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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부동산정책의 '에어포켓'

부동산부 이정배 차장

순항하던 비행기가 수직기류를 만나 갑자기 동요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에어포켓(air pocket)’이라고 한다. 지상에서 이륙한 후 안전하게 활강하던 비행기가 난기류에 휩싸일 경우 갑자기 고도가 떨어지거나 순간적인 동요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2년간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각종 규제책을 쏟아냈다.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등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열풍처럼 번지던 부동산 투기수요가 잠잠해졌다. 비록 신행정수도 후보지 발표, 공공기관 지방이전, 뉴타운 개발 등 부동산 투기를 불러일으킬 잠재적 불안요인이 여전히 있지만 올들어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시장의 안정으로 순항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난기류가 발생하면서 부동산시장에 ‘에어포켓’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수출호황과 달리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부동산시장의 침체라는 분석이 난기류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달 주택 및 토지 투기지역 가운데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에 대해 투기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잘나가던 수출도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내년에는 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경고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투기지역 해제 방침이 경기침체를 감안할 때 불가피하고 어쩔 수 없다는 점에서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자칫 투기지역 해제가 겨우 잡았던 부동산 투기열풍을 되살아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 토지투기지역이 해제될 경우 이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수요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이 다른 분야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는 점에서 역대 정권은 전가의 보도처럼 경기회복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부동산 과열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이 워낙 커 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노무현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해 부동산을 경기회복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정부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위기라는 점에서 내수회복을 위해 부동산 안정책을 불가피하게 수정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투기지역 해제가 불러일으킬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시행시기와 대상지역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비행기 조종사가 에어포켓 현상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비행기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안정대책이 내수침체라는 난기류에 휩싸이며 무너질 경우 전국에 또다시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한국경제는 자산 거품으로 끝없는 추락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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