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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통신산업의 위기와 기회


"가입자수가 5,200만명 수준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롱텀에볼루션(LTE) 마케팅으로 난국을 뚫어보려 하고 있지만 참 힘드네요. 이제는 정체를 넘어서 멈췄습니다. 성장이…" 최근 만난 국내 한 이동통신사 임원의 말이다.

국내 통신산업이 위기다. 안팎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LTE망 등 투자할 곳은 많다. 게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비롯한 다양한 통신 서비스 확산으로 기존 시장은 잠식 당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정치권에서는 통신요금을 내리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4중고(4重苦)에 시달리는 처지다. 통신사 노조들까지 나서서 업계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야 직원도 살고 회사, 나아가 업계가 생존할 수 있다며 협의체 구성을 모색할 정도다.

4중고에 시달리는 국내 통신산업

국내 통신산업의 어려움은 실적이 말해준다.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1.2% 줄었다. 이통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1984년 국내에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었다. 올 1ㆍ4분기 성적도 좋지 않았다.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요금인하 영향과 LTE망 투자비 증가로 전년 동기에 비해 평균 20% 이상 줄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들은 중동 등 해외진출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통신 부문은 쉽지 않지 않다. 어느 나라나 통신 쪽은 기간 산업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설상가상이다. 특히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이통사 쥐어짜기에 팔을 걷어 붙일 기세다. 벌써 4ㆍ11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해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으로 이통사를 압박해오고 있다. 당장 여야의 총선 공약 대로라면 이통사는 수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올해 총 7조2,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준비 중인 업계 입장에서는 투자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자확대를 통한 망 확충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발목잡기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3세대(3G) 통신망보다 5배 빠른 LTE망이 구축돼 있지 않으면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개인 방송을 볼 수 있는 서비스, 고화질 동영상을 스마트폰과 컴퓨터, TV에서 끊김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통신망 개선-신규 서비스 등장-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도 성립할 수 없다. 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 같은 해외 인터넷 기업들과의 경쟁은 더욱 어려워진다. 차세대 통신망 투자는 고려하지 않은 채 요금인하를 몰아 붙이는 것은 이통산업을 막다른 길로 모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통신 분야는 각국이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보호막을 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시장 논리로만 풀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세계 최고수준인 국내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IT강국으로 다시 도약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민관,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여기에는 단말 제조사도 예외일 수 없다.

합리적 요금정책, 수익구조 다변화 필요

통신 인프라를 포함한 IT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으려면 무엇보다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모두 국내 통신업계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무리한 공약은 과감하게 내던지고 합리적인 조정과 논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요금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그게 더 소비자를 위한 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주파수 정책 수립도 중요하다.

통신업계 역시 과거의 빨랫줄 사업에서 벗어나 방송통신융합 시대에 맞는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 지금의 난관을 외부 요인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내부 혁신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빠르게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업계가 추진 중인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도 그 가운데 하나다. KT가 글로벌 종합미디어그룹으로의 도약을 모색하는 등 통신업계가 변신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위기 뒤에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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