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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10일] 누구를 위한 반대인가

9일 오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서울사립중고교장 협의회 정기총회. 이날 총회에 참석한 100여명의 교장들은 학교 직영급식에 대한 건의서를 내고 '모든 학교 급식을 학교장 직영으로 전환하라는 학교급식법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협의회 회장인 윤남훈 정의여고 교장은 "급식 직원 채용 때 발생하는 월급 지급을 보장할 수 없고 종사원들의 노조 결성이나 파업으로 학습 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직영급식으로 전환될 경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논의가 진행될수록 '누구를 위한 반대'인지 의문이 커졌다. '급식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하면 교장들이 직접 교섭해야 한다' '2년 이상 고용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직영급식을 하면 안 되는 이유 가운데 학생 건강이나 위생 문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었기 때문. 오히려 '직영 전환의 문제점'을 알리러 나왔다는 한 노무사는 "불가피한 이유로 임금이 체불되면 평생 존경받으며 살아온 교장들이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내뱉었다. 당초 정부는 수도권 일대 학교에서 급식으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자 '급식 운영의 위생을 제고하고 학생 건강을 챙긴다'는 목적으로 오는 2010년부터 위탁급식을 학교장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는 '학교장이 급식업무에 치중하면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진다' '학교장은 책임만 지고 권리가 없는 문제를 안게 된다'는 이유로 직영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직영급식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급식 위생사고가 덜 발생하고 더욱 깨끗한 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교장들의 반대를 '자기 이익을 위한 반대'라고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다. 그러나 급식 문제의 중심이 돼야 할, 그리고 교장들이 대변해야 할 학생들을 위한 목소리는 이날 총회에서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배가 고프니 밥 먹고 이야기하자'며 논의를 싹둑 잘라버렸던 교장들에게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반대입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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