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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망은 "NO" AI시설은 "YES"…황당한 지자체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22 17:41:4621일 찾아간 경기 하남시 감일 주택지구에서는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마다 붉은 현수막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남시 감일 주민’ 이름으로 내걸린 현수막에는 ‘3.5배 초고압 증설, 절대 불가’ ‘옥내화는 증설을 위한 한전의 꼼수’와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증설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다.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는 동서울 변전소 입구 앞에 아예 천막을 치고 “산업 시설 하나 없는 곳에 전력 설비가 웬 말이냐”며 농성하고 있다. 하남시는 이 같은 주민 목소리를 명분 삼아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증설 사업 허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업을 막지 말라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의 판정이 있었음에도 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자 한전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하남시청 앞에서 조속한 인허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이 1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한전이 어쩔 수 없이 지출한 전력 구입비는 3000억 원에 달한다. 동해안 원전과 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500㎸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공사도 당초 내년 6월 준공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송배전망 건설 지연 사례는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송도 바이오 산단에 신규 전력을 공급하는 ‘345㎸ 신시흥~신송도 구간’과 남해 해상 풍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실어나를 ‘345kV 신장성 변전소’ 등도 모두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2일 “동서울 변전소의 경우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것인데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무작정 반대만 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역설적인 사실은 동서울 변전소 사업을 막고 있는 하남시가 관내 인공지능(AI) 시설 유치에는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하남시는 교산 신도시 내 약 3만 ㎥ 규모의 AI 교육·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포항공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
에어컨 5만대 전력 하루에 쓰는 챗GPT…"AI 경쟁에 전력망 필수"
경제·금융 정책 2025.04.22 17:40:36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챗GPT의 ‘지브리 화풍’ 이미지 변환 작업 이면에는 막대한 전력 소모라는 그늘이 있다. 카네기멜런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이미지 변환 기능을 사용하는 데 소모되는 전력은 건당 약 2.9Wh에 이른다. 이는 스마트폰을 30%가량 충전할 수 있는 전력이다. 단순 대화 생성(0.047Wh)이나 문장 요약(0.049wh)에 비하면 60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챗GPT의 전기 소비량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이용자가 5억 명을 돌파한 챗GPT는 에어컨 5만 대를 1시간 동안 돌리는 에너지를 매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8TWh로 미국 미시시피주가 1년 내내 사용하는 주택용 전력과 맞먹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에너지 고소비 작업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이미지 변환 기능 사용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첨단기술은 특이점을 지나면 수요와 기술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AI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 세계가 AI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그 이면에서는 기술을 뒷받침할 전력 설비 확보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AI 최강대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날 “우리는 지금의 2배 또는 그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비상 권한을 사용해 대형 공장과 AI 시설을 건설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취임 당일 미국 내 에너지 생산 수송 등의 가속화를 위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며칠 뒤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던 석탄화력발전소의 부활도 예고한 상태다. 이는 AI 컴퓨팅과 AI 데이터센터 등 필수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에너지 확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2일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 ‘드릴 베이비 드릴’로 알려져 있지만 속을 뜯어보면 데이터센터와 발전소·송변전망 등을 계속해서 건설하는 ‘빌드 베이비 빌드’로 바꿔 불러야 맞는다”고 설명했다. AI와 에너지 간 얽히고설킨 관계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5~2024년 10년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연평균 10% 증가했다. 이는 2005~2014년 10년간 증가율(연평균 3%)의 3배를 넘는 속도다. IEA는 향후 10년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전력 소비의 최소 1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2035년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목표 수요 기준 619TWh다. 여기에 10%인 61.9TWh 안팎을 데이터센터 몫으로 배정해야 10년 후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지지 않는 셈이다.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100조~200조 원 AI 투자 △5만 장 첨단 GPU 확보 △한국형 챗GPT 무료 제공 등의 AI 공약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으려면 그에 걸맞은 전력 공급 역시 가능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첨단 GPU와 데이터센터를 싼값에 안정적으로 돌리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중장기적으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에너지믹스’의 황금 비율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2038년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원전(35.2%), 재생에너지(29.2%), 액화천연가스(LNG·10.6%), 석탄(10.1%) 등으로 제시했다. 태양광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기상 조건에 따른 발전량 변동이 너무 커져 AI가 수시로 멈출 수 있다. 그렇다고 값싸고 안정적인 원전을 무작정 늘리자니 주민 수용성이 낮은 데다 입지 제약이 심해 맘먹은 대로 지을 수 없다. 전력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가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AI 데이터센터의 ‘환상의 짝꿍’이 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서두르고 LNG 발전을 ‘브리지 전원’으로 인정해 그 쓰임새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40년까지 석탄발전 폐쇄"…文보다 10년 앞당긴 李
정치 정치일반 2025.04.22 17:37:35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040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잡은 2050년보다 10년 앞당긴 것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의 성패가 전력 확보에 달린 상황에서 서둘러 석탄발전을 중단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는 지구의 날인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2035년 이후 로드맵도 빠르게 재정립하겠다”며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2050년을 탈석탄 달성 시기로 잡은 가운데 이 같은 목표를 10년이나 당긴 것이다. 탄소 중립,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AI 기반 사회’를 중시하는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 역시 AI 100조 원 투자를 골자로 한 산업 육성책을 발표한 가운데 AI 구동에 필요한 전력 수급 계획을 제시하기도 전에 석탄발전 폐쇄를 주장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특히 이 후보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필요한 원전 정책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대로면 석탄발전소의 가동 연한은 통상 30년가량이지만 영흥5·6호기는 이보다 4년 일찍 폐쇄해야 한다. 삼척블루파워1·2호기는 수명 절반도 못 채우고 폐쇄할 위기에 놓인다. 충분한 전력 확보가 불투명한 데다 가동 중인 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이 후보 측도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함께 추구하는 ‘에너지믹스’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서둘러 원전을 폐쇄하기보다는 원전도 함께 유지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의 총량은 확보하되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이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잘 활용해 최대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자는 것이 현재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15년 뒤 한국은…'전력 부족국가' [AI정부로 가자]
경제·금융 경제분석 2025.04.22 17:30:50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15년 뒤인 2040년 10GW(기가와트)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최근 국회를 거쳐 확정한 국가 전력 청사진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6.2GW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실제 필요한 전력이 두 배 가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불어나는 전력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15년 뒤 ‘전력 부족 국가’로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22일 “최근 인공지능(AI)의 무서운 발전 속도를 보면 11차 전기본의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과소 추산됐다”며 “12차 전기본(2026~2040년)에는 이 수요가 5GW 더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전기 사업의 허가, 전기요금 등에 관해 심의·의결하는 전기위원회의 비상임위원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데 이때 데이터센터 수요를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는 당초 11차 전기본에 대형 원전 3기, 소형모듈원전(SMR) 1기 등 총 4기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담았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신설 원전 수를 총 3기(대형 원전 2기, SMR 1기)로 줄인 바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AI 정부의 요체는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고 그 급소는 전력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
中은 화웨이 임원이 직접 강의…"韓도 몰입교육 시스템 갖춰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14 17:42:32중국의 컴퓨터 천재들이 모이는 일종의 특수 교육시설인 베이징대 투링반. 최근 찾아간 투링반 건물 앞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전략연구원장 저우홍이 강의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최고의 인공지능(AI) 전문가가 중국 각지에서 모인 인재들을 집중 육성하는 천재 교육 시스템이 현장에서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최고경영자(CEO)가 가끔 서울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기는 하지만 대부분 인재 채용을 위한 특별 강의 형태여서 100% 실무 교육이 진행되는 투링반과는 성격이 다르다. 투링반은 컴퓨터과학의 아버지인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성을 음차한 것으로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베이징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인 배호진 씨는 “요즘은 2학년만 돼도 1저자로 논문이 나오기도 한다”며 “박사생들의 지도만으로 논문을 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웃 칭화대에서도 AI가 실제 산업에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사례를 예로 든 세미나가 열린다는 예고가 교내 정보망에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우리 교육 시스템도 중국을 벤치마킹해 AI 인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창조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 교육 시스템 자체가 범용 인재를 길러내는 쪽으로 특화돼 있고 어쩌다가 인재가 발굴돼도 의대 입학을 목표로 암기식 교육에 빠져 있어 AI 시대를 선도할 천재를 키워낼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저 수준의 처우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인재들도 늘고 있다. 첨단 학과를 전공한 석박사급 인재들이 졸업과 동시에 해외 기업이나 연구소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 모(30) 씨는 미국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시장 규모부터 차이가 많이 나고, 억대 연봉을 주는데 안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AI 미국기업인 오픈AI의 박사급 AI 연구원 초임 연봉은 약 12억 2000만 원에 달한다. 중국의 천재들이 자국에 남아 딥시크와 같은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교하면 출발선 자체가 다른 셈이다. 실제 베이징대와 칭화대 소속 특수반 학생들은 수학·물리 등의 수업을 최고 난이도로 배운 뒤 대부분 석박사까지 학업을 이어가고 이후에도 중국에 남아 연구를 계속한다.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도 중국 저장대를 졸업한 토종 인재다. 이원석 베이징대 박사과정생은 “중국에서는 조교도 주말 없이 자정까지 연구하는 게 일상”이라며 “학생들의 몰입도와 환경, 제도 모든 면에서 한국과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AI 고급인재 별동대’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위 1% 수준의 AI 고급 인재들이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만큼 고급 인재를 집중 지원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전액 등록금 면제 △연 1억 5000만 원 수준의 고액 장학금 △산업계와의 실질적 연계 트랙 등이 거론된다. 심지어 병역 면제까지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 인재를 열심히 키워도 다들 글로벌 회사로 가버리면서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우리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1% 인재들이 국내에 남을 수 있도록 군 면제 같은 정책을 파격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파격 정책은 정부가 앞장서 설계하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어렵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창의 인재를 키우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학제 개편 중심 교육 개혁으로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최고의 두뇌가 AI나 반도체·컴퓨터 쪽으로 진로를 틀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강력한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美 연구자 90% "인재 경쟁력에 AI 성패 달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4.14 17:40:25인공지능(AI) 연구원들이 AI 연구 과정에서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투입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분야로도 데이터 확보나 컴퓨팅보다 ‘인재 확보’라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14일 미국 조지타운대 내 정책 연구 조직인 CSET가 발간한 ‘핵심 자원은 인재입니다(The Main Resource is the Human)’ 보고서에 따르면 AI 연구자의 90%가 프로젝트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문지식·인재·기술’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대량의 컴퓨팅 자원(51%)과 고유 데이터(5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CSET는 410명의 AI 연구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자들은 예산을 가장 우선적으로 투입할 의사가 있는 분야로도 ‘인재’를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52%가 추가 자금이 생길 경우 ‘연구원 고용’이나 ‘프로그래머 또는 엔지니어 추가 고용’에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뒤이어 22%가 ‘데이터 수집과 정리’, 20%가 ‘컴퓨팅’을 꼽았다. 보고서는 “추가 자금을 사용해 더 많은 인력 고용을 선택할 것이라는 결과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인재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인재 확보의 중요성은 중국의 AI 개발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 신화를 만든 연구진 대부분이 중국 본토 대학 출신의 토종 AI 인재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인 ‘마르코폴로’의 ‘글로벌 AI 인재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20% 수준 AI 연구자 가운데 중국 출신 인재의 비중은 2019년 19%에서 2021년 47%로 크게 늘었다. 최고 수준 AI 연구원의 출신 국가 비중은 2019년 △중국 19% △미국 20% △유럽 17%였으나 2022년 △중국 47% △미국 18% △유럽 12%로 나타났다. 중국 출신 연구자는 압도적으로 증가해 2위인 미국과의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반면 한국의 인재 개발 속도는 더디다. 상위 20% 수준 AI 연구자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두 기간 모두 동일하게 2%를 기록했다. 국내 연구 인력도 감소세다. 과학기술인재정책 플랫폼에 따르면 국내 학사 기준 과학기술 전공 인력은 2018년(93만 6183명)부터 꾸준히 줄어 지난해에는 89만 3249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AI 산업을 이끌고, 그와 함께 국내 기업과 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동반돼야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은경 이화여대 인공지능대학 교수는 “한국은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협업하는 경우는 많아도 국내 기업끼리 협업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실력 있는 국내 기업끼리의 협력과 정부·기업·학교 간 협력이 활성화돼야 큰 효과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
韓 AI 특허, 中 8% 수준…정부 주도 전략이 성적 갈랐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4.14 17:37:50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 관련 특허출원 건수가 중국의 8%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술 분야 혁신의 ‘지휘자’ 역할을 도맡아 AI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인재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미국의 특허관리 회사 트라이앵글 IP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AI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 30만 510건 △미국 6만 7773건 △일본 2만 6429건 △인도 2만 5991건 △한국 2만 3666건 등이다. 중국의 기술기업인 텐센트는 지난해 4794건의 특허를 출원해 미국의 구글(4456건)을 앞지르기도 했다. 보고서는 “바이두·텐센트·화웨이는 ‘기록적인 속도’로 AI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미국 기술 대기업인 구글·마이크로소프트·IBM을 앞지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의 7.8% 수준에 그쳤다. 특허청의 지난해 상반기 잠정 통계도 비슷하다. 국내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의 특허출원 건수는 1만 309건으로 이 가운데 AI 분야는 3701건에 그친다. AI 분야는 학습 및 추론과 언어·청각·시각·복합지능, AI 서비스를 포함한다. 중국은 2015년부터 제조업의 질적 성장을 꾀하기 위한 전략을 담은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지능 제조’의 개념을 언급했고 같은 해 7월 11가지 ‘인터넷+’ 전략으로 AI를 지정했다. 이후 2017년 ‘신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통해 AI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한국도 지난해 ‘국가 인공지능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차 국가AI위원회에서 발표했지만 대통령의 공석으로 지난해 9월 출범 이후로 눈에 띄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AI위원회 기술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특훈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비해 시장과 인재 풀이 작은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1%의 인재를 키우되 그들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 당근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의 AI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보편 교육뿐만 아니라 필요한 인재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전략적으로 인재를 키워나갈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
베이징만 1100명인데…韓 AI전문교사 '0명'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14 17:28:08인공지능(AI)을 둘러싼 전 세계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인재 양성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초등학교 때부터 AI 전문 교원을 두고 천재 육성에 나선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교 AI 학과마저 법 규제에 가로막혀 증원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는 최근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 강화를 위해 AI 전문 교사 100명, 핵심 교사 1000명 등 총 1100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미 중국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대학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AI를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인재 양성 인프라가 세계 최후진국 수준으로 뒤처져 있다. 교육부는 기존 초중고 교사 32만 명을 대상으로 AI 연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AI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도 중국이 2020년부터 시행한 데 반해 한국은 올해 상반기부터 일부 과목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에 나선 수준이다. 대학 교육의 수준 차이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중국에는 AI 학과가 535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나 베이징대에서는 AI 천재를 집중 육성하는 특수반이 개설돼 있고 이곳에서는 민간을 대표하는 석학들이 미래의 량원펑(딥시크 창업자)을 길러내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은 입학 정원이 1999년에 정해진 11만 7145명으로 26년간 묶여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대학이 실제 선발하는 입학 정원은 그보다 적어 7000명 가까이 정원을 더 늘릴 수 있지만 교원 확보율 규제 등으로 AI 학과 정원 증가가 소폭에 그치고 있다. 2023년 이후 2년 동안 수도권이 늘린 AI 학과 증원 수는 205명에 그쳤다. -
이제 'AI 정부'로 가자
산업 기업 2025.04.08 17:39:35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원로와 청년들은 “이대로는 국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가난을 딛고 일어선 70대 원로부터 배고픔을 경험하지 않은 20대 청년들까지 입을 모아 ‘불안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의 성장 엔진이 이대로 멈출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막연한 공포가 아니다. 1%대로 낮아진 잠재성장률, 추월당하는 기술 경쟁력, 가장 빠른 고령화와 저출생 등이 뚜렷한 위기의 징조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빅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AI 혁명은 과거 우리가 추격했던 산업화·민주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지금 선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그 격차를 좁힐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는 출발 총성이 울린 지 오래다. 심지어 미국·중국은 이미 글로벌 AI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다. 아직 추격의 시간은 있다. 정부부터 바뀌면 된다. 정책의 모든 우선순위를 AI에 둘 정도의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좌우를 떠나 차기 정부는 당장 세 가지 과제부터 풀어야 한다. 먼저 최소 100조 원 규모의 ‘AI 특별기금’ 조성이다. AI 패권 경쟁은 국가 총력전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칩과 데이터센터, 이것을 가동할 전력망 구축을 위해 100조 원 이상의 실탄이 필요하다. 올해 365조 원에 이르는 의무지출부터 구조조정할 수 있는 결기가 필요하다. 정부 조직의 재구조화도 절실하다. 대통령실부터 섬마을 읍사무소까지 AI 과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AI 부총리를 둬 정책 전반을 컨트롤하게 해야 한다. 중앙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 ‘최고AI책임자(CAIO)’를 둬야 한다. 그래야 부처별 밥그릇 싸움을 막고 예산이 현장에서 빠르게 집행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 생태계 구축이다. 정부가 일감을 줘 초기 AI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고 건강보험 데이터 등 ‘메가 데이터’를 개방해야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8일 “정부가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빅데이터 규제는 풀어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AI 보틀넥 해소, 전력망이 최대 복병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08 17:37:444일 방문한 충남 당진의 송전망 건설 현장. 현장에서는 지중화를 위한 지하 터널 굴착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굴착 작업만으로도 최소 10개월 이상 걸린다”며 “착공은 했지만 송전선로 준공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인근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당진화력과 신송산 변전소를 연결하는 11.6㎞ 길이의 345㎸급 송전망 건설 사업이다. 하지만 사업 계획이 최초로 발표된 2013년 이후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지난해 5월부터 착공이 시작돼 원래 준공 목표였던 2021년보다 7년이나 넘게 지연되며 2028년쯤 준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들이 환경 문제와 건강권을 이유로 지중화를 요구했고 결국 한국전력이 이를 수용하면서 사업이 지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국가로 가는 길에 놓인 숨은 복병으로 전력망 문제를 꼽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운영 특성상 막대한 전력을 소비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글로벌 에너지 관리 기업인 슈나이더일렉트릭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8년까지 연평균 최대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곳곳에서 송전선로 구축이 지연되면서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당진화력과 신송산을 잇는 송전망 건설이 지연돼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추가 전력 공급이 멈춰선 상태다. 해당 산업단지는 가스공사의 LNG 비축 기지와 LG화학의 고성능 단열재 공장 등 대기업·국가기관 시설이 들어선 곳이다. 설령 AI 칩과 데이터센터를 대량으로 확보하더라도 전력이 없으면 가동이 불가능하거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고품질 전력이 AI 시대의 무기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는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지연과 주민들의 반발 문제를 속도감 있게 풀어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서해안 지역에서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의 경우에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려 21년 만인 최근에야 준공돼 인근 산업단지 등에 전력 공급을 할 수 있었다. 해당 송전선로가 전력을 공급하는 충남 천안·아산 디스플레이 단지에는 330만 ㎡ 규모로 조성된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협력 업체 6곳이 자리해 있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마련된 전력망특별법이 인허가 절차 간소화에 일부 기여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력망 구축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칩 확보서 데이터센터까지…전 산업에 'AI 고속도로' 깔아야
경제·금융 정책 2025.04.08 17:37:11광주 북구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1동(棟) 자리잡고 있다. 이 데이터센터에서 활용하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숫자는 총 880장. 서버 한 대당 8장의 H100을 꽂아 총 110대의 서버를 운용하는 구조다. 미국 빅테크인 메타가 연내 GPU 130만 개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감안하면 비교가 민망한 수준이다. 이 데이터센터 설계 과정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8일 “현재 1장당 5500만 원 선인 H100을 싼값에 다수 선점할 수 있어 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면서 “건립 과정에서 정부 반대로 일부 AI 가속기만 H100으로 구성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국가의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고성능 GPU를 다수 비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정부의 정책적 판단 미스로 놓쳤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H100 보유량은 민관을 통틀어 2000여 장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1만 장 이상의 고성능 GPU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제품을 입도선매해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AI 정부의 최대 핵심은 민간기업들이 직접 깔기 어려운 AI 인프라를 정부가 나서 구축해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총 3900조 원(마이크로소프트) 기업의 투자 물량 공세에 국내 민간기업들이 맞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에서 발간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투자는 2022년 31억 달러에서 2024년 13억 3000만 달러로 도리어 뒷걸음쳤다. 이 기간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이 위축된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이 자본 지출의 대부분(2024년 4분기 44~77%)을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해 사용하는 데 반해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은 3~6%에 그친다. 국가AI위원회는 2024~2027년 4년간 민간의 AI 투자가 총 65조 원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이 중 88%가 메모리와 같은 AI 반도체에 쏠려 있다. AI 칩을 사들이거나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여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간의 인프라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마중물 투자가 절실한 이유다. 실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GPU와 데이터센터를 산업화 시절 서울과 부산을 연결한 경부고속도로 같은 핵심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에 들어간 건설비 429억 7300만 원은 건설 구상이 처음 나온 1967년 국가 예산의 23.6%에 해당했다. 단순 대입하면 AI 인프라에 올해 국가 예산의 23.6%를 쏟아부을 경우 1000억 원 규모의 국가AI데이터센터를 전국에 1590개나 더 세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AI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국가 재정 건전성도 지켜내려면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차기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정치적 결단을 내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AI 투자 예산을 민관 합작 기금 형태로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송정희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은 “AI 관련 사업자들로부터 출연받아 AI 촉진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과거 정부가 정보화 사업에 썼던 예산을 반영하면 100조 원 이상 기금 마련이 가능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간 디지털뉴딜 등에 49조 원을 썼고 윤석열 전 대통령도 3년간 디지털플랫폼정부 등에 36조 6000억 원의 국가정보화 예산(중앙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합계)을 편성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정책위원회도 ‘한국판 엔비디아’를 만들겠다며 50조 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국부펀드 조성 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김종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AI대학원장은 “민관이 협력해 ‘공용주차장 개념의 공동 활용 데이터센터’를 만들 경우 개별 데이터센터 구축의 파편화를 해소하면서 공간·에너지 효율성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국내 AI 시장을 지키고 AI 주권도 지킬 수 있는 투자의 지지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77년 묵은 정부조직, 데이터 중심 대수술…'AI 부총리' 도입을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08 17:36:24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에서는 출생신고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산모가 출산 직후 병원 침대에서 출생신고를 하면 몇 분 안에 의료보험 혜택과 육아 지원금 안내가 자동으로 도착한다. 우리나라처럼 남편이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할 필요도, 복지 기관을 찾아갈 이유도 없다. 에스토니아 정부가 운영하는 전 국민 데이터 연계 플랫폼 ‘X로드’에 인공지능(AI) 기반 복지 행정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필요한 공공서비스는 AI가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통해 사전에 제공하고 정부의 정책 설계에도 반영된다. 행정과 민원 상담은 AI 관료인 ‘뷰로크라트’가 수행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AI 기반의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부처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AI가 행정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춘 에스토니아와 달리 우리나라는 1948년 제정된 정부조직법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빅데이터 활용 능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이유다. 실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3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빅데이터 사용 및 활용 능력 수준은 평가 대상 63개 국가 중 31위에 머물렀다. 현행 정부조직법은 각 부처를 기능 중심의 위계적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직된 구조는 부처 간 칸막이 현상을 심화시키고 협업을 어렵게 만든다. AI와 데이터 기반의 정책 설계를 위한 유연 조직 개념 자체가 없다. 디지털 태스크포스(TF)나 실험 조직을 만들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조직일 뿐이다. 현 정부조직법 체계에서는 데이터가 부처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고여 있게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AI가 정책 주체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조직법은 행정부의 정책을 사람만이 설계하고 판단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AI가 데이터를 아무리 잘 분석·예측하고 정책을 설계하더라도 그 판단은 공식적으로 채택될 수 없다. AI가 보조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조직법을 AI 중심으로 과감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법안에 ‘유연 조직’ 개념을 반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능 중심의 조직에서 벗어나 특정 정책 과제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형 조직을 상설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 조직에서는 AI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정책의 공동 파트너 역할을 하게 된다. 법을 개정해 AI 기반 정책 설계를 총괄 조정하는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 AI 업무 전반을 통할하는 전담 부총리를 두는 동시에 AI혁신처를 신설해 각 부처 간 데이터 흐름을 조정하고 디지털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조직은 AI 기반의 행정 혁신뿐 아니라 법·제도 개편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 싱가포르는 국가 주도로 디지털 전담 조직을 정부 조직 내에 두고 기존 부처 간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구조를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전략 수립은 국무총리실 산하 스마트네이션오피스(SNO)가 맡고 실행은 부처별로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기술직인 ‘정부기술청(GTC)’이 수행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8일 “AI 정부로 전환하려면 단순히 조직만 바꿀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처럼 민간과의 경계가 유연한 개방형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직적인 인력 구조도 수평적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AI 시대에는 고위직 관료의 행정 경험이나 노하우보다 AI를 활용해 양질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책 설계에 도움이 되는 답을 도출해내는 역량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기존의 군단형 정부 조직이 게릴라형 또는 1인 유닛 기반 조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는 “AI 정부의 조직은 기존의 장관·실장·국장·과장·사무관으로 이어지는 위계적인 구조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하위직도 상위직 못지않은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 예산으로 큰 삼성SDS, 매출 14조 글로벌기업 됐다
경제·금융 정책 2025.04.08 17:34:54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삼성전자 스마트카드사업부 등 4개 시스템통합(SI) 사업 조직과 인력을 흡수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탄생한 삼성SDS. 생존 위기에 몰려 있던 삼성SDS는 출범 석 달 뒤인 1998년 10월 행정자치부의 그룹웨어시스템 공급 업체로 최종 선정되면서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SDS는 최저가인 17억 4000만 원을 써내며 경쟁사들을 제치고 공급권을 따냈다. 행자부가 그룹웨어 도입에 책정한 예산은 27억 원이었으니 이보다 10억 원 가까이 낮은 가격을 공격적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이를 필두로 삼성SDS는 컨소시엄 혹은 독자 사업팀을 꾸려 김대중 정부가 선정한 전자정부 11개 중점 사업 중 7개를 수행하면서 비로소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정부 예산이 신수종 기업을 살린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삼성SDS는 공공 부문에서 실력을 키워 해외 진출에도 성공하면서 지난해 매출 13조 8000억 원, 영업이익 9111억 원을 실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대전환기에 제2·제3의 삼성SDS 같은 기업이 나오려면 20여 년 전처럼 정부가 앞장서 AI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준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AI 시장이 무르익을 때까지 정부가 ‘퍼스트 바이어’로서 기업들의 리스크를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 SI 업체들의 나눠 먹기를 조장하는 과도한 대기업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 2013년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장 진출을 막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생겨난 뒤 영세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정부 부처의 대규모 전산망 마비 사태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백악관도 'AI 정부' 전환 착수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08 17:33:43인공지능(AI) 최강국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AI 정부 전환에 착수했다. 세계 최고 민간 AI 기업을 둔 미국이 혁신에 더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7일(현지 시간)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실과 협력해 ‘연방정부의 AI 활용 및 조달 장벽 제거’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공공서비스 혁신과 함께 AI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백악관은 정부 각 부처가 AI 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각 부처에 최고AI책임자(CAIO)를 두고 이들이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혁신 리더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CAIO는 AI 예산 및 기술 투자에 대한 자문 역할도 담당한다. 백악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AI 기술이 각 기관에 신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조달 체계 또한 개선하기로 했다. AI 기술 조달과 관련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이미 여러 연방 기관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보훈처(VA)는 AI 도구를 활용해 폐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법무부(DOJ)는 전 세계 마약 시장을 AI로 분석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항공우주국(NASA·나사)도 탐사 로버의 자율주행에 AI를 접목해 과학 탐사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백악관은 “AI 기술 채택을 통해 정부 기관은 더 민첩하고 비용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염재호 “2030년까지 정부 업무 95% AI 적용해야”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4.08 17:33:18염재호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2030년까지 정부 업무의 95%를 AI와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AI위원회는 지난해 9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AI 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조직이다. 염 부위원장은 “AI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관장하는 별도의 부처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AI컴퓨팅센터 관장,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 빅테이터 관리까지 도맡을 조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염 부위원장은 제19대 고려대 총장을 지낸 뒤 태재대 총장을 맡고 있는 교육계 원로이면서 현재는 한국 AI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염 부위원장은 AI 업무를 담당하는 별개의 조직이 있어야 정부 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데이터와 지식재산권 관리, AI 인재 육성 등의 업무가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계청·개인정보보호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통합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AI 정부로의 변화를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넘나들며 AI 관련 업무를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염 부위원장은 AI 전담 조직이 맡아야 할 역할도 제안했다. 그는 “AI 전담 부서가 만들어지면 해야 할 일이 세 가지 정도 있다”며 “우선 AI컴퓨팅센터를 마련해 ‘소버린(주권) AI’를 만들기 위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버린 AI는 각 국가나 지역의 문화·역사·가치관을 반영한 맞춤형 AI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 해외 빅테크가 이끄는 AI 시장에서 한국에 특화된 주권을 가진 AI 모델을 개발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염 부위원장은 이어 “획기적인 인재 확충과 ‘클린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며 “통계청을 빅데이터청 혹은 데이터부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 데이터는 말 그대로 ‘깨끗하게 정제된 데이터’를 의미한다. 오타·오류나 중복된 내용 등 불필요한 내용이 없고 분석·활용이 가능한 상태의 데이터다. 이를 위해서는 원본 상태의 로(raw)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염 부위원장은 “AI가 도입되면 정부 업무가 효율화되고 인력 수요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남는 인력은 데이터 클리닝 업무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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