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라는 분야는 설계에서 감리까지 모든 과정을 꼼꼼히 살펴야하는 치밀함이 요구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자체장으로서의 역할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2012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올해의 건축문화인' 상을 받은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건축사 출신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컸다"며 "도시계획, 조경, 건설 등은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도시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느리더라도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는 수많은 궁궐과 한옥 등 전통 문화 유산이 산재해 있고 동시에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의 중심지다. 그렇기 때문에 종로구청장은 어느 한 쪽에 편향될 경우 수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구청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종로와 강남은 다르다"며 "반드시 개발해야 할 곳은 최첨단으로 개발하고 지켜야 할 곳은 지켜가면서 주민이 사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취임 직후 디자인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도시공간예술위원회를 만들었다. 역사와 문화 도시라는 종로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이 곳에서 종로구의 도시 디자인 계획을 수립하고 도시구조물과 가로시설물 디자인을 심의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종로라는 곳은 안전하고 편리하고 아름다우며 생각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며 "좋은 건축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풍요롭게 하는 만큼 항상 고민하며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바로 지난해 7월 준공식을 개최했던 '진경 산수화 속 수성동 계곡 복원'이다. 그는 인왕상 조망권을 해치는 옥인시범아파트 등을 철거하고 인왕산 연결녹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수성동 계곡의 옛 모습을 복원하기로 했다.
김 구청장은 "수성동 계곡은 이미 서울시 기념물로 지정된 상황"이라며 "인왕상과 서울성곽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역사경관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구청장이 최근 관심을 갖는 것은 도시농업이다. 이미 종로구청의 옥상에는 텃밭과 정원을 꾸며놨다. 김 구청장은 앞으로 단순한 옥상녹화 사업에서 더 발전된 도시 농업의 확산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는 "옥상에 텃밭을 조성하면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 등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관련 제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종로구에서라도 이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민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전통문화를 보존하며 도심을 재생하는 일이 실제 생활에서는 불편하고 손해로 나타나기도 하겠지만 결국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전통문화의 거리인 인사동의 경우 외국 문화에 계속 장악당하면 언젠가는 공멸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결국 우리에게 이익이 될 만큼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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