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1일 오후2시 서울 명동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관광업계 관계자가 모인다. 'K스마일 캠페인' 출범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기존 관광행사와 다른 것은 '한국인의 미소'라는 감성에 호소한다는 점이다. 한국 관광이 양적 성장 시대를 지나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낙후된 서비스를 개선하고 바가지요금 등 만연한 부당한 행위를 근절하는 것과 함께 외국어 안내판 설치 등 소소한 것부터 궁극적으로 친절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급증하는 외래 관광객 수요에 비해 한국의 관광품질은 낙제점이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그러다 보니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에게서 불평이 나왔다.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악재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꼭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후진적이라는 한국 관광의 현재 이미지가 계속될 경우 미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명품 관광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시장의 '불편한 진실'=최근까지의 폭발적인 외래 관광객 성장은 우리나라의 대응 수준을 넘어설 정도였다. 각 부문에서 우려와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중구 소재 호텔까지 택시비 60만원이 청구됐다(말레이시아의 리우씨)' '호텔에 투숙했으나 전기포트의 바닥 부분만 있고 욕조에는 마개가 없고 욕실 구석에는 머리카락이 뭉쳐 있었다(일본의 도시키씨)' '여행사 가이드가 마음대로 일정변경, 쇼핑센터 시간을 늘리고 항공기가 지연돼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일행을 제주공항에 두고 먼저 서울로 가버렸다(중국의 레제씨)' 등이다.
한국관광공사의 2014년 집계에 따르면 불편신고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불친절·가격시비·환불요청 등 쇼핑(30.2%)이었고 다음으로 부당요금 징수,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 택시(12.4%), 위약금과 시설 불량, 서비스 불량 등 숙박(11.1%), 안내 서비스 불량, 계약조건 불이행 등 여행사(9.3%), 공항 및 항공(6.6%), 음식점(5.2%) 순이었다.
우리 정부와 업계가 쏟아지는 관광객에 취해 있을 때 세상은 바뀌었다. 최대 고객인 중국의 경기둔화와 반부패운동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4%에서 올해 6.6%, 내년에는 6.3%로 예상된다. 수입이 감소하면 당연해 해외 씀씀이도 줄이게 된다. 여기에 중국당국의 반부패운동 등 관리감독 강화는 유커의 쇼핑 중심 관광행태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광품질을 높이자=관광 한국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관광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는 편리하고 친절한 한국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업계와 함께 최근 대책을 내놓았다. 외래 관광객의 불만요인을 적극 해소한다는 것과 함께 국민의 외국인 환대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우선 가격시비 방지를 위해 관광특구의 가격표시 의무를 확대한다. 구매와 동시에 면세(tax free) 혜택을 주는 사전면세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5만원 초과 물품의 국외반출 여부를 선별검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규 시내면세점 신설요건을 개선해 면세점을 확대할 방안을 찾기로 했다.
교통과 숙박 측면에서 택시의 부당요금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고 고급형 택시를 도입해 관광객의 다양한 수요에 맞춘다. 호텔업 등급심사시 반영 등 숙박업소의 시설·서비스를 강화하고 호스텔업 입지규제 완화 등 중저가 호텔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이외에 외국어 메뉴판 보급, 화장실 시설 개선, 우리 음식 대표 '맛지도' 제작 등 정보제공을 늘리기로 했다. 외국인의 편리를 위해 외국어 표지판을 확대하고 관광 가이드 관리를 강화한다. 4대 궁과 종묘에 중국어 안내판을 설치하고 역사교육을 이수한 궁궐 가이드에 한해서만 안내를 허용하는 내용 등이다. 무자격 가이드가 적발될 경우 여행사 처벌규정에 더해 가이드 본인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설득과 제재를 동시에 진행한다. 중장기적으로 관광진흥기금 등 관광업계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는 한편 품질개선 여하에 따라 차등을 두고 단기적으로는 연말까지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특별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단체관광의 품질관리를 더욱 높인다. 총 209개 중국인 단체관광객 전담 여행사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고 모니터링이 강화된다. 정부·학계·연구원·여행업협회 등이 참여한 '단체관광품질위원회'에서 시장구조를 체계화할 방안을 찾는다. 전담여행사 허가 갱신시 초저가 패키지를 취급하는 여행사는 감점하고 우수상품 판매에는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관광 가이드 관리 강화를 위해 여행사와 가이드 간 표준약관 체결을 의무화하고 위변조 방지 기능을 가진 가이드 자격증을 보급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과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관광국장급이 참여하는 '한중관광품질향상실무위원회'를 통해 양국의 불법행위 여행사에 대한 공동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투명한 거래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한국인의 미소 'K스마일' 확산을=지난 8월12일 'K스마일 캠페인' 확산을 위한 민관 공동협의체가 꾸려졌다. 여기에는 한국방문위원회·강원도 등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여행업협회 등 8개 유관기관, 아시아나항공 등 2개 민간기업이 포함됐다.
한국인의 미소인 K스마일 캠페인을 범국가적 관광친절도 제고 캠페인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우선 K스마일을 알리고 실현하기 위해 온라인 친절체험 후기와 인증샷인 '미소파도타기', 코리아그랜드세일 참여업체의 '친절서약' 등 이벤트와 함께 관광업계의 친절·위생교육 실시와 바가지근절 캠페인을 전개해나가기로 했다. 다음달 1일 서울 명동에서 출범 홍보행사를 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광친절도 개선은 2017년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관광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단순히 관광객에 대한 호혜적 친절을 넘어 신뢰와 배려·상호존중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쌓는 데도 긴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