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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게임 산업과 규제


지난 10월12일 오후11시50분 프랑스에서 열린 프로게임대회 '아이언 스쿼드'에 참가 중이던 15살 프로게이머 이모군이 예선전 경기 시작 5분 만에 게임을 중단했다.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셧다운제 때문.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라는 취지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이군은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자정이 되면 접속이 끊어질 것을 걱정해 경기를 멈추고 주최 측에 다시 로그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행히 주최 측 양해로 어머니의 아이디로 재접속한 뒤 경기를 계속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엉망이 된 이군은 패했다. 게이머들과 업계에서 "셧다운제 부작용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국제 대회라는 점을 생각하면 '나라 망신'급이다. 더구나 이군이 어머니 아이디로 재차 로그인해 경기를 이어나갔다는 것은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임 부작용만 부각시킨 규제 남발

최근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이 보고서는 셧다운제 도입을 주도한 여성가족부가 외부 기관에 의뢰해 만들어진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청소년의 게임 이용은 이전에 비해 0.3% 줄어드는 데 그쳤다. 보고서조차도 "실제 심야 시간에 인터넷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수가 매우 적어 셧다운제 시행으로 인한 게임 이용 시간대 변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제도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현실이 이럴진대 정부는 온라인에 한해 실시되고 있는 셧다운제를 모바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여가부는 9월 청소년 게임 평가계획안을 내놓았다. 셧다운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2년마다 청소년 게임물을 평가해 적용범위를 결정한다는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 안에 포함된 일부 항목에서 협력ㆍ성취감 등 게임의 보편적 요소까지 부정적으로 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여가부는 게임주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평가계획안을 확정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문제가 됐던 부분의 표현만 일부 바뀌었을 뿐 원안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규제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게임의 부정적인 면만 바라보는 단편적인 시각 탓이다. 게임 평가계획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눈감은 채 '나쁜 게임' 찾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게임은 안 할수록 좋다'는 인식을 갖고 접근하니 올바른 해답이 나올 수 없다. 동전 앞ㆍ뒷면처럼 사물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긍정ㆍ부정이 모두 존재한다. 보는 눈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이치다. 특히 정부 정책은 한쪽 측면에 기대 결정되면 후유증이 크다. 게임 정책은 더욱 그렇다.

'게임=콘텐츠 산업'으로 접근해야

게임은 모든 계층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의 일종이기도 하지만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콘텐츠 산업이다. 국내 게임 산업 규모는 10조원대에 육박한다. 올해 10조5,333억원, 2014년에는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65조원에 이르는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출판(21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영화시장(3조4,5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매년 2조원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산업이기도 하다. 규제만 덧씌우면 산업 성장이 위축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셧다운제는 국내법에 의한 규제로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돼 외국산 게임의 경쟁력만 키울 수도 있다."산업 초기인 스마트폰 게임 업계에 불합리한 규제가 씌워지면 다시는 애니팡 같은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없다"는 국민게임 '애니팡' 개발업체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 말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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