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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동산 정책의 허와 실

허재완 교수 <중앙대ㆍ도시경제학>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하듯 강도 높은 정책들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정책은 크게 두 가지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는 주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정책수단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강남 지역에 특별한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되는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5년마다 2배씩 높여 현재 0.12%인 것을 오는 2018년까지 1%로 올리는 반면 부동산 거래세(취득세ㆍ등록세)는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정책이 전자의 대표적인 예다. 반면 재건축 때 임대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짓게 하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및 재건축 사업시행자들로부터 개발이익의 일정부분을 기반시설 설치비용으로 거둬들이겠다는 이른바 기반시설부담금제의 도입은 후자의 예에 속한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정책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정책수단의 유효성이고 정책 타깃의 적절성이다. 서울 강남 집값을 잡아 전국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타당한가. 세금으로 부동산값을 잡겠다는 정책방향은 올바른 것인가. 강남집값 잡는다고 해결되나 참여정부가 강남 집값에 유난히 예민한 이유가 단순히 ‘강남’으로 상징되는 기득권층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때문만은 아니다. 강남 집값이 전국의 주택가격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우리나라 집값 상승 메커니즘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책적 판단 때문이다. 현 정권의 정책당국자들은 강남 집값의 상승(특히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격 인상)은 서울 집값의 상승을 야기하고 이는 다시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전국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고 믿고 있다. 이른바 ‘주택가격의 공간적 인과관계’ 이론을 신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론하에서 주택시장 안정화의 성공 여부는 강남 집값을 잡느냐 혹은 못 잡느냐에 따라 결정나게 된다. 그러나 이 이론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부산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여부가 강남 집값에 의해 좌우된다는 주장이 정서적으로 공감이 갈지는 몰라도 논리적 측면에서 설득력을 얻기가 힘들다. 부산 집값의 상승요인은 부산 주택시장의 수급 측면에서 찾고, 강남 집값의 변화 여부는 강남 주택시장의 수급여건에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택가격의 장기적 패턴을 검토해보면 강남 집값은 상승하는데 여타 지역의 주택가격은 하락하는 경우가 적지않으며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주택가격의 공간적 인과관계가 매우 제한된 조건하에서만 성립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수단들을 동원할 경우 오히려 그 정책수단들이 부메랑이 돼 강남 집값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른바 시장의 복수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세금으로 부동산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원론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설정이다. 특히 부동산 거래세를 인하시키는 반면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은 상당히 시의적절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총 조세수입 중에서 부동산 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2% 미만이다. 심지어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들은 부동산 거래세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세는 전체 조세수입의 7%를 차지하고 있어 지나치게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다. 과중한 거래세 부담은 부동산의 효율적인 수급을 저해하고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어렵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부동산 거래세의 비중을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방향설정은 기본적으로 올바르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의 강화가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한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유세의 강화는 부동산소유자들의 세부담을 높여 단기적으로 부동산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높은 보유세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소유자들이 부동산매물을 시장에 내놓게 되고 이는 바로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하락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보유세의 증가는 주택분양시장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주택공급 확대정책 병행해야 이러한 공급감소의 누적은 바로 주택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즉 부동산 보유세의 강화는 단기적으로 주택가격 하락에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보유세의 강화가 장기적인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시키지 않도록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공급확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세금강화를 통한 수요조절 정책만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도권 지역의 토지이용규제를 과감히 완화해 분당 수준의 계획적인 신도시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질 낮은 나홀로 아파트식의 무분별한 개발은 난개발과 환경파괴만을 초래할 뿐 수요자가 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급확대가 아니며 오히려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일정 품질을 갖춘 재화의 공급확대가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리다. 이러한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우리 부동산시장의 현실이자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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