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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부개혁·사회 불평등 개선 강조… '행동하는 교황'

■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자 출세지상주의 강력 비판… 바티칸은행 돈세탁 등 환부에 칼

자본주의 체제 모순 잇단 지적에 '마르크스주의자'라 비난 받기도

교황의 16일 ''시복 미사'' 제의. /사진제공=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18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제의가 10일 공개됐다. 피·성령을 뜻하는 홍색과 환희를 상징하는 백색으로 각각 제작됐다. /사진제공=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일어나, 비추어라!(이사야 60,1). 예루살렘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한 이 말씀과 함께, 저는 여러분에게 나아갑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이 당신 빛을 기쁘게 받고,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 찬 삶으로, 복음의 기쁨으로 가득 찬 삶으로,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도록 초대하십니다." (지난 8일 저녁 발표된 교황 영상메시지 중)

드디어 사흘 후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14~18일 닷새 일정으로 한국 땅을 밟는다. 굳이 가톨릭 신도가 아니더라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를 외치는 교황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는 높다. 반면 신임 교황의 신념과 가치에 대한 이해는 피상적인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에만 40여권의 관련 서적이 발간됐지만, 주로 검소하고 소탈한 일상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아낌없는 호의들로 기억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부르는 애칭 '파파'도 좋지만, 더불어 기억할 것은 교황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두 가지 교회 내부개혁과 자본주의 체제 아래 불평등 개선이다.

◇교회의 직무는 권력이 아니라 봉사=지난해 3월 13일 새 교황 프란치스코는 자신을 '로마의 주교'라고 낮추며 "주교인 제가 여러분을 축복하기 전에 주님께서 저에게 축복하시도록 여러분이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청했다. 추기경단을 만나면서 예전 교황과 달리 단에서 내려와 한 명씩 안아주며 순명서약을 받았다.

파격적인 행보는 계속됐다. 만찬 장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갈 때도 미니버스로 추기경들과 함께 이동했다. 지금도 전용 리무진 대신 오래된 소형차를 몰거나, 버스·지하철 이용도 즐긴다. 10여년전 추기경 서임 때도 전임 추기경의 옷을 고쳐 입었던 것처럼 계속 이어온 그의 방식이다.

그런 그가 교회 내부의 관료주의와 부패에 어떻게 생각할 지는 뻔한 일. 즉위 직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바티칸은행의 돈세탁 등 모두가 쉽게 말하지 못한 환부에 칼을 들이댔다.

각국 추기경 8명을 선정해 교회 개혁방안을 연구하게 했고, 바티칸 재정과 행정구조 등을 개혁하기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추진하고 있다. 얼마지 않아 주교관 수리에 우리돈으로 450억원을 쓴 독일 주교가 사임하기도 했다. 바티칸은행은 2차례 검찰조사를 받았고, 금융감독기구 이사 전원이 외부인사로 바뀌고 외국인 은행장이 임명됐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부터 줄곧 교회 안의 '출세지상주의'를 비판해왔다. 종교지도자들이 '일시적인 권력'을 제 앞에 내세우는 것이 위험하다는 경고다. "가톨릭교회 안에 과거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권력의 순환은 인간적 상화에 따른 결과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가면, 봉사하기 위해 선택된 자가 아닌, 원하는 대로 살겠노라고 마음먹은 자가 되어버립니다." ('천국과 지상' p204)

◇교황은 마르크스주의자?=지난해 연말 발간된 교황의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담겨있었다. 그간 교황의 파격 행보에 비판적이었던 세력은 입을 모아 "교황은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과도한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낳고 이는 사회를 해친다는 것. "복지 계획은 일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지만 임시적 방편일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가 시장의 절대적 자유와 자본 투기를 막고, 불평등을 야기하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급진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에 닥친 어떤 문제에 대한 해법도 찾지 못할 것이다. 불평등은 사회악의 뿌리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복음의 기쁨) p185 202항)

교황의 반응은 더 멀리 가 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나는 인생에서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을 만나 왔다.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고 그 만남이 불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의 저자 한상봉 씨는 "책 속 대부분의 내용은 사회교리에서 역대 교황들이 다룬 내용"이라며 의미를 제한한다. "교황은 상대방이 공산주의자라 해도 그 안에서 '이데올로기'를 보지 않고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사람'을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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