 임명하는 등 벤처 분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지원제도를 운영하다가는 오히려 벤처다운 벤처를 길러낼 수 없다는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 지원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역동성을 북돋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그래야 벤처생태계는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활짝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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