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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예금으로 2000억엔…'외국계 무덤'서 신화 쓴 SBJ
경제·금융 은행 2025.07.28 17:41:532009년 9월 14일, 신한은행의 일본법인 SBJ은행의 첫 영업일을 앞두고 진옥동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고민에 빠졌다. 일본은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거래를 위해서는 이름과 주소·전화번호 등을 대조해 본인 확인을 해야 했다. 당시 지점이 3개뿐이었던 SBJ 입장에서는 애를 먹을 것이 뻔했다. 진 지점장과 직원들은 꾀를 냈다. 현지 당국이 우편을 통한 본인 확인을 인정해주는 점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은 금리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경쟁 은행보다 예금금리를 0.2%포인트 더 얹어주기로 했다. 제로금리에 허덕이던 일본에서는 파격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첫날 SBJ의 전략은 적중했다. 당일에만 우편을 통해 1000여 건의 예금 신청이 몰렸다. 콜센터가 일시 마비됐고 지점에서는 쏟아지는 예금에 새벽까지 일을 했다. 그렇게 모인 돈이 첫 3개월 동안 2000억 엔(약 1조 8700억 원). 진 회장은 28일 “현지 유력 신문에 세 번 광고하기로 했던 것을 한 번만 해도 될 정도로 자금이 밀려들었다”며 “(당시 우리들은) SBJ가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회고했다. ★관련 시리즈 4·5면 사즉생의 각오로 시작한 SBJ가 외국계 금융사의 무덤인 일본에서 유일한 한국계 은행으로서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15년간 자산이 67배, 당기순이익은 52배 이상 커졌다. 한국식 고객관리를 바탕으로 현지 맞춤형 고객 응대와 디지털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은 “SBJ는 우편예금이 히트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SBJ는 한국 기업의 여러 해외 성공 스토리 가운데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미국과 유럽 같은 기존 시장을 넘어 인도와 몽골·헝가리·체코 등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K금융·제조업의 기적은 현재 진행형이다. -
日 SBJ서 예금 받아 韓 신한에 송금…금융위기 극복 구원투수로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은행 2025.07.28 17:40:462005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원·엔 환율이 100엔당 700~800원대에 머물렀다. 연 2~3% 수준의 낮은 대출금리와 환율 효과가 겹쳐 국내에서는 엔화 대출 붐이 일었다. 중소기업을 포함해 병원들도 손쉽게 엔화를 가져다 썼다. ‘이지머니’의 대가는 곧 찾아왔다.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취급받던 엔화 가치가 치솟았다. 한때 1500원 안팎으로 뛰었던 엔화 환율은 2009년 들어서도 1300원대에서 오르내렸다. 당시 한국 은행들은 주요국에서의 크레디트라인이 끊기면서 극심한 외화 자금난을 겪었다. 외화대출 금리는 갑자기 5~9%로 급등했고 차주들은 상환 압박을 받았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신한은행이었다. 2009년 9월 영업을 시작한 SBJ은행에서 서울로 엔화를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에서 연 1.5%로 예금을 받아 한국에서 4.5%로 굴렸다. 신한이 엔화를 들여오면서 국내 엔화 사정은 급격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SBJ는 일본에서 성장하고 위기 때 모국에 도움을 줬다. 일석이조였던 셈이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당시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들에 외화를 나눠줬었는데 신한은 크게 손을 안 벌려도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조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오랜 생각이기도 하다. 그는 평소 “발 하나는 한국에, 발 하나는 일본에 딛고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일본은 일본대로 지진과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 노출돼 있어 한국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명확히 입증된 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진 회장은 28일 “한국은 지정학 리스크가 있어서 (위기 시) 늘 환율이 움직인다. 외환위기 때도 고생했다”며 “한국은 리스크가 반드시 통화 부분으로 오고, 그게 잘 처리가 되지 않으면 외환위기 때처럼 은행이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계에서도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 진출과 SBJ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초반에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일본 내 유일한 한국계 법인을 갖고 있는 은행으로 일본의 경기 둔화와 저금리에도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자리를 잡은 점만큼은 분명히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법인 못세우면 현해탄 빠져야”…오사카~도쿄 3.5만㎞ 오간 진옥동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5.07.28 17:37:31신한은행의 일본 법인 설립을 위한 ‘극비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2008년 봄. 그해 3월 어느 금요일 글로벌사업부로 인사 발령을 받은 6명의 직원은 곧이어 걸려온 전화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주 수요일 일본으로 출국하라는 지시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가족 외에는 해외 발령 사실을 절대 말하지 말라” “전자사전을 챙겨오라”는 말뿐이었다. 수화기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시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을 맡고 있던 진옥동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초기 멤버 6명은 닷새 만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떠났다. 고(故)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과 전필환 신한캐피탈 대표, 박현식 신한은행 자금본부장, 최용제 신한은행 송파지점장, 임진성 신한은행 여신관리부 팀장, 이용경 전 신한은행 부지점장이 그들이었다. 이들의 운명이 바뀐 건 한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실채권(NPL) 매매 사업을 위해 설립된 일본 SH캐피털에 대표로 있던 진 회장은 아침에 집어 든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 금융청이 미국 씨티은행에 첫 은행 인가를 내줬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진 대표는 “이거다” 싶었다. NPL 사업으로 재미를 보게 되면서 현지 일본 은행 인수를 추진해왔는데 계속 허탕을 쳤기 때문이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에서는 금융사 매물이 많아졌고 쓸 만한 물건도 꽤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전날만 해도 지역 은행 인수가 무산돼 관련 작업을 함께하던 옛 리먼브러더스 직원들과 술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진 대표는 그날로 친분이 있던 엔도 도시히데 당시 금융청 심의관을 찾아갔다. “우리에게도 은행 면허를 줄 수 있겠느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실무자와 함께 나온 도시히데 심의관은 “요건이 되면 가능할 것이다. 준비해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외은 지점은 타행 이체나 예금 보호가 어렵지만 당국의 허가를 받아 법인을 세우면 일본 은행과 동일한 지위를 갖고 영업할 수 있다. 일본 금융 당국이 2007년에야 처음으로 씨티에 법인 설립 허가를 내준 이유다. 진 대표는 해당 사실을 본점에 보고했다. 동시에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은행 내부에서도 “일본 금융청이 어떤 곳인데 승인을 내주겠느냐”라거나 “금융청의 반응이 정확한 것이냐” 같은 회의론이 많았다. 진 대표는 6개월에 걸쳐 라 회장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결국 2008년 2월 현지 법인을 추진하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진 대표는 오사카지점장으로 발령받아 설립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라 실패는 있을 수 없었다. 오사카지점장이었던 진 지점장은 초기 멤버 6명에 보강받은 정보기술(IT) 부문 인력을 도쿄에 두고 매주 오사카와 도쿄를 왕복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사카에 머물고 금요일 오전 일찍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넘어가 법인 설립 업무를 본 뒤 다시 일요일 밤에 오사카로 되돌아오는 강행군이 지속됐다. 편도 570㎞의 거리를 매주 왕복하는 일정이 7개월간 계속됐다. 혼자서만 3만 5000㎞가 넘는 거리를 오간 셈이다. 직원들도 절박했다. 내부에서는 “현지법인을 못 만들면 현해탄에 빠져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편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택시 탑승도 하지 않고 지하철과 버스만 이용했다. 가족 없이 홀로 파견돼 2인 1실 생활을 했다. 근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이뤄졌다. 강요한 사람도 없었는데 모두가 일요일 근무를 자처했다. 1분이라도 지각하면 1000엔의 벌금을 걷어 이 돈으로 한 달에 한 번 도쿄 신오쿠보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법인 설립의 부담감을 이겨냈다. 진 회장은 28일 “30대 직원들인데 18평(59.5㎡) 아파트에 몰아 넣고 준비를 했다”며 “실패한 사람은 받아주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 금융 당국은 생각보다 더 깐깐했다. 일본 금융청과의 면담은 철저히 사전 약속제로 운영됐고 한번 만나려면 최소 3~4주 전에 일정을 잡아야 했다. 검증 수준도 매우 높았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금융청 검증의 칼날은 신한은행에서 신한금융지주로,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확대됐다. 당시 실무 작업을 했던 한 관계자는 28일 “한국 경제에 대한 검증까지 이어지면서 당분간 설립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현미경 검증에서도 큰 문제가 없자 일본 당국은 2009년 7월 27일, 신한은행 일본 법인 인가 통보를 내줬다. 1982년 재일동포들이 100% 출자해 한국에 설립한 신한은행이 27년 만에 재일동포들의 오랜 숙원이던 일본 현지 은행 설립에 성공한 것이다. 씨티은행에 이어 현지법인 설립 인가를 받은 두 번째 외국계 은행이라는 쾌거였다. 이때부터 실무진은 SBJ의 성공적인 출범에 공을 기울였다. 보수적인 일본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대장성 관료 출신인 미야무라 사토루를 SBJ은행 초대 은행장으로 선임하고 현지 직원을 적극 채용했다. 목표치(700억 엔)의 3배 가까운 예금을 끌어들인 우편예금 ‘대박’을 시작으로 영업망도 확충했다. 외은 지점 시절 때부터 있던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지점을 바탕으로 우에노지점(2009년)과 요코하마지점(2010년), 고베지점(2011년), 나고야지점(2012년), 신주쿠지점(2013년), 도쿄 본점 영업부(2015년) 등 일본 거점 도시를 대상으로 지점을 확충했다. 환전 특화 전략도 전개했다. 도쿄 하네다공항과 후쿠오카공항·하카타항구 등 일본의 주요 관문에 현지 특화 환전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당시 외국계 은행의 공항 환전소 진출은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SBJ는 하네다와 후쿠오카공항 내 지점을 확보했다. 이는 현지화 전략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일본 내 공항에 외국계 은행의 환전소가 들어간다는 것은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법인 설립 초기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보니 은행이 실재하는지 의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채용 제안을 했던 직원의 가족이 직접 은행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러 사무실을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본 금융 당국 출신의 직원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일본 내 SBJ의 신뢰 구축에 기여했다. 이후 진 지점장은 SBJ법인장을 맡으며 은행의 성장을 이끌었다. 실제로 SBJ보다 먼저 일본 내 은행 설립 인가를 받은 씨티는 일본의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2015년 리테일 부문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매각한 뒤 철수했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도 SBJ는 영업 기반 유지를 위해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예금 상품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대고객 캠페인으로 기반 고객을 확보해 예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의 SBJ은행을 있게 한 기초 공사를 진 회장이 한 셈”이라며 “신한은행의 문화와 철학을 이식해 SBJ은행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화장실·주차장 설치…공공 인프라 역할 확대"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생활 2025.08.03 18:57:13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몽골 재계 2위 숀콜라이그룹과의 합작법인(JV) ‘디지털콘셉트’의 곰보에르덴(사진)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편의점을 통해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를 도입할 수 있어 짜릿하다(exiting)”고 밝혔다. GS25는 2021년 몽골에 첫 점포를 낸 지 3년여 만인 올해 7월 말 기준 268개 점포를 냈다. 진출 16개월 만에 100호 점포를 돌파하며 해외 진출 편의점 최단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초기부터 JV를 설립해 GS25로부터 K편의점의 30년 노하우를 전수받은 현지 파트너사의 노력이 있었다. 디지털콘셉트는 숀콜라이그룹이 50%, 자회사 아푸(APU) 40%, GS리테일이 10%를 투자해 조성한 JV다. GS리테일은 디지털콘셉트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MFC)을 체결했다. 아푸는 몽골 최대 주류·음료 생산기업이다. 곰보에르덴 의장은 “그간 몽골의 소매점은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로 상품 진열과 구색이 주먹구구식이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한국의 편의점 문화를 들여오며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신선한 먹거리와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울란바토르 내 K편의점은 대부분 매장에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곰보에르덴 의장은 “도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화장실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새롭게 오픈하는 점포마다 공용 화장실을 설치했다”며 “부족한 공공 인프라 역할도 수행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편의점으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식품 공장 등 현지 제조 시설이 부족한 점은 과제다. 늘어난 수요에 걸맞은 현지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GS리테일의 지휘하에 2년여 공사를 거쳐 11월 현지 신선식품(Fresh Food)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만간 제주 양돈농협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냉장육을 들여오는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으로 한국산 쌀을 저렴한 가격에 조달하기로 하는 등 다방면에서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뛰고 있다. 곰보에르덴 의장은 “앞으로는 가맹 모델을 도입해 고객과 점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통합 라이프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로 1호점 네차례 연기…신선식품 불모지에 공장까지 세웠다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생활 2025.08.03 18:56:54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몽골 진출 3년 차인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사업 철수의 위기에 몰렸다. 2018년 4월 현지 파트너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C) 계약을 체결하며 몽골에 첫발을 내디딘 후 같은 해 8월 현지 1~6호점을 동시 오픈한 데 이어 약 30개의 점포를 오픈했을 당시였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면서 점포당 일매출이 순식간에 50만 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파트너사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마저 나왔다. 임형근 BGF리테일 해외사업실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며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이 시기를 지나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팬데믹 한가운데 몽골 진출을 준비하던 GS25도 상황은 비슷했다. 상품MD, 개발, 물류 등 각 분야의 세팅 멤버들이 7개월간 화상회의를 통해서만 노하우를 전달해야 했다. 오트공자야 디지털콘셉트 전략팀 헤드는 “코로나19로 1호점 오픈 시점이 4차례나 지연됐다”며 “기존에 없던 한국의 편의점 시스템을 화상으로만 전수받고 현지에 적용하는 과정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몽골 현지의 사업 환경은 더욱 고난도의 대내 변수였다. 추운 날씨와 유목 생활 특성상 음식 저장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데다 오랜 기간 공산주의 통치로 제조 시설들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이순호 BGF리테일 해외사업실 해외사업운영팀 책임은 “한국 편의점이 들어오기 전까지 몽골에는 김밥,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을 만드는 공장이 전무했고 제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었다”며 “CU가 식품 공장을 만들었을 때 몽골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제조기반이 낙후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U와 GS25는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해 신선식품 생산 공장을 만들고 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현지에 K편의점 DNA를 이식하기 시작했다. 이렇다 할 소매점이 없는 몽골에 한국식 편의점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신선한 먹거리와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이들은 몽골 인구의 10분의 1이 한국에 방문 경험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높다는 점과 현지에서 부는 K푸드 열풍을 놓치지 않고 이를 현지 식(食)문화와 결합해 몽골인들의 생활 속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몽골 울란바토르 서울의 거리에 위치한 GS25 트윈타워점에서는 한강라면기계가 열심히 가동 중이었다. 한쪽 벽을 K라면으로 가득 채운 점포에서는 블랙핑크의 신곡이 흘러나왔다. 직장인 바트쳉겔 씨는 “일주일에 네댓 번은 편의점에 방문한다”며 “주로 라면과 꼬치류를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몽골인 상당수가 서툴지만 한국말을 구사했다. 지드래곤, BTS 등 K컬처는 편의점 확산에 불을 지폈다. 예컨대 지드래곤이 참여해 만든 CU의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은 올해 4월 한국 출시 2개월 만에 몽골로 수출됐다. 202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편의점 히트상품이 현지에 수출되기까지 최소 2년이 걸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지에서 만난 몽골인들은 “한국식 편의점이 삶의 일부로 뿌리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 편의점이란 CU, GS25 그 자체다. 2018년 CU가 몽골에 진출하고 3년 후인 2021년 GS25도 몽골 시장에 뛰어들면서 양 사 간 치열한 경쟁은 현지 편의점 산업의 성장을 주도했다. 양 사 모두 현지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본사가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 및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영위 중이다. 실제 CU와 GS25의 몽골 매출액 합산은 2021년 417억 8600만 원에서 2022년 1367억 1700만 원으로 급증했고 2023년 2322억 8300만 원, 지난해 3441억 97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업체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전체 점포(1450개)의 절반 이상인 767개가 몽골에 위치해 있다. 몽골 편의점의 점당 평균 객수는 한국의 2배이며, 점당 일평균 매출도 한국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몽골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6653달러로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수는 351만 명으로 한국의 15분의 1인 몽골에서 K편의점이 일군 성과다. CU는 현지 진출 6년 만인 지난해부터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현지 파트너사인 ‘프리미엄넥서스’에 따르면 2023년 327억 투그릭(127억 5300만 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74억 투그릭(184억 8600만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로써 BGF리테일은 과거 일본 ‘훼미리마트’에 로열티를 내던 프랜차이지 기업에서 2012년 독자 브랜드로 전환한 후 프랜차이저 기업으로 성공한 대표 사례가 됐다. 업계는 앞으로도 몽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당분간 공격적으로 출점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1992년 민주화 전환과 자본주의 도입으로 도심으로 인구가 몰려들고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이용객이 많은 편의점 특성상 몽골의 인구구조와 성장세는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몽골은 평균연령이 28.5세이며 18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 울란바토르의 인구는 매년 5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한용희 GS리테일 해외사업팀 치프 겸 디지털콘셉트 부대표는 “몽골 점포는 한국과 달리 즉석 먹거리 매출 비중이 높다”며 “한편 제대로 된 문화 시설이 부족해 앞으로는 분식집·노래방·스터디카페 등 문화와 먹거리를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점포도 출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
LG전자 '인도판 마곡' 조성해 첨단기술 고도화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30 18:10:11글로벌사우스 공략에 나선 LG전자(066570)가 인도에 서울 마곡에 버금가는 연구개발(R&D) 거점을 조성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30일 “LG가 국내 R&D 인력 2만여 명을 마곡으로 모았듯 인도에서도 ‘제2의 마곡’ 같은 R&D센터를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재 인도 벵갈루루에서 소프트웨어(SW)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일찌감치 인도에 연구 거점을 마련했다. 연구소의 문을 연 시점은 1996년 3월로 인도법인 설립(1997년)보다 이르다. 인도 R&D 시설에서 근무하는 개발자는 2000명가량으로 LG전자 해외 R&D 거점 중 베트남 법인과 더불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지 개발자는 한국 본사와 긴밀하게 협업해 TV 운영체제(OS)인 웹OS 플랫폼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한다. 인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인도 R&D 인력의 우수성을 체감한 LG전자는 향후 현지 R&D 역량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늦어도 내년 초 LG전자 인도법인이 상장할 경우 유입되는 자금 일부도 종합 R&D 기지 조성에 투입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은 가전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사업 성장 기회가 크다”면서 “LG전자뿐 아니라 다른 LG 계열사의 R&D 기능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구조를 그리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인도에서 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96년 선행 기술을 다루는 벵갈루루 연구소에 이어 2002년 델리 연구소(TV), 2007년 노이다 연구소(모바일) 등을 설립했다. 반도체 부문에선 2004년부터 벵갈루루 연구소 산하에 삼성전자 반도체 인도 연구소(SSIR)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이 지역에 두 번째 R&D센터를 오픈했다. 이렇게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R&D 인력만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인도 연구소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기능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한 삼성 월렛 인도 버전과 갤럭시AI 힌디어 기능, 인도 지역 언어 솔루션 등도 개발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이 올 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전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직후 곧바로 인도로 이동해 현지 사업을 점검할 만큼 인도는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이자 R&D 거점으로 꼽힌다. 양 사가 인도 시장 진출과 함께 R&D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 풀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초중고에서 코딩을 비롯한 SW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며 미국·중국과 함께 3대 정보기술(IT) 인재 시장에 속한다. 인도의 무역 관련 정보를 망라해 제공하는 나스콤에 따르면 인도에서 AI 및 데이터 과학기술을 갖춘 인력은 41만 6000명으로 전 세계 1위인 미국(67만 6000명)을 뒤쫓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구글)와 사티아 나델라(MS) 등 빅테크를 이끄는 다수의 최고경영자(CEO)도 인도 출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14억 6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거대 시장으로 맞춤형 솔루션 개발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면서 “여기에 우수한 인재를 기반으로 AI와 SW 중심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R&D 분야에서 인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전 버티는 냉장고·모기 쫓는 에어컨…K가전, 14억 인도인 삶의 동반자로[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산업일반 2025.07.30 18:08:0810여 년 전부터 맞벌이가 빠르게 증가해온 인도에서 직장 여성들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집에 남겨둔 음식이다. 냉장고가 있지만 툭하면 정전으로 꺼져 퇴근 전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 상한 음식을 먹을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인도의 커리어우먼 수천만 명의 근심을 해결해준 것은 정전에도 10시간은 냉동 기능이 유지되는 삼성전자(005930)의 디지털 인버터 냉장고였다. 앞서 인도의 전통 빵인 ‘난’을 굽는 LG전자(066570)의 전자레인지가 출시돼 맞벌이 가정들의 집안일 부담을 덜어준 것처럼 일상의 혁신을 이끌며 삼성·LG는 ‘국민 가전’으로 인도에 뿌리를 내렸다. 인도 사람보다 인도를 더 잘 알고, 시장 수요를 먼저 파악해 신제품을 만드는 현지화 전략은 머리가 아닌 발에서 나왔다. K가전이 인도에 첫발을 내디딘 지 올해로 30년, 세계에서 가장 개척이 어렵다는 척박한 영업 환경을 극복하며 한 땀 한 땀 들인 정성은 신시장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며 ‘갠지스의 기적’을 불렀다. 실제 한국은 인도 시장 진출 30년 만에 현지 가전 업계의 리더로 우뚝 섰다. LG전자는 세탁기와 에어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스마트폰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중국 업체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3위로 주춤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탄탄하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17조 489억 원, 순이익은 1조 4083억 원에 달했다. LG전자는 매출 3조 7910억 원, 순이익 3317억 원을 기록했다. 인도 시장이 양 사 가전 부문의 효자인 셈이다. 삼성과 LG는 1995년과 1997년 각각 인도에 깃발을 꽂았다. 낯선 문화부터 이질적인 사업 환경, 생활 수준까지 주재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 첫 난관은 판매망 구축. 인도는 큰 시장이지만 동서와 남북의 길이가 각 3000㎞에 이르는 대국이어서 전국에 흩어진 고객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LG전자 인도법인은 현지 유통 업체의 마음을 얻으려 ‘공동 비즈니스 계획(JBP)’ 전략을 펼쳤다. 유통사의 비전과 계획에 발맞춰 마케팅 전략을 세워준 것인데 신뢰 구축에 밑바탕이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인의 문화와 생활 트렌드에 걸맞게 52주 마케팅 캘린더를 짜줬다” 며 “LG가 단기 이익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사업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발생하자 삼성과 LG는 좀 더 인도 시장에 스며드는 숙성 작업에 나섰다. 현지 소비자 맞춤형 제품 개발인데 대표적으로 삼성의 투인원 컨버터블 냉장고가 꼽힌다. 채식주의가 발달한 인도인의 식생활에 맞춰 2도어 냉장고의 냉동실을 냉장실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인기를 모았다. 올해 출시한 신제품에는 영어를 포함해 인도 현지어 9종을 적용했다. 에어컨과 실링 팬을 함께 쓰는 맞춤 냉방 기능도 인도에 먼저 내놓았다. LG는 모기로 인한 뎅기 바이러스가 인도에서 기승을 부리는 점을 고려해 초음파로 모기를 쫓아내는 에어컨을 선보였다. 정전이 잦은 인도 가정집 사정을 고려해 전력이 끊겨도 냉장 7시간, 냉동 10시간을 버티는 냉장고도 내놓았다. 인공지능(AI) 모터 기술을 이용해 세탁물 종류와 무게를 감지해 인도 여성들이 일상복으로 입는 ‘사리’의 옷감을 관리해주는 세탁기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인도 진출 30년을 맞은 삼성·LG는 새로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인도 가전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글로벌 시장의 최대 경쟁자가 된 중국 기업의 추격은 인도에서도 끈질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인도법인 관계자는 “2015년 인도에서 처음 근무한 뒤 복귀했다 올해 다시 인도로 왔는데 시장 지형이 변했다”면서 “당시 5대 스마트폰 업체가 삼성과 인도 기업들이었는데 지금은 인도 업체 대신 중국 기업들이 꿰차고 있다”고 전했다. 차별화의 열쇠는 고급화와 기업간거래(B2B)다. 삼성은 인도 내 갤럭시폰의 높은 인기를 앞세워 가전과 스마트폰 간 연결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모두에서 최고의 제품 라인업을 갖춘 삼성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LG전자는 인도 내 ‘베스트샵’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종합 가전 소매점에서는 LG의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진열 공간을 확보하거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B2B 사업 규모도 늘릴 방침이다. 이달 찾은 인도 사우스이스트델리의 LG전자 브랜드숍도 국내에서 1980년대 초반 팔리던 제품에서 최신 일체형 세탁건조기까지, 흡사 가전 박물관을 보는 듯 천차만별의 다양한 가격대와 기능을 가진 제품이 진열돼 있다. LG전자 인도법인 관계자는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향후 인도 가구의 소득 수준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며 “저가형과 고급형 시장을 모두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
피델리티·골드만 떠날 때도 버틴 박현주…단숨에 '쉐어칸' 인수[다시, KOREA 미러클]
증권 국내증시 2025.07.30 17:46:57이달 1일(현지 시간) 방문한 인도 뭄바이 보리발리웨스트 지역 미래에셋쉐어칸 지점에서는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렸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적립식펀드(SIP) 투자 관련 고객들의 문의가 연신 쏟아졌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지난해 11월 쉐어칸을 약 5800억 원에 인수하고 명칭을 미래에셋쉐어칸으로 변경했다. 2017년 처음 인도에 진출한 후 7년 만이다. 인수 당시 쉐어칸은 인도 전역 80개 도시에서 128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던 현지 10위권 증권사였다. 2023년 5월 쉐어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BNP파리바는 미래에셋그룹 싱가포르법인을 통해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20년 가까이 시장에 진출해 인도 ‘코끼리 경제’의 성장성을 예견했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곧장 검토에 착수했다. 박 회장과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수차례 인도를 다녀오며 승부수를 던졌고 입찰을 거쳐 그해 11월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쉐어칸 인수는 이제 시작이었다. 인도는 외국 자본이 100% 지분을 취득할 때는 약 7개 정부 부처의 개별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먼저 인도 시장에 뿌리를 내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공이 컸다. 2012년 글로벌 3위 운용사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를 시작으로 골드만삭스·JP모건·노무라 등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인도 시장에서 철수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악화한 사업 기반을 이겨내지 못했다. 까다로운 인도 정부의 인허가 규제와 높은 인건비, 리테일 유통 채널 부족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피델리티의 경우 인도에서의 누적 손실이 300억 루피(약 5000억 원)에 달했다. 한 현지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버티지 못했다면 지금 인도 시장에서 미래에셋그룹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단연 박 회장이다. 일찍이 인도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간파하고 있던 그는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인도 인프라가 지금보다 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 인도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만이 가득했던 상황이었다. 박 회장의 뚝심으로 관료주의적 행정절차와 복잡한 규제 체계 등 힘든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고객 우선 철학 아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내세우며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 230억 달러(약 31조 7952억 원)를 달성하며 인도 현지 운용사 중 9위에 올라섰다. 인도 상위 10개 운용사 중 인수합병(M&A) 없이 혼자 힘으로 성장해낸 외국계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했다. 인디아스테이트은행(SBI)이나 HDFC은행같이 대형 계열사들의 지원 없이 오로지 고객 경험을 통한 입소문으로만 이뤄낸 성과다. 바이바브 샤 인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사업전략 헤드는 “박 회장의 강력한 지원 아래 미래에셋은 고객 우선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자산 증대가 아닌 좋은 투자 경험 제공에 집중했다”며 “그 결과 훌륭한 성과를 낸 펀드를 여럿 만들어냈고 고객들에게 선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에 쌓인 신뢰는 인도 정부가 예상보다 빠른 단 1년 만에 최종 승인을 하게 했고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자회사 편입이 됐다. 미래에셋증권 고위 관계자는 “20여 년간 사업을 하면서도 현지에서 소송이나 컴플라이언스 등 어떤 리스크가 발생한 이슈가 없었고 미국·유럽 금융사가 철수할 때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티며 펀드 성과 관리를 잘한 히스토리에 대해 인도 감독 당국이 비즈니스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신뢰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수 이후 약 8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두 회사 간 합병은 순조롭게 마무리되며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 중이다. 오프라인 현지 영업에서 강점을 보이는 쉐어칸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같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 서로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언어·종교·문화가 매우 다양해 지역별 맞춤 전략이 필수인 인도 시장에서 쉐어칸의 현지 영업 능력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쉐어칸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고객 우선 철학은 쉐어칸 조직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직원과 고객 모두 피인수 이후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쉐어칸은 500만 명 이상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 고객과 약 700만 명 규모의 뮤추얼펀드(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 가입 고객을 확보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브랜드 인지도 승계와 고객 기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무스타파 팔디왈라 미래에셋쉐어칸 서부지역 총괄책임자는 “조직·문화·서비스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연착륙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운용사의 경우 회사 내 ETF 조직만 따로 떼어 본격적인 인도 ETF 시장 공략에 나선다. 최근 ‘글로벌 엑스 인디아(Global X India)’ 법인 설립 계획서를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제출했다. 이르면 올해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쉐어칸 인수 당시 5년 내 현지 5위 증권사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인도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앞으로 유입될 고객 수는 지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PwC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주식 계좌 수는 2022년 2분기 말 8970만 개에서 올 1분기 말 1억 8500만 개로 약 3년 새 2배 넘게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비크람 탁 미래에셋쉐어칸 뭄바이 그룹장은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 수가 엄청나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1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선진국 시장 비중(55~60%)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성장 여력이 매우 큰 셈”이라고 설명했다. -
양국 가교 역할하는 '퓨처스랩'…韓 스타트업 24곳 日 진출 지원[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8 17:37:29SBJ은행은 금융 서비스를 넘어 한일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양국 생태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에도 힘을 쏟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SBJ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 퓨처스랩’의 일본판인 퓨처스랩 재팬을 2022년부터 운영, ‘연결과 확장 및 공동 성장’이라는 기조 아래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해오고 있다. 신한 퓨처스랩은 2015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시작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초기 스타트업 성장 가속화를 위한 투자 유치 컨설팅과 사업 설계 지원 등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투자 금액 1023억 원 △협업 비즈니스 311건 △예비 유니콘 26개사 배출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퓨처스랩 재팬은 파트너 기관 협력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에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일본 진출 지원 업무협정을 통해 2023년 9곳, 2024년 15곳을 선발해 일본 진출을 지원했다. 퓨처스랩이 추천한 한국 스타트업 7곳이 도쿄도의 해외 기업 유치 사업에 선발돼 최대 1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일본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퓨처스랩 재팬은 한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일본 스타트업 10개사를 선발해 12월 열린 국내 스타트업 행사 출전을 지원하고 사업 협력을 주선했으며 대기업·파트너사와의 교류도 지속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2023년에는 신한금융과 일본 벤처캐피털(VC) 기업 글로벌브레인(GB)이 공동 출자한 ‘신한·GB 퓨처플로우 펀드’를 조성, 혁신 기술을 갖춘 양국 스타트업에 대한 육성·투자를 진행 중이다. 총 50억 엔 규모로 조성된 이 펀드는 한일 최초로 결성된 스타트업 투자 펀드다. SBJ은행은 일본에 진출해 금융 업무에 어려움을 느끼는 한국계 기업을 위한 실무 금융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계좌 개설과 법인카드 발급, 해외 송금, 융자 등의 금융 업무는 물론 회계사나 행정사 연계를 통한 법인 설립 및 행정절차까지 지원하며 현지에서 실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본 내 한국계 은행으로서 한일 양국의 스타트업 지원을 넘어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교류와 협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식 RM영업·DX 통했다…日 저금리에도 연 10%씩 성장[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5.07.28 17:32:57일본은 금융계가 보수적인 것으로 이름이 높다. 은행 역시 실무자부터 단계를 밟아 꼼꼼하게 따진 뒤 일 처리를 한다. 이런 일본 은행권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SBJ은행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SBJ는 기업금융 담당자(RM·Relationship Manager)를 내세웠다. 각 영업점에 고객 전담 매니저를 배치해 수요에 맞는 해결책을 제공했다. 특히 SBJ는 한국식 속도를 가미했다. 의사 결정 속도가 느린 일본 시장에서 적극적이고 빠른 업무 처리를 해줬다. 그렇게 SBJ는 현지 고객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16주년을 맞는 SBJ는 일본 금융권에서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현재 일본에는 메가뱅크라고 불리는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미즈호은행 등 도시은행과 지방은행 97개, 신탁은행 13개, 기타은행 17개 등 131개 은행이 금융청으로부터 은행업 면허를 받아 영업하고 있다. SBJ는 한국계 법인 은행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한국식 영업 요소를 더해 영업을 확대했다. 거래 고객의 약 90%가 일본 국적 고객으로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SBJ의 본점이 위치한 일본 도쿄 미나토구 시바는 일본과 외국계 법인이 들어서 있는 비즈니스 중심지다. 법인 출범 당시 248억 엔(약 2300억 원)이던 SBJ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1조 7000억 엔 수준으로 불어났다. 장기 저금리가 지속하고 있는 일본 금융시장에서 연 10%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사례는 드물다. 권순박 SBJ은행 법인장은 28일 “성장성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대외적인 평가 지표가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성장을 거쳐오면서 시장 지위가 크게 높아졌으며 일본 금융 매체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BJ는 수익성이 상당히 높다. 설립 이듬해부터 순익을 낸 SBJ는 규모도 지난해 157억 엔까지 커졌다. 올해는 170억 엔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목표다. SBJ의 순익은 웬만한 국내 계열사보다 많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10곳의 손익 가운데 SBJ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신한베트남은행(36%)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SBJ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일본 전체 131개 은행 중 자산 순위가 94위지만 자산수익률(ROA·0.94%)과 자기자본이익률(ROE·12.5%)에서는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SBJ는 일본 내 유일한 한국계 은행 현지법인”이라며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 시장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SBJ는 일본 금융청이 2016년 만든 지표인 ‘본업수익’은 최상위권 수준이다. 본업수익이란 대출과 컨설팅, 금융상품 판매 등 수입에서 경비를 차감해 산출하고 유가증권 운용에 따른 수익을 제외함으로써 은행이 금융기관 본연의 활동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창출하는지 확인하는 지표다. 금융청은 매년 본업이익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SBJ는 지난해 3월 기준 100개에 달하는 지방은행 중 약 13~14위 수준에 해당하는 본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의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셈이다. SBJ의 기업대출 비중은 약 58.4%다. 도쿄와 오사카·요코하마 등 현금화가 쉬운 지역의 부동산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며 다른 일본 은행들과 함께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프로젝트성 대출을 내주기도 한다. 과거에는 태양광 사업 관련 대출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큰 수익을 내기도 했다. 요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 4월에는 신한은행 및 신한자산운용과 함께 일본 미야기현 와타리 지역에 약 20㎿ 규모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개발하는 와타리 BESS 사업에 금융 주선 및 대주단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계 금융기관으로서는 최초다. SBJ는 12억 2500만 엔의 자금 대여를 결정했다. 가계대출은 ‘아베노믹스’ 시절 크게 불어났다. 2012년 말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양적완화 정책이 부동산 시장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2013년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했다. 한발 앞선 예측은 법인의 수익성에 큰 보탬이 됐다. 신한의 디지털과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고효율 시스템도 SBJ만의 강점이다. ‘신한 SOL’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편의성이 높아 고객들이 영업점을 찾아오지 않고도 편리하게 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부터는 주력 상품인 ‘애니(ANY) 주택론’의 100% 비대면화에 성공, 일본 업계 최초로 방문 없이 신청에서 실행까지 대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다. 물론 현지 시장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메가뱅크인 도시은행의 시장 장악력이 여전한 데다 최근에는 인터넷은행의 급성장으로 중소형 외국계 은행에 대한 경쟁 압력이 커지고 있다. 메가뱅크를 중심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 같은 새로운 실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이용 확산은 개인 송금이나 환전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17년 만의 정책금리 인상과 마이너스금리 해제 등 일본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SBJ도 디지털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2020년 설립한 디지털 자회사 SBJ DNX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SBJ DNX는 신한의 글로벌 뱅킹 시스템 ‘AiTHER’를 기반으로 일본 내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에 풀뱅킹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도쿄 기라보시금융그룹 산하의 인터넷은행 UI뱅크에 뱅킹 시스템을 제공했다. SBJ DNX는 UI은행 이외에도 SBJ은행과 연계해 SBJ DNX의 사업 라인업 확대를 위한 새로운 사업 영역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SBJ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전면 비대면(DX)화 프로젝트를 비롯해 법인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구축을 통해 향후 일본 금융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사업 라인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권 법인장은 “급변하는 국제 및 일본의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운용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자금 조달 구조 개선 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 금융 기업으로서 일본에 선도적인 금융 IT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계 은행으로서 한일 양국의 스타트업 지원을 넘어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교류와 협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SBJ가 중간에서 양국 기업들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최태원 "소각 의무화 땐 자사주 매입 위축될 것"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0 18:41:39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상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정부와 국회에 재개정이나 대응책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제약한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17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의 상법 개정에 대해 “일단 받아들이고 실제로 운용하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따라 고치거나 다른 대응책을 낼 수 있도록 건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상법 추가 개정을 추진 중인데 재계는 반대 입장이다. 최 회장은 또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 “자사주 프리덤(자유)을 가져가지 말라는 이야기로 이해한다”며 “(기업이) 자사주를 사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앞으로는 (자사주) 매입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반대보다 후속 대응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정적 영향을 막아보겠다며 1대 1로 대응하기보다는 다른 것들을 풀어 재계 전체로 더 나아지는 상황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업 성장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면 경영을 제약하는 새 입법을 상쇄할 ‘당근’도 내놓을 것이라는 바람이다. 그는 “정부가 친기업을 계속 강조하는데 나쁜 것만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기업이 원하는, 더 성장할 수 있는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한국이 이제부터 성공 방정식으로 성장을 제대로 하려면 민관이 완전히 원팀 형태로 가야 한다”며 “새 정부가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재계도) 서포트(도움)를 드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대한상의 하계포럼’은 예년과 달리 제주가 아닌 경주에서 열렸다. 석 달 뒤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서밋 등을 사전 점검하고 국민적 관심을 이끌자는 취지다. 최 회장은 CEO 서밋 의장으로서 행사 성공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그는 “하드웨어(숙소·행사장 등), 물리적인 거는 어떻게든 맞춰낼 거라고 생각한다”며 “잘 치러내려면 조금 더 소프트적인 것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와 기업 간 여러 성과물이 APEC 기간에 나타나기를 희망했다. 최 회장은 “관세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될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며 “먼저 풀리면 더 좋겠지만 APEC도 좋은 타이밍으로 당장의 위협과 경제 타격을 완화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조선·철강·자동차 등도 기대할 협력 거리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영 승계 준비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은 장남 인근(30) 씨의 컨설팅회사 입사에 대해서는 본인의 선택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장남의 이직을 권유했는지 묻자 “밖에서는 후계 수업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본인이 원했다. 그래서 ‘그래, 그러면 가라’고 한 것”이라며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그래도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
AI 반도체 상위 5%가 이익 독차지…"민관 원팀으로 표준 선점해야"[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20 18:11:50‘1590억 달러 VS 50억 달러.’ 지난해 상위 5%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중위 90% 기업이 창출한 이익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선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첨단산업으로 갈수록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시장의 ‘룰세터(규칙 설립자)’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전체 이익을 엔비디아와 TSMC·SK하이닉스(000660)·브로드컴 등 상위 5% 기업(연간 매출 기준으로 산정)이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 기업이 차지한 경제적 이익은 1590억 달러에 달했고 중위 90% 기업의 이익은 50억 달러에 그쳤다. 하위 5% 기업들은 오히려 37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상위 5% 기업이 전체 반도체 시장이 창출한 경제 이익(1470억 달러)을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시장 판도가 바뀐 것은 불과 2~3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1년~2022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중위 90% 기업들이 가져간 경제적 이익은 연간 300억 달러를 웃돌았다. 기업당 평균 이익으로 환산하면 1억 3000만 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AI 반도체 붐이 일기 시작한 2023년 이들 기업의 평균 이익은 3800만 달러로 급격히 내렸다. 지난해에는 1700만 달러까지 하락하며 2년 만에 88%가량 이익이 줄었다. 승자독식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신규 반도체 제품의 표준을 선두 업체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제품의 경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먼저 표준을 만들고 이에 맞춰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지만 전혀 다른 규격의 반도체는 진입 업체가 앞장서 표준을 정립한다. 새로 열리는 시장에서 ‘룰 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후발 주자들의 진입을 막을 특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2013년 처음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1세대의 경우 개발과 표준 정립이 동시에 진행됐다. 최근 엔비디아가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대중화라는 목표를 앞세우고 추진하고 있는 특수 D램 모듈인 소캠(SOCAMM)도 특정 업체가 독자 메모리 표준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고객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칩을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뀐 만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계에서 제2, 제3의 HBM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로서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유일한 옵션으로 취급받지만 경량화와 저전력 구현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는 만큼 반격의 기회는 열려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는 발열은 낮지만 속도는 비교적 빠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프로세싱인메모리(PIM), 저전력압축메모리모듈(LPCAMM) 등의 수요를 눈여겨보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CXL의 경우 HBM과는 반대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신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 새로운 형태의 경쟁 판도가 펼쳐질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AI 반도체 산업의 승자독식 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대만이 민관 원팀 체제로 40년간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듯 자금·생태계 조성 면에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세액공제 중심에서 보조금이나 지분 투자 등 보다 적극적인 방식의 금전 지원책이 거론된다. 또한 국산화가 어려운 기술 등에 대해서는 해외 기업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은영 삼일PwC 경영연구원 상무는 “AI 반도체에 활용되는 부품들의 국내 역량이 제한적”이라며 “R&D 투자·기술력·인력·투자유치 부분이 모두 부족해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돈 빨아들이는 제2스마트폰"…부품사들도 휴머노이드 참전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0 18:08:16국내 부품 기업들도 앞다퉈 로봇 산업 선진화에 합류하고 있다. 자동차·전자 등 기존 산업에서 쌓아온 센서·제어·고밀도 부품 기술을 로봇 산업으로 확장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용하는 부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4월 기관투자가 설명회에서 휴머노이드 부품 개발 계획을 공개한 현대모비스는 로봇의 관절이나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룹의 로봇 개발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8년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예고한 만큼 속도를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2의 스마트폰’이라고 불릴 만큼 범용성이 큰 것은 물론 시장 가치도 큰 분야”라며 “부품 업계도 시장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마켓리포트에 따르면 로봇 부품 시장은 지난해 124억 달러(약 17조 2670억 원)에서 2033년 238억 달러(약 33조 1415억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 업계도 로봇 산업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부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정보기술(IT) 중심이던 포트폴리오를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의 핵심 사업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일정량씩 내보내는 부품으로, 막대한 전기가 필요한 로봇 산업이 팽창하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곤 삼성전기 상무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MLCC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품 업체 간 협력도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LG이노텍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시각 감지 체계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LG이노텍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장착할 시각 감지 장치를 개발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기존 스마트폰에 묶여 있던 기술력이 로봇 분야로 확대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로봇 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로봇 산업의 매출 5조 9805억 원 중 대부분은 12대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매출 1억 원 미만 기업이 50% 이상이며 10억 원 미만 기업을 포함하면 80%에 육박한다.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가 고착화해 제조 가치사슬 전반에 관련된 중소기업들이 살아남기 지난해지면 경제효과는 한계를 지닌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중소기업의 경우 활용할 만한 기술을 가진 곳도 많지만 다른 기업과 연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조 기업의 데이터를 제공해주거나 연산, 서버 구축에 필요한 시스템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中, 팹리스만 3000개 넘는데…韓은 실력갖춘 곳 15개뿐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기업 2025.07.20 18:05:47자율주행·로봇·인공지능(AI)의 발달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한국은 메모리 쏠림 현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주류인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한국이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의 토대가 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우수한 인력이 유입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PwC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비메모리 점유율은 단 2%에 불과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합산한 전체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7%로 미국(5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비메모리의 경우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대만보다 점유율이 한참 뒤떨어졌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24%를 차지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반도체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막상 글로벌 칩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비메모리 영역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셈이다. 비메모리는 주로 시스템반도체를 일컫는다. 메모리가 정보기술(IT) 기기 안에서 기억과 저장을 맡는 장치라면 시스템반도체는 인간의 ‘두뇌’처럼 연산을 하거나 전력을 관리하고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엔비디아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하는 퀄컴 등이 대표적인 비메모리 회사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종류가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필요로 한다. 2022년 말 미국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뒤 AI 반도체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며 비메모리 반도체는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AI용 비메모리 특수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세계 톱10 안에 드는 한국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딥엑스 등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수주는 없고 기술 경쟁력도 주요 빅테크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 ‘붐’이 일어난 중국은 3000개 이상의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활발한 제품 R&D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가 200개 이상 있다고 하지만 최신 산업과 연계해서 유의미하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은 15개 내외”라고 평가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이다. 국내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반도체 R&D 인력은 1만 2000명 안팎인데 라이벌 회사인 미국 퀄컴의 인력은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로 인력이 편중되면서 중견 칩 설계 회사들은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회사들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만한 파운드리 공정이 부족한 점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삼성전자·DB하이텍·SK키파운드리 등 파운드리 회사가 있지만 첨단 공정 중심이라 중소 회사들이 활용할 구형 공정이 없어 물량을 맡기기 어렵다”고 전했다. 많게는 1000억 원 가까이 들어가는 최신 AI 기술 반도체 개발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AI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개발비의 20~30%가량을 지원할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해외 설계 전문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부품 들고 뛰는 현대차 아틀라스…초격차 첨병된 '피지컬AI'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0 18:03:13“우리가 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역량을 키워온 한국의 제조 기업이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제조 기업은 AI 로봇을 개발·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무궁무진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로 이를 가장 풍부하게 보유한 곳이 결국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로봇 및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로봇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자는 주문이 잇달아 나온다. 한국의 풍부한 산업 데이터와 축적된 생산 노하우를 이용해 로봇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얘기다. 다소 뒤처진 생성형 AI와 달리 로봇에 적용되는 AI는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로봇에 탑재되는 AI는 생성형 AI와 달리 알고리즘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로봇 AI가 학습하는 과정이 필수다. 국내 제조 기업에 근무 중인 숙련자의 위치 데이터와 작업 습관 등을 로봇 AI가 학습하면 성능 개선이 빨라질 수 있는 구조다. 이미 투입된 산업용 로봇의 데이터도 많다. 국제로봇연맹이 발간한 ‘세계 로보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직원 1만 명당 로봇 1012대를 도입해 로봇 밀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 싱가포르(770대), 3위 중국(470대), 4위 독일(429대), 5위 일본(419대)과 격차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화된 로봇이 상용화되려면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통신·반도체·센서 등 복합 기술도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AI 로봇이 개발된 이후 투입될 수 있는 제조 현장이 많은 만큼 로봇들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시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이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어스튜트 애널리티카에 따르면 로봇 시장은 지난해 269억 9000만 달러(약 37조 6946억 원)에서 2033년 2352억 8000만 달러(약 328조 5956억 원)로 9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산업이 최근 둔화하는 제조업의 ‘성장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2021년부터 3년간 자동차·전기전자·섬유 등에 로봇 716대를 투입한 결과 생산성은 60.4% 향상됐고 불량률은 58.7% 감소했다. 로봇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로봇을 잇달아 확대·적용하는 것도 이 같은 연장선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연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수만 대의 로봇을 수년 내 글로벌 공장에 배치할 방침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휴머노이드에 특화된 국제 표준 제정에 처음 나서기도 했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 등 조선 업계도 용접이나 조립 자동화에 로봇을 투입 중이며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냉연 강판 공정에 로봇을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한국이 로봇 시장을 선도해나가려면 공급 기업(로봇 개발사)과 수요 기업(제조업체) 간 협력 강화가 필수다. 로봇 개발 기업들과 협업해 필요한 데이터들을 선별 수집하고 공동으로 설계해 관련 업무에 최적화된 로봇을 개발해 ‘초격차’ 경쟁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국내 제조 기업들이 로봇을 바라보는 시점을 대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로봇 부품 산업을 차세대 동력으로 육성하려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한 정책 지원과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약 2000억 원 규모로 로봇 관련 예산을 책정하면서 연구개발(R&D)과 민간 인수합병(M&A) 및 기업투자를 합하면 2030년까지 1조 원 이상이 휴머노이드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장서 출범시킨 ‘K휴머노이드 연합’을 통한 투자가 기존에 10배 이상으로 확대돼야 AI 로봇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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