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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5㎞ 25시간 무착륙 비행 성공

태양·2차전지·날개 설계 핵심기술 확보<br>성층권서 수개월 동안 체공하며 생태계 감시·지상관측 수행 목표<br>항우연 내년 차세대 무인기 제작… 2015년 20㎞ 성층권 비행 도전

안석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팀이 개발한 전기 무인항공기 EAV-2H가 고도 5km에서 시험비행에 나서 창공을 가르며 날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은 앞다퉈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불리는 자동차나 산업계에 집중됐던 규제가 항공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항공 분야의 CO₂ 배출량은 전체의 2~3% 수준에 불과하지만 높은 고도에서 대기에 직접 배출되는 만큼 오존층 파괴와 같이 실질적인 환경 피해는 결코 적지 않다. 항공우주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의 경우 이 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항공산업의 친환경성을 강화하기 위해 '클린 스카이' 등의 프로젝트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대기와 해양 모니터링, 산불·국경감시 등을 위해 고도 20㎞ 정도의 성층권에서 장기간 체공하는 일명 고고도 장기체공(HALE·High Altitude Long Endurance) 전기동력 무인항공기(EAV)와 관련해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성층권은 대류권의 상층으로 지상 약 20㎞부터 80㎞에 이르는 범위를 일컫는다. 성층권에서는 온도는 -50도 정도며 구름과 기류가 거의 없다. 이 같은 고고도 무인기는 기본적으로 성층권의 극한환경을 견뎌낼 내구성과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여기에 더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추진 시스템 개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

특히 관련 업계는 이 난제를 풀 해법으로 태양전지와 전기모터, 배터리를 채용한 전기동력 무인기를 꼽는다. 전기 무인기는 전기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를 포함해 그 어떤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석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술실 박사는 "친환경 전기 추진시스템을 항공기에 적용하는 기술은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우리나라가 미래 항공교통 시스템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안 박사는 이어 "항공기 전기추진 시스템은 1조달러가 넘는 자동차 시장에 육박하는 거대산업으로 성장이 예상된다"며 "태양전지와 배터리의 효율 향상과 더불어 성층권의 극한환경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고효율 모터,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며 높은 추력을 내는 프로펠러 기술 등에 다각적 연구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전기 무인기는 국가적·사회적·산업적 활용도가 탁월하다. 고고도에서 대기 상태와 해양 생태계 오염을 감시·모니터링할 수 있고 연안 지역 경비와 산불 감시에도 효율성이 높아 국가안보와 재난대응능력 향상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24시간 끊임없이 실시간 영상정보 취득이 가능한 덕분에 경제적 부가가치도 누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영상정보 기반 공간정보산업 시장 규모가 연간 40%의 성장을 하면서 오는 2015년에는 45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 박사는 "무인기는 위성보다 낮은 고도에서 운용돼 30㎝ 이하의 목표물을 정밀 식별할 수 있고 통신지연도 없다는 게 장점"이라며 "환경 재난과 핵위험, 테러 위협, 지역분쟁 위험에 대한 실시간 감시·관측 데이터를 분석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항우연이 지난 2010년부터 연료전지와 태양전지, 2차전지를 탑재한 EAV를 제작해 시험비행을 해오고 있다. 항우연은 이미 2000년대 초 성층권 무인 비행선을 개발해 전기추진 방식으로 3㎞의 고도에서 3시간 체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며 2005년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무인기 '두루미'로 고도 3㎞, 10시간 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2011년에는 EAV1 모델이 국내 무인기 최장시간인 고도 3㎞에서 4시간 30분 동안 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태양전지 일체형 복합재 날개 설계·제작기술과 연료전지·태양전지·2차전지의 하이브리드 전원·추진기술, 자동 이·착륙, 강건한 비선형 알고리즘 기술 등 HALE를 구현할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항우연의 전기 무인기 EAV-2H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비행고도가 지상 5㎞에 도달했고 만 하루를 넘는 25시간 40분간의 무착륙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항우연에 따르면 EAV-2H는 10월12일 오후10시30분 전남 고흥항공우주센터에서 이륙, 14일 오전12시10분께 무사히 착륙했다.



안 박사는 "전기 무인항공기의 경우 주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전기가 제트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장시간 비행과 빠른 속도를 내기 어렵다"면서 "EAV-2H는 실용화를 위해 군사용 등 특수제작용이 아닌 일반 태양전지와 이차전지를 채용했다"고 말했다.

햇빛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태양전지 항공기의 경우 태양이 뜨지 않는 시간에 이뤄지는 야간비행은 태양전지와 배터리의 효율은 물론 항공기와 시스템의 설계 전반에 있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25시간 40분이라는 시간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한편 EAV-2H는 전폭 11m, 중량이 20㎏의 초경량 전기 무인기로 고강도 경량 소재인 탄소복합재로 동체를 제작했고 주날개 위에 비결정질 태양전지를 부착했다. 또한 첨단비행 제어 컴퓨터와 지상 관제 장비를 활용해 자동비행이 가능하다.

일반 항공기가 도달할 수 없는 성층권에서 수주일~수개월간 체공하며 지상 관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전기 HALE 무인기 개발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 EAV-2H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EAV-3를 설계 중이다. EAV-3는 EAV-2H의 2배 정도인 20m의 전폭과 50㎏의 중량으로 설계됐으며 동력원은 태양전지와 리튬이온전지가 채용된다. 연구팀은 내년 상반기 시제품 제작을 마치고 하반기 비행성능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20㎞ 고도의 성층권 비행에 도전할 계획이다.

안 박사는 "현재 기상청 등 정부부처에서 무인 전기항공기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는 등 앞으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5년 성층권 비행에 성공한 뒤 정부 및 민간기업과 협력해 실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외에 유인항공기를 무인 로봇화하는 시스템 개발에도 연구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시스템은 국내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항공부품을 실제 비행조건에서 시험할 수 있는 무인기 기반의 정밀비행시험 기술로 항우연은 현재 3기의 테스트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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