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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5월20일] 아지노모토


도쿄제국대학 이케다 교수는 다시마를 끓이고 또 끓였다. 성분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끝없는 실험 끝에 인공조미료 제조에 성공한 그는 스즈키제약소와 손잡고 1909년 5월20일 ‘아지노모토(味の素)’라는 신제품을 내놓았다. 세계 최초로 등장한 인공조미료는 ‘뱀을 재료로 쓴다’는 루머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퍼졌다. 주부들의 호응 덕이다. 식민지 조선에서도 ‘이씨 왕가도 애용한다’는 대대적인 광고를 타고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 대일무역이 끊긴 광복 직후에는 고가의 밀수 아지노모토가 돌아다녔다. 조미료를 ‘아지노모토’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지노모토는 국경을 넘으며 숱한 ‘전쟁’을 낳았다. 동화화성공업(대상그룹의 전신)이 1956년 국산화한 ‘미원’도 한때 상표권 침해 소송에 걸렸다. 미원을 일본식인 ‘味の元’으로 변형하면 ‘아지노모토’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개발연대에 벌어진 미원과 미풍의 시장쟁탈전은 ‘조미료 전쟁’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의 미원이 일본의 아지노모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던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지노모토가 돼지고기를 원료로 사용해 회교도를 격분시키며 외교분쟁까지 낳았다. 한일 양국의 조미료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가격담합 행위로 적발된 적도 있다. 가장 큰 전쟁은 유해성 논란. 주원료인 MSG가 건강을 해친다는 논쟁 속에 최근에는 전통미각 상실의 주범으로 꼽히며 가정에서의 사용은 급감했으나 음식점 등에서는 여전히 인공조미료로 맛을 내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도 인공조미료 판매가 증가일로다. 중국어권에서 아지노모토의 이름은 ‘웨이징((味精)’. 맛의 정수라는 뜻이다. 인류 최초의 인공조미료, 일본인 10대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아지노모토는 과연 맛의 정수일까.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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