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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일본·대만 찍고 다음은 중동…"사우디서 글로벌 B2B기업으로 도약"
산업 IT 2025.08.17 17:43:53네이버가 일본과 대만에서의 라인 성공 경험을 토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최근 태국 AI 기업인 시암AI 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 및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아시아에서 더 서진(西進)해 중동 총괄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 RHQ’도 설립했다. 또 한번의 도전이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사우디아라비아는 ‘기회의 땅’이자 동시에 ‘좌절의 땅’으로 불린다. 사우디 정부 주도로 탈(脫)석유 정책을 펼치며 IT 분야에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문화적 간극 등의 이유로 실제 수주에서는 번번히 좌절했던 탓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2023년 사우디에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사우디에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최근 중동 지역 총괄 법인 ‘네이버 아라비아 RHQ’의 주재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오창민 전략사업지원 리더는 그 비결로 ‘기술력’을 꼽았다. 오 리더는 14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IT 분야는 그야말로 국가 간 장벽 없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라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사우디에서 네이버가 수주에 성공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도시 단위의 대규모 공간에서 디지털트윈을 구축할 때는 수작업이 많아질수록 제작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자동화가 중요하다. 이때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트윈XR’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트윈 솔루션, 인공지능(AI) 기반 위치 인식 기술 등을 제공하고 있어 작업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오 리더는 “네이버가 디지털트윈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선정된 이유가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기술 경쟁력’이었기 때문에 더욱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네이버의 기술력이 글로벌 무대에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오 리더는 무슬림 국가인 사우디에서 처음 사업을 영위할 때는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네이버가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한 ‘메카’는 이슬람의 제1 성지로, 무슬림 외에는 출입이 제한돼 있어 네이버랩스 직원이 직접 들어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무슬림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수치를 원격으로 확인했고 총 출장 기간이 4주에서 10주로 늘어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네이버는 대만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문화적 차이를 기회로 활용하기로 했다. 오 리더는 “사우디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각축전이 열리는 시장으로,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와 동일한 방식으로는 싸우기 어려워 택한 전략이 ‘컬처럴라이제이션(문화화)’”이라며 “네이버가 국내에서 수많은 경쟁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화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반영해 생존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사우디에 가장 최적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방향을 선택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우디에서의 경험을 발판으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향후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시작으로 예약·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사우디 현지에 특화된 슈퍼앱을 내놓을 방침이다. 오 리더는 “네이버가 사우디를 선택한 것은 네이버가 보유한 ‘기존 레거시가 적고 혁신 수용성이 높으며 집중적인 자본 투자가 가능한’ 네이버가 경쟁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며 “사우디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중심으로 성장해온 것을 넘어 기업간거래(B2B)·기업과정부간거래(B2G) 기반 글로벌 기업으로 비즈니스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라인 출시 몇달간 MAU 고작 100만…무료앱·프렌즈 스티커로 '반전'
산업 IT 2025.08.17 17:42:54“라인(LINE)을 사용하냐구요? 허허. 대만에서 라인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거예요.” 11일 타이베이 공항에서 시먼역까지 이동하던 도중 택시 기사에게 ‘라인을 사용하느냐’고 질문했다. 택시 기사는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으면서 이같이 답했다. 이어 그는 “하해성황묘에 가면 라인으로 소원을 빌 수 있다”고 답을 더했다. 택시 기사가 언급한 하해성황묘는 타이베이의 오래된 도교 사당이다. 실제 찾아간 하해성황묘에서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빈 후 라인페이로 기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상 소통은 물론 상점 결제, 종교시설 기부에 이르기까지 라인은 대만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었다. 네이버가 현지 진출 14년 만에 이룬 업적이다. 물론 네이버가 대만에서 라인을 현재의 지위에 올려놓기까지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어려울 줄 알면서도 나선 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고 매 순간 절박할 수밖에 없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글로벌 시장을 향한 일념이 네이버를 국경 밖으로 향하게 했다. 일본과 닮은 듯한 대만, 쉬울 줄 알았지만 쉽지 않았다 라인의 첫 시작은 일본에서부터다. 이 의장은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하고 1년 뒤인 2000년 자본금 1억 엔(약 9억 4000만 원)으로 네이버 재팬을 설립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 이 의장은 2016년 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 당시를 돌이켜보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하는 심정이었다”며 “인터넷 서비스로 다른 나라에서 자리 잡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의장은 대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전화는 끊겨도 인터넷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작동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본 이용자들이 가까운 지인과의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페이스북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SNS더라도, 개방된 공간에서 다수의 이용자와 소통하는 것은 일본 정서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2011년, 일본 현지 특성에 꼭 맞춘 SNS ‘라인’이 탄생했고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이 의장은 일본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곧바로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약 50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기에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는 대만. 일본에서의 운영 전략을 그대로 따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네이버 재팬 등의 시행착오로 일본에서 작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춘 것과는 달리 대만에서의 입지는 ‘0’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출시 몇 달간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00만 명이 채 안 될 만큼 첫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 대만의 특성에 집중, 대만에 맞춘 서비스 만들다 이 때문에 회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오로지 대만만 갖고 있는 특성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30% 수준이었던 대만은 앱을 유료로 이용하는 데는 거부감이 있었다. 이에 라인은 당시 유료로 제공되던 ‘왓츠앱’과는 달리 처음부터 무료 SNS를 표방하며 이용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특성도 적극 활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이모티콘)’ 서비스다. 로저 첸 대만 라인 최고경영자(CEO)는 “스티커는 대만 시장에서 라인의 빠른 성장에 기여한 주요 요인”이라며 “라인 이전에는 작은 이모티콘만 제공돼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웠다면, 라인의 큰 스티커들이 등장하며 더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대만 현지 기업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도 도움이 됐다. 라인은 2013년 대만의 1위 통신 회사인 청화텔레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당시 대만 이동통신사와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가 협업을 맺은 첫 사례였다. 청화텔레콤에서 라인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라인을 통해 보내는 문자·사진·동영상 데이터 전송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빠르게 이용자를 늘린 것이다. 2014년 대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라인은 본격적으로 대만 현지법인을 세우고 다른 서비스로도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라인페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페이를 선보일 당시 대만 국회에서 전자결제 시스템 관리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부 차원에서 ‘현금 없는 사회’를 주도했다”며 “라인페이는 디지털 전환(DX)이 필요했던 현지 니즈(수요)를 정확히 읽어내며 대만 1위 서비스로 자리 잡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
대만 노점에도 초록 결제창…10명 중 9명이 '라인(LINE)' 유저
산업 IT 2025.08.17 17:40:59이달 11일 찾아간 대만 타이베이의 디화제. ‘대만의 주방’으로 불리는 디화제는 대만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전국 각지의 특산물 취급점과 오래된 맛집이 즐비해 늘 현지인과 관광객이 북적인다. 눈에 띄는 점은 음식점이나 상점뿐 아니라 소형 노점에서도 사람들이 현금이 아닌 휴대폰을 내미는 모습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e커머스가 전체 소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정보기술(IT) 기반 소비가 약했던 대만의 이른바 ‘상전벽해’다. ★관련 기사 5면 이 같은 변화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과일노점상 첸 씨는 손가락으로 노점 앞에 부착된 초록색 결제 안내 표식을 가리켰다. 그는 “요즘은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손님 3명 중 2명은 ‘라인(LINE)’으로 결제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 IT 기업 네이버가 ‘현금의 나라’였던 대만의 일상 풍경을 바꾼 것이다. 라인은 2011년 대만 서비스 시작 이후 14년 만에 대만인들에게 ‘없으면 안 되는’ IT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대만 인구의 94%인 2200만 명이 라인을 사용한다. 라인페이 사용자는 1200만 명에 달한다. 택시·렌터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고 이용자는 출시 1년 만에 430만 명을 넘어섰다. 라인은 대만에서 단순한 앱을 넘어 국가 IT 인프라로 계속 진화 중이다. 이제는 재산세 등 세금 납부, 의료 서비스 예약, 지진 등 천재지변 경보까지 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라인의 성공 요인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처음 라인을 대만에 선보일 때부터 본사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사용자의 수요를 관찰해 반영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안착시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전했다. -
그룹 채권단 관리때도 안 팔아…亞기업 첫 체코증시 입성
산업 산업일반 2025.08.10 17:42:41두산스코다파워 공장은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약 90㎞ 떨어진 플젠시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찾은 플젠시는 체코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지만 인구가 18만 명밖에 되지 않아 한적한 전원도시의 분위기를 풍겼다. 작은 마을에 펼쳐진 공장은 축구장 약 5개(3만 3000㎡) 크기였다. 공장에 들어서자 ‘DOOSAN(두산)’이 적힌 작업복을 입은 현지 직원들이 육중한 기계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공장 관계자는 “현재 여름휴가 기간이지만 일감이 많이 쌓여 직원들이 휴가를 미루고 생산 현장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작업자들은 블레이드(날개)와 로터(회전축)·밸브·케이스·나사 등 라인별로 부품을 가공한 뒤 증기터빈을 최종 조립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증기터빈의 크기는 출력 용량에 따라 달랐지만 로터를 기준으로 큰 것은 길이 8.5m, 직경 1.2m에 달하고 무게도 34톤에 이르렀다. 압축된 증기를 받아들여 로터를 돌리는 블레이드 제작은 핵심 생산공정 중 하나였다. 작업자들은 가공 머시닝센터를 통해 정밀하게 깎인 블레이드의 마모 정도와 깨짐 여부를 검수하고 있었다. 부품 가공은 주로 기계가 하지만 최종 작업에는 사람의 손과 눈이 필요했다. 블레이드와 로터의 결합은 용접으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연결 부분을 암수로 만들고 공간을 조정해 끼우는 정교한 작업이었다. 임영기 두산스코다파워 법인장(CEO)은 “금속은 열을 받으면 팽창하기 때문에 그 공간까지 고려하는 ㎜ 단위의 세밀한 조정이 필수”라며 “설계도만 있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증기터빈은 발전소에서 생성된 고온·고압 증기로 내부 회전 날개를 돌려 기계적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전력 핵심 장치로 잘 알려져 있다. 블레이드를 단 로터는 터빈 내부에서 초당 50~60번, 시간으로 따지면 18만~21만 5000번 회전한다. 중간중간 오버홀(분해 점검·수리)을 통해 부품을 대체하지만 사용 기한은 무려 15년에 달한다. 작은 오차에도 회전축 균형이 깨져 고장과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정확도와 내구성이 요구된다. 이 큰 공장에서 연간 겨우 20기 정도의 증기터빈을 생산하는 이유다. 정상인 두산스코다파워 서비스디렉터는 “체코는 과거부터 세계적으로 유리 공예가 뛰어났다”면서 “공장 직원들의 손 기술도 대단한 수준”이라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당시 두산중공업)는 2009년 6600억 원을 투자해 스코다파워 지분 100%를 인수했다. 스코다그룹은 1859년 만들어진 체코 국민 기업으로 창업자인 에밀 스코다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에 버금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체코(당시 체코슬로바키아) 정부에 의해 국유화된 뒤 실적이 악화됐고 1990년대 그룹 해체 및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이때 두산은 10년 넘게 스코다파워와 맺은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별다른 국민적 반대 없이 체코 정부로부터 인수를 승인받았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스코다파워는 서로에 날개를 달아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스코다파워의 증기터빈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보다 용량이 큰 증기터빈을 만들었고, 증기터빈보다 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가스터빈까지 생산하는 데 이르렀다. 스코다파워는 두산의 영업망을 통해 전 세계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매출과 이익이 쑥쑥 커나갔다. 임 법인장은 “인수 전에는 매출의 90%가 동유럽에서 나왔는데 인수 후에는 80% 이상이 동유럽 이외 지역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2020년 12조 원에 육박한 차입금 탓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당시 자금 마련을 위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와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를 팔았지만 두산스코다파워는 매각하지 않았다. 글로벌 원전 시장 부활을 예상하고 대비한 것이다. 결국 두산스코다파워는 5월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가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을 최종 수주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회사는 체코에서 이미 가동 중인 원전 6기 모두에 증기 터빈을 공급하고, 독일과 핀란드 등까지 포함하면 총 26기의 터빈을 유럽 원전에 납품한 바 있다. 체코는 자국 기업이던 두산스코다파워가 새 원전에도 증기터빈을 공급해주기를 바랐고, 회사를 인수해 15년간 성장시킨 두산과 한국에 신뢰를 보였다. 특히 체코 정부가 요구한 현지화율은 팀코리아에 안성맞춤이었다. 체코는 원전 건설과 추후 운영 과정에 현지화율 60%를 요구했는데, 한국은 두산스코다파워만으로 이미 현지화율 20%를 달성하는 효과가 있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체코 신원전에 증기터빈과 발전기를 만들어 공급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를 위해 발전기 생산 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이전할 계획이다. 기술이전 완료 시 현지화율이 30%로 올라가고 두산스코다파워는 2029년부터 소형모듈원전(SMR), 복합 화력 등 다양한 발전소용 발전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돼 원전 사업 수행 능력이 한층 높아진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올 2월 체코 증시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체코 증시에 발전 기자재 기업이 상장한 것도, 아시아 기업이 상장한 것도 처음이다. 상장 당시 주당 240코루나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340코루나로 40%가량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증기터빈을 비롯해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3대 핵심 주 기기를 모두 만들어내면서 글로벌 원전 파운드리(위탁 생산)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재까지 원자로 34대, 증기발생기 124대를 제작 납품했다. SMR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의 글로벌 수주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
플젠, 이젠 두산의 도시로…"인구 15%가 두산패밀리"
산업 산업일반 2025.08.10 15:56:49“플젠은 과거 스코다의 도시였는데 이제는 두산(000150)의 도시가 돼가고 있습니다.” 25일 방문한 체코 프로축구 1부 리그 ‘FC 빅토리아 플젠’의 홈구장. 1만 2000명 규모의 전용 경기장에는 ‘Doosan Arena(두산아레나)’라는 이름이 선명히 박혀 있었다. 이날은 경기가 없었지만 선수들은 ‘Doosan’이 가슴에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빈다고 했다. 두산은 2005년부터 20년째 FC 빅토리아 플젠을 후원하고 있다. 두산스코다파워 인수 전부터 꾸준히 지역사회와 호흡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150년 전통의 국민 기업 스코다파워를 인수할 때 플젠에서 반발이 거의 없었던 데 힘이 됐다. 1911년 창단해 역사는 깊지만 줄곧 1·2부 리그를 오가며 하위권에 머물렀던 FC 빅토리아 플젠은 두산이 메인 스폰서가 돼 재정 상황이 나아지면서 리그 1·2위를 다투는 명문 구단으로 성장했다. 구단 관계자는 “2010년 전까지는 한 차례도 우승을 못 했지만 지금은 벌써 3차례 이상 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도 두 차례나 진출했다”고 말했다. 두산스코다파워가 플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했다. 두산스코다파워 플젠 공장에서 일하는 1000여 명의 직원 중 한국인은 단 4명뿐이다. 임영기 두산스코다파워 법인장(CEO)은 “대부분의 직원은 플젠 지역민인데, 협력사 직원과 그 가족을 포함하면 플젠시 인구 18만 명 중 15% 수준인 약 2만 5000명이 ‘두산스코다파워 패밀리’”라고 설명했다. 두산도 플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지역 기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직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엔지니어는 인근 웨스트보헤미아대 공대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웨스트보헤미아대는 체코의 명문 공대로 잘 알려져 있다. 플젠 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20여 명의 학생이 스코다파워 공장에서 기술을 연마 중이다. 법인세 납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두산스코다파워에 발전기 기술을 이전하고 관련 생산 시설을 갖춘다. 최소 20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공장 증설과 설비 투자에 따라 지역사회 고용 등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스코다파워 관계자는 “FC 빅토리아 플젠과 함께하는 유소년 스포츠 육성, 양로원·어린이집 지원 등 사회 공헌 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체코 국민기업 품은 두산…26조 원전수출 디딤돌로
산업 산업일반 2025.08.10 15:10:52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방문한 체코 플젠시 두산(000150)스코다파워 공장. 수도 프라하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 20분가량 달리자 태극기와 체코 국기, 두산 깃발이 나란히 걸린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련 시리즈 4면 한국 증기터빈의 역사는 이곳에서 제2막을 열었다. 2009년까지 한국은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증기터빈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갖지 못했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당시 두산중공업)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라이선스를 받아 증기터빈을 생산했지만 수출은 막혀 있었다. GE가 글로벌 시장을 지키려 두산의 해외 수출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증기터빈을 생산하는 경험이 필요했지만 기회를 찾기 어려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50년 역사를 가진 체코 국민 기업이자 증기터빈 원천 기술을 보유한 스코다파워를 2009년 인수한 후에야 갈증을 풀 수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스코다파워를 앞세워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스코다파워는 높은 기술력에도 수출은 동유럽에 그쳤는데 두산의 영업망을 만나 세계로 뻗어나갔다. 두산스코다파워가 현재까지 공급한 증기터빈은 아시아·중동·남미 등 전 세계 58개국에 553기(총 발전 용량 기준 약 54GW)에 이른다. 올 5월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 코리아’는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한국의 해외 원전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이다. 체코의 터빈 기술로 해외 진출과 성장을 이룬 뒤 다시 체코에서 원전 건설을 맡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스코다파워를 인수해 체코 현지에서 쌓은 신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체코 원전에 들어가는 증기터빈과 발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
"화장실·주차장 설치…공공 인프라 역할 확대"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생활 2025.08.03 18:57:13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몽골 재계 2위 숀콜라이그룹과의 합작법인(JV) ‘디지털콘셉트’의 곰보에르덴(사진)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편의점을 통해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를 도입할 수 있어 짜릿하다(exiting)”고 밝혔다. GS25는 2021년 몽골에 첫 점포를 낸 지 3년여 만인 올해 7월 말 기준 268개 점포를 냈다. 진출 16개월 만에 100호 점포를 돌파하며 해외 진출 편의점 최단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초기부터 JV를 설립해 GS25로부터 K편의점의 30년 노하우를 전수받은 현지 파트너사의 노력이 있었다. 디지털콘셉트는 숀콜라이그룹이 50%, 자회사 아푸(APU) 40%, GS리테일이 10%를 투자해 조성한 JV다. GS리테일은 디지털콘셉트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MFC)을 체결했다. 아푸는 몽골 최대 주류·음료 생산기업이다. 곰보에르덴 의장은 “그간 몽골의 소매점은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로 상품 진열과 구색이 주먹구구식이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한국의 편의점 문화를 들여오며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신선한 먹거리와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울란바토르 내 K편의점은 대부분 매장에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곰보에르덴 의장은 “도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화장실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새롭게 오픈하는 점포마다 공용 화장실을 설치했다”며 “부족한 공공 인프라 역할도 수행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편의점으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식품 공장 등 현지 제조 시설이 부족한 점은 과제다. 늘어난 수요에 걸맞은 현지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GS리테일의 지휘하에 2년여 공사를 거쳐 11월 현지 신선식품(Fresh Food)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만간 제주 양돈농협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냉장육을 들여오는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으로 한국산 쌀을 저렴한 가격에 조달하기로 하는 등 다방면에서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뛰고 있다. 곰보에르덴 의장은 “앞으로는 가맹 모델을 도입해 고객과 점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통합 라이프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로 1호점 네차례 연기…신선식품 불모지에 공장까지 세웠다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생활 2025.08.03 18:56:54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몽골 진출 3년 차인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사업 철수의 위기에 몰렸다. 2018년 4월 현지 파트너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C) 계약을 체결하며 몽골에 첫발을 내디딘 후 같은 해 8월 현지 1~6호점을 동시 오픈한 데 이어 약 30개의 점포를 오픈했을 당시였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면서 점포당 일매출이 순식간에 50만 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파트너사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마저 나왔다. 임형근 BGF리테일 해외사업실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며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이 시기를 지나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팬데믹 한가운데 몽골 진출을 준비하던 GS25도 상황은 비슷했다. 상품MD, 개발, 물류 등 각 분야의 세팅 멤버들이 7개월간 화상회의를 통해서만 노하우를 전달해야 했다. 오트공자야 디지털콘셉트 전략팀 헤드는 “코로나19로 1호점 오픈 시점이 4차례나 지연됐다”며 “기존에 없던 한국의 편의점 시스템을 화상으로만 전수받고 현지에 적용하는 과정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몽골 현지의 사업 환경은 더욱 고난도의 대내 변수였다. 추운 날씨와 유목 생활 특성상 음식 저장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데다 오랜 기간 공산주의 통치로 제조 시설들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이순호 BGF리테일 해외사업실 해외사업운영팀 책임은 “한국 편의점이 들어오기 전까지 몽골에는 김밥,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을 만드는 공장이 전무했고 제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었다”며 “CU가 식품 공장을 만들었을 때 몽골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제조기반이 낙후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U와 GS25는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해 신선식품 생산 공장을 만들고 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현지에 K편의점 DNA를 이식하기 시작했다. 이렇다 할 소매점이 없는 몽골에 한국식 편의점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신선한 먹거리와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이들은 몽골 인구의 10분의 1이 한국에 방문 경험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높다는 점과 현지에서 부는 K푸드 열풍을 놓치지 않고 이를 현지 식(食)문화와 결합해 몽골인들의 생활 속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몽골 울란바토르 서울의 거리에 위치한 GS25 트윈타워점에서는 한강라면기계가 열심히 가동 중이었다. 한쪽 벽을 K라면으로 가득 채운 점포에서는 블랙핑크의 신곡이 흘러나왔다. 직장인 바트쳉겔 씨는 “일주일에 네댓 번은 편의점에 방문한다”며 “주로 라면과 꼬치류를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몽골인 상당수가 서툴지만 한국말을 구사했다. 지드래곤, BTS 등 K컬처는 편의점 확산에 불을 지폈다. 예컨대 지드래곤이 참여해 만든 CU의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은 올해 4월 한국 출시 2개월 만에 몽골로 수출됐다. 202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편의점 히트상품이 현지에 수출되기까지 최소 2년이 걸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지에서 만난 몽골인들은 “한국식 편의점이 삶의 일부로 뿌리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 편의점이란 CU, GS25 그 자체다. 2018년 CU가 몽골에 진출하고 3년 후인 2021년 GS25도 몽골 시장에 뛰어들면서 양 사 간 치열한 경쟁은 현지 편의점 산업의 성장을 주도했다. 양 사 모두 현지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본사가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 및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영위 중이다. 실제 CU와 GS25의 몽골 매출액 합산은 2021년 417억 8600만 원에서 2022년 1367억 1700만 원으로 급증했고 2023년 2322억 8300만 원, 지난해 3441억 97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업체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전체 점포(1450개)의 절반 이상인 767개가 몽골에 위치해 있다. 몽골 편의점의 점당 평균 객수는 한국의 2배이며, 점당 일평균 매출도 한국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몽골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6653달러로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수는 351만 명으로 한국의 15분의 1인 몽골에서 K편의점이 일군 성과다. CU는 현지 진출 6년 만인 지난해부터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현지 파트너사인 ‘프리미엄넥서스’에 따르면 2023년 327억 투그릭(127억 5300만 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74억 투그릭(184억 8600만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로써 BGF리테일은 과거 일본 ‘훼미리마트’에 로열티를 내던 프랜차이지 기업에서 2012년 독자 브랜드로 전환한 후 프랜차이저 기업으로 성공한 대표 사례가 됐다. 업계는 앞으로도 몽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당분간 공격적으로 출점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1992년 민주화 전환과 자본주의 도입으로 도심으로 인구가 몰려들고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이용객이 많은 편의점 특성상 몽골의 인구구조와 성장세는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몽골은 평균연령이 28.5세이며 18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 울란바토르의 인구는 매년 5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한용희 GS리테일 해외사업팀 치프 겸 디지털콘셉트 부대표는 “몽골 점포는 한국과 달리 즉석 먹거리 매출 비중이 높다”며 “한편 제대로 된 문화 시설이 부족해 앞으로는 분식집·노래방·스터디카페 등 문화와 먹거리를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점포도 출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
몽골 홀린 'K편의점'…매출 3년새 8배 껑충
산업 생활 2025.08.03 17:25:09지난달 30일 오전 8시 30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오피스타운에 위치한 CU 나담센터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인근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CU의 자체 커피 브랜드 ‘겟커피’존에서 내린 카페라테와 몽골식 찐만두 ‘부즈’로 매장 안에서 간단한 아침을 해결했다. 소매업의 불모지였던 몽골에 CU와 GS25가 ‘K편의점 DNA’를 이식하며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CU의 몽골 현지 파트너사 ‘프리미엄넥서스’와 GS25가 현지 파트너사와 조성한 합작법인(JV) ‘디지털콘셉트’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3441억 9700만 원으로 2021년(417억 8600만 원) 대비 724% 급증했다. 특히 2018년 몽골에 진출한 CU는 6년 만인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후발 주자로 2021년 몽골 시장에 뛰어든 GS25는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면서 최근 3년간 매출이 22배가량 폭증했다. 7월 말 기준 몽골에서 운영 중인 편의점 수는 CU가 499개, GS25가 268개다. 한국 편의점들은 유목민 문화를 지닌 몽골인들의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과 K푸드·K팝 등 한국 문화를 접목해 몽골인들을 사로잡았다. 한국식 컵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는 라면 특화 편의점 등은 현지인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K편의점은 카페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몽골에서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자, 몽골식 튀김만두와 찐만두인 ‘후슈르’ ‘부즈’를 파는 식당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주차장과 화장실까지 갖춰 현지에 부족한 공공 인프라까지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몽골은 40대 이하 인구구성비가 70%에 육박할 정도로 젊고 수도 울란바토르의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K편의점의 몽골 진출은 해외 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LG전자 '인도판 마곡' 조성해 첨단기술 고도화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30 18:10:11글로벌사우스 공략에 나선 LG전자(066570)가 인도에 서울 마곡에 버금가는 연구개발(R&D) 거점을 조성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30일 “LG가 국내 R&D 인력 2만여 명을 마곡으로 모았듯 인도에서도 ‘제2의 마곡’ 같은 R&D센터를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재 인도 벵갈루루에서 소프트웨어(SW)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일찌감치 인도에 연구 거점을 마련했다. 연구소의 문을 연 시점은 1996년 3월로 인도법인 설립(1997년)보다 이르다. 인도 R&D 시설에서 근무하는 개발자는 2000명가량으로 LG전자 해외 R&D 거점 중 베트남 법인과 더불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지 개발자는 한국 본사와 긴밀하게 협업해 TV 운영체제(OS)인 웹OS 플랫폼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한다. 인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인도 R&D 인력의 우수성을 체감한 LG전자는 향후 현지 R&D 역량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늦어도 내년 초 LG전자 인도법인이 상장할 경우 유입되는 자금 일부도 종합 R&D 기지 조성에 투입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은 가전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사업 성장 기회가 크다”면서 “LG전자뿐 아니라 다른 LG 계열사의 R&D 기능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구조를 그리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인도에서 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96년 선행 기술을 다루는 벵갈루루 연구소에 이어 2002년 델리 연구소(TV), 2007년 노이다 연구소(모바일) 등을 설립했다. 반도체 부문에선 2004년부터 벵갈루루 연구소 산하에 삼성전자 반도체 인도 연구소(SSIR)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이 지역에 두 번째 R&D센터를 오픈했다. 이렇게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R&D 인력만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인도 연구소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기능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한 삼성 월렛 인도 버전과 갤럭시AI 힌디어 기능, 인도 지역 언어 솔루션 등도 개발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이 올 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전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직후 곧바로 인도로 이동해 현지 사업을 점검할 만큼 인도는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이자 R&D 거점으로 꼽힌다. 양 사가 인도 시장 진출과 함께 R&D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 풀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초중고에서 코딩을 비롯한 SW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며 미국·중국과 함께 3대 정보기술(IT) 인재 시장에 속한다. 인도의 무역 관련 정보를 망라해 제공하는 나스콤에 따르면 인도에서 AI 및 데이터 과학기술을 갖춘 인력은 41만 6000명으로 전 세계 1위인 미국(67만 6000명)을 뒤쫓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구글)와 사티아 나델라(MS) 등 빅테크를 이끄는 다수의 최고경영자(CEO)도 인도 출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14억 6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거대 시장으로 맞춤형 솔루션 개발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면서 “여기에 우수한 인재를 기반으로 AI와 SW 중심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R&D 분야에서 인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전 버티는 냉장고·모기 쫓는 에어컨…K가전, 14억 인도인 삶의 동반자로[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산업일반 2025.07.30 18:08:0810여 년 전부터 맞벌이가 빠르게 증가해온 인도에서 직장 여성들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집에 남겨둔 음식이다. 냉장고가 있지만 툭하면 정전으로 꺼져 퇴근 전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 상한 음식을 먹을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인도의 커리어우먼 수천만 명의 근심을 해결해준 것은 정전에도 10시간은 냉동 기능이 유지되는 삼성전자(005930)의 디지털 인버터 냉장고였다. 앞서 인도의 전통 빵인 ‘난’을 굽는 LG전자(066570)의 전자레인지가 출시돼 맞벌이 가정들의 집안일 부담을 덜어준 것처럼 일상의 혁신을 이끌며 삼성·LG는 ‘국민 가전’으로 인도에 뿌리를 내렸다. 인도 사람보다 인도를 더 잘 알고, 시장 수요를 먼저 파악해 신제품을 만드는 현지화 전략은 머리가 아닌 발에서 나왔다. K가전이 인도에 첫발을 내디딘 지 올해로 30년, 세계에서 가장 개척이 어렵다는 척박한 영업 환경을 극복하며 한 땀 한 땀 들인 정성은 신시장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며 ‘갠지스의 기적’을 불렀다. 실제 한국은 인도 시장 진출 30년 만에 현지 가전 업계의 리더로 우뚝 섰다. LG전자는 세탁기와 에어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스마트폰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중국 업체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3위로 주춤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탄탄하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17조 489억 원, 순이익은 1조 4083억 원에 달했다. LG전자는 매출 3조 7910억 원, 순이익 3317억 원을 기록했다. 인도 시장이 양 사 가전 부문의 효자인 셈이다. 삼성과 LG는 1995년과 1997년 각각 인도에 깃발을 꽂았다. 낯선 문화부터 이질적인 사업 환경, 생활 수준까지 주재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 첫 난관은 판매망 구축. 인도는 큰 시장이지만 동서와 남북의 길이가 각 3000㎞에 이르는 대국이어서 전국에 흩어진 고객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LG전자 인도법인은 현지 유통 업체의 마음을 얻으려 ‘공동 비즈니스 계획(JBP)’ 전략을 펼쳤다. 유통사의 비전과 계획에 발맞춰 마케팅 전략을 세워준 것인데 신뢰 구축에 밑바탕이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인의 문화와 생활 트렌드에 걸맞게 52주 마케팅 캘린더를 짜줬다” 며 “LG가 단기 이익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사업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발생하자 삼성과 LG는 좀 더 인도 시장에 스며드는 숙성 작업에 나섰다. 현지 소비자 맞춤형 제품 개발인데 대표적으로 삼성의 투인원 컨버터블 냉장고가 꼽힌다. 채식주의가 발달한 인도인의 식생활에 맞춰 2도어 냉장고의 냉동실을 냉장실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인기를 모았다. 올해 출시한 신제품에는 영어를 포함해 인도 현지어 9종을 적용했다. 에어컨과 실링 팬을 함께 쓰는 맞춤 냉방 기능도 인도에 먼저 내놓았다. LG는 모기로 인한 뎅기 바이러스가 인도에서 기승을 부리는 점을 고려해 초음파로 모기를 쫓아내는 에어컨을 선보였다. 정전이 잦은 인도 가정집 사정을 고려해 전력이 끊겨도 냉장 7시간, 냉동 10시간을 버티는 냉장고도 내놓았다. 인공지능(AI) 모터 기술을 이용해 세탁물 종류와 무게를 감지해 인도 여성들이 일상복으로 입는 ‘사리’의 옷감을 관리해주는 세탁기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인도 진출 30년을 맞은 삼성·LG는 새로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인도 가전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글로벌 시장의 최대 경쟁자가 된 중국 기업의 추격은 인도에서도 끈질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인도법인 관계자는 “2015년 인도에서 처음 근무한 뒤 복귀했다 올해 다시 인도로 왔는데 시장 지형이 변했다”면서 “당시 5대 스마트폰 업체가 삼성과 인도 기업들이었는데 지금은 인도 업체 대신 중국 기업들이 꿰차고 있다”고 전했다. 차별화의 열쇠는 고급화와 기업간거래(B2B)다. 삼성은 인도 내 갤럭시폰의 높은 인기를 앞세워 가전과 스마트폰 간 연결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모두에서 최고의 제품 라인업을 갖춘 삼성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LG전자는 인도 내 ‘베스트샵’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종합 가전 소매점에서는 LG의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진열 공간을 확보하거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B2B 사업 규모도 늘릴 방침이다. 이달 찾은 인도 사우스이스트델리의 LG전자 브랜드숍도 국내에서 1980년대 초반 팔리던 제품에서 최신 일체형 세탁건조기까지, 흡사 가전 박물관을 보는 듯 천차만별의 다양한 가격대와 기능을 가진 제품이 진열돼 있다. LG전자 인도법인 관계자는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향후 인도 가구의 소득 수준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며 “저가형과 고급형 시장을 모두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
미래에셋, 印개척 '20년 뚝심'…대표 증권사 우뚝
증권 국내증시 2025.07.30 18:01:072005년 12월 인도를 방문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반년도 지나지 않은 2006년 4월 다시 인도 출장길에 올랐다. 인도 금융 당국에 자산운용사 설립 신청서를 내기 위해서였다. 신청서에 적은 투입 자본금은 약 500억 원. 당시 인도 현지 자산운용사 중 최대 규모였다. 홍콩과 싱가포르 다음으로 추가 해외 법인 설립 국가를 고심하던 박 회장은 성장 잠재력에 확신을 얻고 마음을 굳힌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진출 전략은 ‘선(先)운용사 진출, 후(後)증권사 설립’이다. 1997년 미래에셋그룹 창립 당시 운용사를 먼저 세우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뒤 증권사를 설립한 전략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사업을 발판 삼아 성장을 거듭하던 중 박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하면서 지난해 현지 10위 증권사였던 ‘쉐어칸’을 인수해 명실상부 인도 대표 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박 회장의 평소 신념대로 반도체나 자동차 기업처럼 국내 금융 기업도 ‘국부(國富)’ 증대에 기여하는 시대를 연 셈이다. 인도는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2~3년 뒤면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그룹의 인도 시장 개척에는 ‘기회의 땅’ 인도에 앞서 진출한 국내 대기업이 큰 힘이 됐다. LG전자 인도법인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생활가전 사업 부문에서 펼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인도 중산층 소비자들을 사로잡았고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과 TV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며 순항 중이며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현지 관계자는 “고령화와 저성장은 인도에 해당하지 않는 단어”라며 “전 세계 국가 중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고 인도가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
"쉐어칸은 잠자는 호랑이…WM 노하우 결합 시너지 극대화"
증권 국내증시 2025.07.30 17:49:23“쉐어칸은 잠자는 호랑이입니다. 쉐어칸의 현지 영업력과 미래에셋의 자산관리(WM) 사업 역량을 결합하면 앞으로 더 큰 시너지가 창출될 것입니다.” 인도 뭄바이에서 이달 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강문경(사진) 미래에셋쉐어칸 대표는 지난해 쉐어칸과의 인수합병(M&A)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인도 내 디지털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오프라인 지점망을 모두 갖춘 기업은 미래에셋쉐어칸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과 브라질 등 해외 주재원 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강 대표에게도 인도법인은 매우 특별하다. 미래에셋그룹이 해외 현지 증권사를 인수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자체적으로 성장해온 다른 해외법인들과 달리 인도법인은 그룹 차원에서의 과감한 M&A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미래에셋그룹의 과거 성공 모델을 인도에서도 구현하는 게 목표다. 그는 과거 미래에셋증권(006800)이 대우증권을 M&A한 사례를 인용했다. 강 대표는 “당시 브로커리지가 강했던 대우증권과 WM 사업에서 우위를 보였던 미래에셋증권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창출했다”며 “현재 인도법인과 쉐어칸 합병도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 그는 쉐어칸의 리테일 영업망에 미래에셋그룹이 지닌 WM 노하우를 결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브로커리지 사업만으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단기 브로커리지 거래에 익숙한 인도 고객들에게 WM 서비스를 접목하면 고객의 자산 운용이 다양해지고 회사의 수익 구조도 탄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특히 적립식펀드(SIP) 사업 확대 가능성에 눈길을 뒀다. 다른 나라 대비 연금제도가 아직 잘 갖춰지지 않은 인도는 SIP를 통해 노후 준비를 하는 경향이 짙다. 그는 “인도 인구에서 젊은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SIP 사업의 성장 잠재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강점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디지털 플랫폼 기반 사업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인도 자본시장이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계좌 개설부터 SIP 가입까지 대부분 비대면 모바일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앞으로 젊은 인구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WM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쉐어칸을 제외한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MACM)의 리테일 계좌 수는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 ‘m.Stock’을 앞세워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급속한 사용자 증가세를 보이며 300만 계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강 대표는 “MACM의 경우 초반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치며 사용자 유입에 집중했고 이제는 거래당 수수료 체계와 신용공여 서비스로 수익성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했다. 강 대표는 지난달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에서 인도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앞서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에서만 8년 동안 근무하며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기준 외국계 1위 증권사에 올려놓기도 했다. -
피델리티·골드만 떠날 때도 버틴 박현주…단숨에 '쉐어칸' 인수[다시, KOREA 미러클]
증권 국내증시 2025.07.30 17:46:57이달 1일(현지 시간) 방문한 인도 뭄바이 보리발리웨스트 지역 미래에셋쉐어칸 지점에서는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렸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적립식펀드(SIP) 투자 관련 고객들의 문의가 연신 쏟아졌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지난해 11월 쉐어칸을 약 5800억 원에 인수하고 명칭을 미래에셋쉐어칸으로 변경했다. 2017년 처음 인도에 진출한 후 7년 만이다. 인수 당시 쉐어칸은 인도 전역 80개 도시에서 128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던 현지 10위권 증권사였다. 2023년 5월 쉐어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BNP파리바는 미래에셋그룹 싱가포르법인을 통해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20년 가까이 시장에 진출해 인도 ‘코끼리 경제’의 성장성을 예견했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곧장 검토에 착수했다. 박 회장과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수차례 인도를 다녀오며 승부수를 던졌고 입찰을 거쳐 그해 11월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쉐어칸 인수는 이제 시작이었다. 인도는 외국 자본이 100% 지분을 취득할 때는 약 7개 정부 부처의 개별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먼저 인도 시장에 뿌리를 내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공이 컸다. 2012년 글로벌 3위 운용사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를 시작으로 골드만삭스·JP모건·노무라 등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인도 시장에서 철수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악화한 사업 기반을 이겨내지 못했다. 까다로운 인도 정부의 인허가 규제와 높은 인건비, 리테일 유통 채널 부족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피델리티의 경우 인도에서의 누적 손실이 300억 루피(약 5000억 원)에 달했다. 한 현지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버티지 못했다면 지금 인도 시장에서 미래에셋그룹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단연 박 회장이다. 일찍이 인도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간파하고 있던 그는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인도 인프라가 지금보다 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 인도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만이 가득했던 상황이었다. 박 회장의 뚝심으로 관료주의적 행정절차와 복잡한 규제 체계 등 힘든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고객 우선 철학 아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내세우며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 230억 달러(약 31조 7952억 원)를 달성하며 인도 현지 운용사 중 9위에 올라섰다. 인도 상위 10개 운용사 중 인수합병(M&A) 없이 혼자 힘으로 성장해낸 외국계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했다. 인디아스테이트은행(SBI)이나 HDFC은행같이 대형 계열사들의 지원 없이 오로지 고객 경험을 통한 입소문으로만 이뤄낸 성과다. 바이바브 샤 인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사업전략 헤드는 “박 회장의 강력한 지원 아래 미래에셋은 고객 우선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자산 증대가 아닌 좋은 투자 경험 제공에 집중했다”며 “그 결과 훌륭한 성과를 낸 펀드를 여럿 만들어냈고 고객들에게 선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에 쌓인 신뢰는 인도 정부가 예상보다 빠른 단 1년 만에 최종 승인을 하게 했고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자회사 편입이 됐다. 미래에셋증권 고위 관계자는 “20여 년간 사업을 하면서도 현지에서 소송이나 컴플라이언스 등 어떤 리스크가 발생한 이슈가 없었고 미국·유럽 금융사가 철수할 때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티며 펀드 성과 관리를 잘한 히스토리에 대해 인도 감독 당국이 비즈니스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신뢰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수 이후 약 8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두 회사 간 합병은 순조롭게 마무리되며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 중이다. 오프라인 현지 영업에서 강점을 보이는 쉐어칸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같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 서로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언어·종교·문화가 매우 다양해 지역별 맞춤 전략이 필수인 인도 시장에서 쉐어칸의 현지 영업 능력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쉐어칸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고객 우선 철학은 쉐어칸 조직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직원과 고객 모두 피인수 이후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쉐어칸은 500만 명 이상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 고객과 약 700만 명 규모의 뮤추얼펀드(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 가입 고객을 확보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브랜드 인지도 승계와 고객 기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무스타파 팔디왈라 미래에셋쉐어칸 서부지역 총괄책임자는 “조직·문화·서비스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연착륙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운용사의 경우 회사 내 ETF 조직만 따로 떼어 본격적인 인도 ETF 시장 공략에 나선다. 최근 ‘글로벌 엑스 인디아(Global X India)’ 법인 설립 계획서를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제출했다. 이르면 올해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쉐어칸 인수 당시 5년 내 현지 5위 증권사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인도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앞으로 유입될 고객 수는 지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PwC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주식 계좌 수는 2022년 2분기 말 8970만 개에서 올 1분기 말 1억 8500만 개로 약 3년 새 2배 넘게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비크람 탁 미래에셋쉐어칸 뭄바이 그룹장은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 수가 엄청나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1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선진국 시장 비중(55~60%)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성장 여력이 매우 큰 셈”이라고 설명했다. -
우편예금으로 2000억엔…'외국계 무덤'서 신화 쓴 SBJ
경제·금융 은행 2025.07.28 17:41:532009년 9월 14일, 신한은행의 일본법인 SBJ은행의 첫 영업일을 앞두고 진옥동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고민에 빠졌다. 일본은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거래를 위해서는 이름과 주소·전화번호 등을 대조해 본인 확인을 해야 했다. 당시 지점이 3개뿐이었던 SBJ 입장에서는 애를 먹을 것이 뻔했다. 진 지점장과 직원들은 꾀를 냈다. 현지 당국이 우편을 통한 본인 확인을 인정해주는 점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은 금리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경쟁 은행보다 예금금리를 0.2%포인트 더 얹어주기로 했다. 제로금리에 허덕이던 일본에서는 파격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첫날 SBJ의 전략은 적중했다. 당일에만 우편을 통해 1000여 건의 예금 신청이 몰렸다. 콜센터가 일시 마비됐고 지점에서는 쏟아지는 예금에 새벽까지 일을 했다. 그렇게 모인 돈이 첫 3개월 동안 2000억 엔(약 1조 8700억 원). 진 회장은 28일 “현지 유력 신문에 세 번 광고하기로 했던 것을 한 번만 해도 될 정도로 자금이 밀려들었다”며 “(당시 우리들은) SBJ가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회고했다. ★관련 시리즈 4·5면 사즉생의 각오로 시작한 SBJ가 외국계 금융사의 무덤인 일본에서 유일한 한국계 은행으로서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15년간 자산이 67배, 당기순이익은 52배 이상 커졌다. 한국식 고객관리를 바탕으로 현지 맞춤형 고객 응대와 디지털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은 “SBJ는 우편예금이 히트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SBJ는 한국 기업의 여러 해외 성공 스토리 가운데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미국과 유럽 같은 기존 시장을 넘어 인도와 몽골·헝가리·체코 등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K금융·제조업의 기적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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