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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평안하다고 해서 '태안'인데 이런 태풍 피해는 처음이에요" 충남 태안군 주민 김병희(56)씨. 2007년 말 기름유출 사고로 큰 홍역을 치른 태안 주민들이 태풍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2일 서해로 상륙한 7호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벗어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곤파스의 직격탄을 맞은 태안은 지금도 신음 중이다. 규모는 작아도 센 태풍이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하며 태안을 집중 타격해 이 지역 명물인 해송 수천 그루를 쓰러뜨리고 도미노처럼 전신주를 넘어뜨려 복구 작업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태풍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태안에서 선봉대는 한전 태안지점과 협력업체 직원 100여명이다. 9일에도 한전 태안지점은 비상체제로 상황실을 운영했다. 박희영 전력공급팀장은 "오늘도 100여건의 정전 신고가 들어와 긴급 출동해 복구했다"고 말했다. 태안군내 5만7,000여가구 중 80%에 달하는 4만6,000여가구가 한꺼번에 전기가 끊겨 비상조치를 취해 긴급 복구를 했지만 전력공급이 안정화된 상태는 아니어서 정전 신고가 평소의 20배 넘게 계속 들어오고 있다. 한전 정은호 지점장은 "긴급으로 정전을 복구하는 한편 전력 공급 안정화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지만 손이 많이 모자란다"고 전했다. 이들의 구슬땀이 주민들의 불편을 조금씩 쓸어내곤 있지만 완전 복구의 길은 아직도 험난하다. 안면읍 황도의 박현철(49) 이장은 "전기는 들어와 안심이 되지만 케이블 방송이나 통신은 지금도 먹통이다"고 말했다. 황도는 서해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여서 펜션들이 몰려 있지만 개장 휴업할 처지다. 박 이장은 "공공기관은 위험과 비용을 감내하면서 복구작업을 하지만 민간 기업은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고 꼬집었다. 완전 복구에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인력도 부족하지만 안면도의 명물 해송을 잘 보존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태안군청은 곤파스로 군내에 소나무 8,500여그루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면도 휴양림의 명성을 이어나갈 귀한 소나무들을 최대한 보존하려다 보니 바람에 허리가 끊긴 소나무도 함부로 벨 수 없다. 태안군내 4개 전기업체를 총동원해 복구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병오 한전 과장은 "대하 출하를 코 앞에 두고 있고, 꽃게철도 돌아오면 관광객들이 몰릴 텐데 해송들을 최대한 보존해 안면도의 명물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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