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42조원 규모의 유통공룡 이케아가 국내 법인을 설립하며 한국 진출을 공식화한 지 2년 8개월이 흘렀다.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광명을 필두로 고양 등 제2, 제3의 입점지역으로 거론되는 곳마다 중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대형 할인마트 한 곳이 문을 열 때마다 동네 슈퍼마켓 등 120여개 소매점포가 문을 닫는다는 한 경제학자의 분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8,000평 규모 초거대 점포의 입점에 따른 지역 상권의 피해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적어도 30여개월의 시간은 이케아 진출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고용 창출, 소비자 효용 증가, 지역사회 발전 등을 내걸며 영혼 없이 그저 환영하기 바빴다.
광명시가 나서 이케아와 지역 중소상공인들의 손을 맞잡게 했지만 '부실한' 상생협약이라는 게 중론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중소상공인들은 "할 말도 많고 답답함도 크지만 지자체 눈치가 보인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케아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 유치는 표밭 관리를 위한 대표 공약으로 활용돼왔다. 한 지자체장은 서울경제신문 인터뷰를 통해 반드시 이케아 서울 점포를 유치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미 점포가 완공단계에 이르고 있는 한 지자체장은 이케아 매장 유치를 그가 임기 내 완수한 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지자체장 머릿속에는 우리 산업 생태계와 중소상인 보호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고용의 질은 고민하지 않은 '고용 창출', 중소상권 붕괴를 고려하지 않은 '소비자 효용 증가'라는 레토릭(수사) 속에 이케아에 밀려날 중소기업과 소공인들의 삶은 피폐해질 게 뻔한 데도 말이다.
이케아의 첫 점포 오픈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자체의 방조 속에 마땅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산업 생태계 보호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도 수수방관하기는 마찬가지다. 장난감·문구류부터 그릇·식료품 등 1만종의 제품을 파는 초저가 대형마트 이케아는 전문유통사로 분류돼 국내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적용하는 각종 유통규제를 비껴갔다. 아쉬울 거 없는 이케아가 상생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70년대 '농가소득 증대'라는 미명 아래 정부 스스로 국내에 들여왔던 황소개구리가 지금은 생태계 파괴와 각종 소음의 주범이 돼버렸다. 지자체와 정부의 방조 속에 외국산 초저가 제품으로 중무장하고도 규제를 교묘히 피해간 '유통업계 황소개구리' 이케아는 국내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 교란종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빠르고 예방에도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국내에 무혈입성한 황소개구리는 지금까지도 마땅한 퇴치법이 없다. 대책 없이 두 팔 벌리기 바빴던 지자체와 정부가 나중에 뭐라 궤변을 늘어놓으며 변명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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