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환경위원회가 유럽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대폭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파이낸셜뉴스(FT)가 2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BMW, 포르쉐 등 자동차업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날 유럽의회 환경위원회가 표결을 거쳐 채택한 법률안에 따르면 오는 2012년부터 생산되는 신차는 1킬로미터를 주행할 때마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130그램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이는 현재 기준(킬로미터당 158그램)보다 24%나 강화된 것으로 2020년까지는 95그램까지 추가로 낮춰야 한다. 이를 어겼을 경우 초과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1 그램 당 139달러(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배출가스 규제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왔다. 이들은 자동차 생산 사이클을 감안할 때 2012년 시한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벌금이 과도해 자동차업계의 이익이 감소하고 감원 등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자동차 업계는 귀도 사코니와 마틴 캘라논 등 유럽의회의 영향력 있는 의원들을 설득, 규제 적용 시기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벌금도 50유로로 낮추는 내용의 수정안을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또 몇몇 자동차 브랜드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의 반발로 수정안 대신 유럽위원회가 마련한 원안이 통과되면서 자동차 업계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유럽의회 의원인 크리드 데이비스는 "이번 표결로 위원회를 설득해 온실가스 규제를 후퇴시키려던 자동차 업계 로비스트들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유럽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 초안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항목에 타이어 등을 포함돼 있어 저마찰 타이어 등 친환경 기술 혁신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안을 냈던 귀도 사코니 의원은 "중요한 것을 허섭스레기와 함께 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올해 말 의회총회와 유럽연합 국가들의 승인을 얻으려면 환경론자들이 수정안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의 아이븐 호닥 사무총장은 "의회가 우리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기준을 제시했다.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최근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한 유럽 경제에 나쁜 소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27개국 대표로 구성된 유럽위원회와 협의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대형 자동차 업체를 보유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려 들 경우 온실가스 규제에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 자국의 자동차 업체를 대신해 싸울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유럽연합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핵심 인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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