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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본드 도입 싸고 독일-프랑스 정면충돌

■유로존 위기 고조<br>EU 정상회의서 올랑드 의제상정 확실<br>독일 부담액 최대 37조… 메르켈은 반대 확고<br>내달 프랑스 총선후 논의 본격화할듯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본드(유로존 공동 발행 채권) 도입을 둘러싸고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일대 결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돼 글로벌 금융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선전포고는 프랑스 쪽에서 나왔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은 21일 베를린에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로본드 도입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며 "올랑드 대통령이 모든 유럽 위기 대책을 테이블 위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쇼이블레 장관은 이날 유로본드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스테판 캄페터 재무 차관은 독일 공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재정통합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 한 유로본드를 통한 자금조달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로본드가 유럽 재정위기 해법의 전면에 등장한 이유는 이 대책이 갖는 파괴력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 위기국으로 지목되는 스페인의 경우 현재 10년물 국채 금리가 6%를 넘나들고 있지만 유로본드가 도입될 경우 이보다 훨씬 낮은 4%선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자국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시장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빠르게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넘게 끌어온 유럽 위기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한방'인 셈이다. 그리스 재무장관을 지냈던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당수는 "유로본드는 위기국이 낮은 이자에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8%에 육박한다.

문제는 유로본드가 도입될 경우 역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가장 큰 빚 보증인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재정위기의 불똥이 알프스산맥을 넘어 엉뚱한 독일 쪽으로 옮겨 붙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10년물 기준 1.4% 수준으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는 독일 국채 금리가 뛰어오르면서(국채 값 하락) 국가 재정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이날 분석했다.



독일 재무부는 지난해 유로본드가 도입될 경우 독일의 추가 부담액이 장기적으로 매년 최대 250억유로(37조2,000억원)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메르켈 총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일단 정세는 올랑드 대통령 쪽으로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상임의장은 "유럽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어떤 금기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날 EU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강조했다. 또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취임 전부터 유로본드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다만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유로본드가 도입되려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24시간 내에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해 미묘한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일단 발등의 불부터 끄고 장기적인 해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IIF)는 이날 스페인 은행의 대출 손실이 최대 2,600억유로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혀 스페인 위기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스페인에서 급변 사태가 일어날 경우 전체 1조5,500억유로의 은행 예금 중 4,700억유로가 일시에 인출되는 초대형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이날 지적했다.

긴박한 유럽 상황과 별개로 독일은 유로본드 도입 논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와 관련해 "메르켈 총리가 오는 6월10ㆍ17일 열리는 프랑스 총선 결과를 지켜본 뒤 유로본드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이날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23일 정상회의에서 당장 뚜렷한 합의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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