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특검법 수용은 잘 계산된 정치적 판단이다. 21일 국무회의 전까지 청와대 내부에서는 특검법이 삼권분리 정신과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거부권(재의 요구)을 행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법률전문가들과의 간담회(16일)와 2번의 국무회의를 거치며 거부권의 명분을 쌓아갔다. 하지만 결론은 예측을 빗나갔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부담에다 소모적 논쟁으로 인해 식물정권이 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특검 수용으로 결론이 이어졌다. 더 이상 의혹이 부풀려지는 소모전은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전 재산을 다 내놓으신 분이 사저 부지를 통해 1억∼2억원 이득을 보자는 의도를 과연 가졌겠느냐"면서 "정부가 대승적으로 법안을 수용키로 한 만큼 민주당도 수사의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도록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헌정사상 11번째 특검법안을 수용했다. 특검후보는 민주당의 추천을 거쳐 내달 4일까지 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민주당은 특검후보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1인과 비(非) 민변 출신 1인을 추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변 출신의 경우 민변 부회장을 지낸 유남영ㆍ정미화 변호사, 김대중 정부 시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김형태 변호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김갑배 변호사 등 4명 거론된다. 비(非) 민변 출신 인사로는 대검 공안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 등을 지낸 임수빈 변호사, 대북송금 의혹사건 특별검사보 출신의 박광빈 김종훈 변호사, 대검 형사부 부장검사와 인천지검 검사장 등을 지낸 조승식 변호사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특검은 임명 후 10일내 수사에 나서 30일간 활동하게 되며, 한 차례에 한해 수사기간을 15일 연장할 수 있다.
이번 특검의 쟁점은 검찰의 부실수사 여부와 피고발인이자 이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씨(34)의 소환 여부다. 여기다 김윤옥 여사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앞서 시형씨는 검찰 수사팀에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소명서를 보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한차례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특검법의 1심 법원은 공소제기 후 3개월 내에 결론을 내도록 정하고 있는 만큼 1심 판결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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