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피말리는 연장에도 옅은 미소… 강철 멘털 되찾았다

리디아 고 스윙잉스커츠클래식 연장 역전 우승

ANA 인스퍼레이션 졸전 극복하고 침착·정교함 회복

메이저급 대회서 최연소 메이저챔프 프레슬 꺾고 우승

상금·선수포인트 1위자리도 탈환… 만18세 성인식 자축


'샌프란시스코의 진정한 거인은 메이저리그 야구팀이 아니라 리디아 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올 시즌 서부지구 꼴찌에 머무는 가운데 리디아 고(18·뉴질랜드)는 2년 연속 샌프란시스코에서 의미가 각별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가 완벽한 성인식을 치렀다. 슬럼프 우려를 딛고 메이저대회 분위기가 물씬 풍긴 경기에서 우승, 생애 첫 메이저 우승도 머지않았음을 증명했다.

리디아 고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레이크 머세드GC(파72·6,507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역전 우승했다. 선두와 3타 차 단독 4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아 우승이 쉽지 않아 보였으나 최종합계 8언더파로 동타를 만든 뒤 연장 끝에 우승상금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를 챙겼다. 10개 대회를 치른 올 시즌 한국(계) 선수 승수는 8승으로 늘었다.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갔으니 분명 접전이었지만 리디아 고의 표정과 말투는 여유롭기만 했다. 올 2월 최연소 세계 1위에 등극한 뒤 대회를 치를수록 리디아 고에게서는 베테랑의 면모가 엿보인다. 모건 프레슬(미국)에게 1타 뒤진 마지막 18번홀(파5·532야드)에서 2.5m '동점 적시 버디'를 잡을 때도, 같은 홀 2차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이 까다로운 자리에 떨어졌을 때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94야드 거리의 오르막 라이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핀 1.5m에 절묘하게 붙인 순간이나 우승 뒤 인터뷰 때도 리디아 고는 옅은 미소만 흘릴 뿐이었다. 그는 "18번홀을 세 번이나 치니까 자신감이 좀 생겼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메이저 우승에 대한 질문에는 "메이저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프레슬 앞 조에서 먼저 정규 18홀을 마친 리디아 고는 곧장 연습 그린에서 퍼트를 점검했다. 연장 첫 홀에서는 파로 비겼으나 2차 연장 버디 퍼트는 놓치지 않았다.



리디아 고는 3주 전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을 망쳤다. 올 시즌 6개 출전 대회에서 공동 7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가 이 대회에서 3오버파 공동 51위를 했다. 연속 언더파 기록이 29라운드에서 깨졌고 연속 톱10 기록도 멈춰 첫 고비를 맞은 듯 보였다. 1개 대회를 쉬고 다시 필드에 선 리디아 고는 그러나 정교한 드라이버 샷(페어웨이 안착률 82.1%)과 퍼트(라운드당 평균 28.25개)로 한 번도 오버파 스코어를 적지 않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3라운드 단독 선두 신예 브룩 헨더슨(18·캐나다)과 7년째 우승이 없는 프레슬이 극도의 압박감 탓인지 이날 각각 2오버파, 이븐파를 적은 가운데 리디아 고는 버디 6개에 보기 4개로 2타를 줄였다. 첫 두 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었지만 금세 잊고 버디 퍼레이드를 펼치는 등 '강철 멘털'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15번홀(파3)에서의 절묘한 12m 버디 퍼트 성공이 결정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와의 인연이 리디아 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이곳에서 리디아 고는 LPGA 투어 정식 데뷔 후 첫 승을 올렸다. 마지막 날 마지막 홀 버디로 1타 차 우승. 대회 기간 생일(4월24일)이 겹쳐 갤러리들에게 생일축하 노래도 들었다. 미국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세계 100인'에 뽑힌 것 역시 이 대회 우승 날짜와 겹쳤다. 첫 승이 얼마나 짜릿했던지 손목에 우승 날짜를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올해도 대회 기간 생일을 맞았다. 2라운드에 갤러리들은 생일 케이크까지 준비했다. 올해 만 18세로 뉴질랜드 법률상 성년이 된 리디아 고로서는 시즌 2승이자 LPGA 투어 통산 7승으로 성년을 자축한 셈이다.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킨 그는 김세영(22·미래에셋)에게서 상금 1위(90만8,000달러)와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도 되찾았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20위 내 선수 중 19명이 출전했다. 메이저대회 코스 못지않게 전장이 긴 데다 그린도 딱딱했다. 리디아 고는 '메이저급' 대회에서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 프레슬을 꺾고 우승한 것이다. 프레슬은 18세10개월9일이던 2007년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대회)에서 우승했다. 리디아 고가 올해 안에 메이저를 제패한다면 프레슬을 넘어 최연소 신기록을 쓴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개막은 오는 6월. 이날 2차 연장에서 3m 버디 퍼트를 놓친 프레슬은 "리디아 고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