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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두 여인 김영주·이영미

마성 캐릭터로 무대 휘어잡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헤롯왕 역을 맡은 김영주(왼쪽)와 마리아 역의 이영미. /송은석기자

● 김영주

"여자 헤롯, 거절할수 없는 배역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짧은 메인장면 한 신 위해 최선"

● 이영미

"관객들 시선은 지저스에 쏠려 마리아 존재감 각인에 집중

첫 등장과 마지막 가장 힘들어"


수난을 당한 지저스도, 그를 배반한 유다도 아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 없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이하 지크슈)'는 상상할 수 없다. 각각 지저스를 죽이려는 자 '헤롯 왕'과 지키려는 자 '막달라 마리아'를 연기하는 김영주·이영미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화려한 고음으로 무장한 남자 배우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 작품에서 자신만의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비중은 적지만, 이 작품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헤롯과 마리아죠." 두 사람에게 비중은 애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 그것이면 충분했다.



김영주는 전 세계 지크슈를 통틀어 헤롯을 연기하는 최초의 여배우다. 상업 뮤지컬 무대에서 헤롯은 당연히 남자배우의 몫이었다. "처음 캐스팅 전화를 받고 많이 당황했죠. 그러다가 '이거 정말 재미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전할 게 있는 작품은 정말 설레거든요."

이영미에게도 마리아는 임신·출산이라는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배역'이었다. 헤드윅의 이츠학(헤드윅의 남편),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창녀) 같이 그동안 해 온 개성 강한 역할과 달리 모성·애정이 강조된 새로운 감정선을 경험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결국, 출산 3개월 만에 그녀는 무대로 돌아왔다. "학생 때 마리아의 넘버인 '아이 돈 노 하우투 러브 힘(I don't know how to love him)'의 아름다운 가사에 반해 노래를 입에 달고 지냈어요. 비중을 떠나 너무도 매력적인 배역이었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죠."

도전의 또 다른 말은 고통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온전한 내 것으로 펼쳐내는 일은 매일 매일의 과제다. "헤롯은 메인 장면이 한 개뿐이에요. 제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선 짧은 한 신(scene)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해요. 부족한 점을 만회할 기회가 없으니까요." 김영주는 '헤롯 여왕'이 아닌 '헤롯 왕'에 다가가기 위해 몸짓이나 리듬, 화법 등 목표를 매일 하나씩 정해 성격을 구축해 나갔다. '재미있는 왕'이면서 무거운 작품 분위기도 환기하는, 적절한 완급 조절도 신경 써야 했다.

마리아는 헤롯과 달리 비교적 긴 호흡으로 작품에 등장하지만, 그렇기에 존재를 각인시키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관객의 시선은 그녀가 함께하는 지저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 "등장과 함께 제대로 역할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 누구도 마리아의 감정선을 따라오지 않아요. 지저스의 죽음과 부활을 계기로 나타나는 천한 여인의 변화와 강인함도 휘발되는 거죠. 그래서 첫 등장과 마지막 장면이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어요."

지크슈로 처음 작업을 함께한다는 두 배우는 서로의 연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영미는 원 캐스트로 헤롯을 소화하는 김영주를 향해 "자칫 배우가 일수 찍듯 기계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지만, 영주 언니는 본인에게 엄청난 채찍질을 한다"며 "늘 다른 모습으로, 관객 입장에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연기하는 게 대단하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김영주도 동생을 향해 애정 어린 한 마디를 보탰다. "지크슈는 남자배우가 고음의 노래와 싸우는 작품이잖아요(웃음). 그 속에서 무대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게 바로 영미의 음색이에요. 대기할 때마다 모니터를 보며 감동 받죠."

그녀들 말마따나 극 중 헤롯과 마리아는 "비중만 놓고 보면 카메오·엑스트라"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무나 할 수 없는 배역이 헤롯과 마리아다. 매 공연 남주인공 못지않은 환호와 박수가 그들을 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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