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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외도 끝 소설 '나쁜 봄'으로 돌아온 심상대

"절충으로 점철된 것이 삶 유토피아는 불가능하죠"


500여년 외부와 단절 가운데마을 공동체 유지 위해 개인 감성 억압

분출 안된 욕구는 '광증'으로 폭발

미스터리·판타지 섞은 장르소설로 정체성 없애는 모순된 이상향 그려


물산이 풍족하고 미남미녀가 150살 넘게 장수하는 '이상향' 가운데마을, 500여년 외부와 단절된 채 잘 지내왔지만, 근친혼이 이어지며 불임이 문제로 떠오른다. 그렇게 1,000명 남짓 마을에 해마다 7명 정도인 신생아는 공동의 아이로 키워진다. 그리고 혈통에 대한 의식과 호칭, 개인적 감정·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금기가 된다.

하지만 억압 속 분출되지 못한 욕구는 매년 봄 '광증'으로 드러난다. 갑자기 누군가 온 마을 사람의 발을 씻어주거나 종말론을 말하고, 보지도 못한 바다를 찾아 나선다. 마을은 해마다 이 광증 환자를 남녀 하나씩 '시범 케이스'로 태워 죽이며 질서를 다잡지만, 올 봄에는 마을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 부부가 살해되며 혼란에 빠진다.

소설가 심상대(55·사진)가 첫 장르소설 '나쁜 봄'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현대문학상·김유정문학상 수상 이력에 여섯 권의 순문학 소설집을 내놓은 등단 26년차 작가는 뜻밖에 미스터리와 판타지를 뒤섞은 장르를 선택했다. 10여년 정치권 활동 끝 돌아온 '탕아'로서 의도된 변신일까.

"문학하는 사람들은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작가를 사람 취급 안하죠. 솔직히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는 절박함과 '깡'으로 썼습니다. 네이버에선 장르소설 연재를 주문했고, 그래서 동아시아 인류의 꿈인 무릉도원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를 공언했죠. 기획에서 탈고까지 꼭 5달. 온라인에 연재됐던 장르물이 순문학 출판사에서 나오는 것은 잘 없는 일이죠."



고립된 이상향이지만 말이 통해야 하니, 마을 설립은 한글 창제 이후인 550여년 전이 됐다. 감자·담배가 필요하니 병자호란 때 일부 인구가 유입되고, 기술적인 충격을 위해 6·25 전쟁 때 또 이방인이 들어온다. 이 마을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건 고립된 이상향에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공동체 유지에는 집단적인 이성이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감성과 개성을 얼마나 존중할 것인가 역시 중요해집니다. 자유민주주의로 뭉뚱그려지지만, 자유·민주가 대립되는 것과 같습니다. 삶은 반듯하기 보단 온통 절충으로 가득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유토피아 따위는 불가능해요. 그러니 이런 이상향에서도 은둔하는 사람이 나오죠."

더구나 개인적 욕망을 억압하고 심지어 '이름'까지 없애는 사회다. 소설의 주 무대인 가운데마을에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 과거의 시간에 '이름'을 부여하는 역사와 기록사관의 역할은 막중하다. 다소 모순적 설정이 아닐까.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기록에 바탕한 질서가 중요하지만, 혈통을 확인하는 순간 그렇게 지켜온 질서가 깨집니다. 이름은 바로 정체성, 스스로를 규명하는 철학의 문제죠. '너는 누구냐' '네 애비가 누구냐' 하는 것은 인류의 영원하고도 심오한 질문입니다. 이 갈등이 주인공 금잠과 살해당한 도서관장으로 나타나는 거죠."

모처럼 책이 나온 만큼 차기작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다음에도 장르 소설일까. 작가는 그보다 절판된 책 14권을 정리해 온라인으로 선보이고, 미발표작 장편 3권과 소설집 2권을 내년까지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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