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출간돼 아직까지도 널리 읽히는 철학 입문서 '철학과 굴뚝청소부'의 저자인 이진경이 이번에는 자유를 이야기 한다. 고통과 기쁨, 타인과 맺는 관계, 단단히 믿고 있는 자아의 편향성, 때로는 내 것이 아닌 욕망 등에 휘둘리는 삶에서 과연 우리가 자유로운가를 묻는다. 스스로 원한다고, 혹은 원래 그렇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모두 내 것인지를.
이를 테면 일곱번째 강의 '사랑과 자유'. 사랑은 안온하게 반복되던 삶의 궤도를 흐트린다. 갑작스런 충동, 끝없는 매혹은 일상의 중심추를 전에 없이 한 곳으로 기울게 만든다. 저자는 이 '사건'을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생각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하지 않던 짓을 하기 시작하게 한다. 휘말림을 통해 비로소 나를 벗어난다. … 그와 더불어 체험했던 세계는 그 체험 속에서 내게 밀려들어왔던 것들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모두 미치지 않는다. 연인들이 힘든 것은 사랑이 찾아오는 시점과 얼마만큼 절실해지느냐 차이에도 있다. 연애라는 게임에서 언제나 지는 쪽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사랑이라는 '사건'에서는 다르다… "지지 않는 사랑이란 매혹 없는 사랑이다. 타자성의 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랑이다. 이기는 자는 사람을 얻기 위해 사랑을 잃지만, 지는 자는 사랑을 얻기 위해 자아를 잃는다. 고통을 얻는다"
이 책은 문학동네가 내놓고 있는 '우리 시대의 명강의' 시리즈 다섯번째 책으로, 지난 4~9월 매주 출판사의 네이버 카페에 연재된 글을 모았다. 어깨에 힘 배고 '작은 용기를 선동'하는 스무편의 철학 에세이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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