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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케인스에서 슘페터로

전세계 재정확대 불구 저성장 지속

케인스식 해결책 더는 안 통해

위험 감수하고 혁신·발전 꿈꾸는

슘페터식 기업가 정신 필요한 때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는다면? 경제학 교과서는 이를 유효수요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총수요 부족이 된다. 물론 해법은 있다. 그 해법을 처음 내놓은 경제학자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케인스의 가르침은 이렇다. 만일 불충분한 수요가 경기침체를 불러온다면 그 해독제는 좀 더 많은 지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한계소비성향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그 승수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제에 지출을 투여함으로써 승수 과정을 통해 생산과 판매 사이의 갭을 메울 수 있다.

간단하지 않는가. 케인스 덕분에 미국의 대공황 이후 이 같은 처방전은 모든 국가에서 범용화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촉발한 글로벌 경제침체 이후 거의 모든 정부가 재정확대로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가는 곳마다 재정 지출로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신탁(神託)을 전파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은가. 각국이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하고 양적완화로 돈을 뿌려대는데도 너나없이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심지어 저성장 자체를 '뉴노멀(New Normal)'이라며 분칠하는 학자들까지 등장하는 판이다.

조지프 슘페터라는 경제학자는 다른 처방전을 제시한다. 그는 경기침체를 수요의 문제라기보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냉수 샤워로 인식한다. 침체에서의 탈출 또한 기업가의 새로운 사고와 모험에 의해 다시금 활로를 열어가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여기서 주역은 다름 아닌 '기업가'다.

케인스에서의 경제 주역은 이와 다르다. 케인스는 앞서 '우리'가 한계소비성향도 알 수 있고 지출 승수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를 뜻한다. 따라서 케인스의 유효수요 이론에서는 정부관리나 정치인·학자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불행히도 이들 관료나 경제학자는 신사고(新思考)나 모험심 등이 결여돼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현대 경제운용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1990년 이후 일본 경제를 기업가 아닌 정치인·관료가 이끌어온 게 전형적 예다. 과거 '재팬 애즈 넘버원' 시절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기업가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그렇게 시작됐다.



케인스 경제정책의 핵심은 유효수요 조작이다. 그 조작의 주역을 기업가로부터 공무원 혹은 정치인, 그것도 아니면 통화정책 전문가들로 교체해버렸다. 정작 기업가는 종속변수에 불과할 뿐이다. 유효수요 이론은 이처럼 기업가를 소외시키고 수요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정부 부채만을 상습적으로 키워왔다. 오늘날 세계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모습이야말로 그런 처방의 결과다.

반면 슘페터는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는 '기업가의 이노베이션(혁신)'이라고 답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비약-정체의 시기, 넘쳐나는 희망-쓰라린 환멸이 서로 순환하는 것이며 설령 새로운 것이 낡은 것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발전은 결코 연속적이지 않다는 게 그의 세계관이다. "우편마차 숫자를 제아무리 늘린다 한들 결코 철도를 얻을 수는 없다."

슘페터가 말하는 이노베이션은 새로운 재화 혹은 새로운 품질의 생산, 새로운 생산방법 도입, 새로운 조직의 구현 등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새로운 발전 없이는 기업가의 이윤이 없으며 기업가의 이윤 없이는 발전도 없다. 그것이 경제 성장의 숨겨진 경로다.

핵심은 기업가다. 침체에 빠진 경제에 돌파구를 열자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위험을 감내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슘페터의 혜안으로 고개를 돌려야 할 때다.

이신우 논설실장 shin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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