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도쿄돔시티에 있는 도쿄 JBC홀에서는 한국의 케이블채널 엠넷이 세 번이나 호명됐다. 일본 최대 상업위성방송인 스카이퍼펙트TV가 주최하는 '스카파 어워드 2010'의 시상식이 열리는 가운데 엠넷재팬이 대상과 한류상, 그리고 고화질(HD)상 등 세 부문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스카파 어워드는 일본에서는 드물게 방송 콘텐츠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상이다. 이날 시상대에 오른 배형찬(53ㆍ사진) CJ미디어 재팬대표는 16일 인터뷰를 통해 "콘텐츠산업이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현지화가 관건"이라며 "일본 현지화를 통해 한국 콘텐츠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키워나가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수상작은 6월 고인이 된 한류 스타 고(姑) 박용하씨가 아프리카 차드 지역에서 펼친 봉사활동 과정을 밀착취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이노센트 월드, 박용하 아프리카 여행'이다. 그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았던 박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관심이 높았던 작품으로 특히 자체제작한 프로그램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며 "시청자들이 500만엔의 성금을 모아 아프리카 차드 지역 학교 건설을 위해 내놓는 등 일본에서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소녀시대ㆍ카라 등 걸그룹을 중심으로 다시 불붙고 있는 일본의 한류 열풍이 힘을 받기까지는 엠넷재팬을 통한 한국 방송 콘텐츠가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배 대표는 그동안 꾸준하게 소개된 한국의 대중문화가 K팝으로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당분간 한류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일부 에이전트의 낙후된 비즈니스 행태로 과거에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사업 패턴도 경쟁력을 갖춰 일본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며 "또 과거에는 중장년층 드라마 팬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K팝으로 확대되면서 콘텐츠의 다양성에 힘입어 팬들의 연령층도 20~30대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CJ미디어 해외 진출전략의 일환으로 2006년 일본의 채널사업자(PP)로 진출한 엠넷재팬은 '한국의 풍부한 콘텐츠를 일본에 알리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국내 방송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배 대표는 "2002년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으로 엠넷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지금까지 인지도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채널사업자로서 기반을 잡는 데 전력질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편성해온 기존의 전략을 수정해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는 것. 그는 "일본 시청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일본 현지인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채널 현지화를 위해 자체제작 편성비율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엠넷재팬은 올해 25%에 머물렀던 자체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내년에는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는 "엠넷 채널 하나로는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내기가 어렵다"며 "내년에는 새로운 채널을 추가해 현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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