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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IMF시절 감동을 주었던 허재의 투혼

■ 기억을 공유하라! 스포츠 한국사(김학균 외 지음, 이콘 펴냄)


'스포츠는 ○○이다.'당신에게 스포츠는 어떤 의미인가?

'기억을 공유하라! 스포츠 한국사'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에 듬뿍 빠진 평범한 팬이자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 하고 있는 저자 세 명이 우리나라 스포츠의 역사를 차근차근 되짚어간다. 단순히 스포츠 연대표로 꽉 채워진 딱딱하고 무거운 책은 아니다. 기억 속에서 울고 웃었던 스포츠 선수들을 50개의 사진과 함께 추억하며 우리 생활 속에서 어떻게 같이 숨쉬고 변화하며 살아왔는지 흥미롭게 풀어간다.

스포츠는 '역사'다. 스포츠는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반영한다. 국민들의 희로애락이 살아 숨쉬기도 한다. 먹고 사는 것이 당장의 삶의 목표였던 50~60년대에는 별다른 장비 없이 체력과 불굴의 정신력만으로 승부를 지었던 복싱이나 마라톤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 중심에는 프로레슬러 '김일'이 있었다. 저자는 "프로레슬링 선수 김일은 고유명사다. 그를 떠올리면 변변찮은 스포츠 중계가 없던 시절 서민들의 체육관 안, TV 속 함성이 연결된다. '땡땡땡'으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와 '원, 투, 쓰리'로 이어지는 경기 캐스터의 숨 가쁜 경기 중계도 귓가에 맴돈다. 반칙이 특기인 일본 선수들을 박치기와 코브라 트위스트, 풍차돌리기 등으로 혼내주던 김일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쾌감을 넘어선 승리감마저 느꼈다. 그가 떠난 날 환호와 추억은 사라졌다. 프로레슬링의 한 페이지이자 한 세기도 끝이 났다"며 그를 추억한다.



스포츠는 '위로'다. 저자는 1997년 IMF 경제위기로 온 국민이 힘들었을 당시 스포츠가 주었던 감동을 기록한다. 갑자기 불어 닥친 경제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시절, '봉고 신화'를 썼던 자동차회사 기아도 부도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모기업 부도로 가장 먼저 문을 닫은 곳은 '허동택(허재-강동희-김유택)' 트리오로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남자 프로농구단 기아 엔터프라이즈, 하지만 1998년 농구대잔치 챔피언시리즈에 오른 기아가 라이벌 현대와 치른 경기는 기아가 처한 당시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명승부였다. 98년 당시 기아의 '허재'는 33세의 적잖은 나이였음에도 손등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고도 압박 붕대를 두르고 나와 경기를 치렀다. 경기 중에는 눈 주변에 부상까지 당해 반창고를 붙이고 코트를 뛰었다. 저자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허재의 투혼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멀쩡하던 기업이 하룻밤 새 문을 닫던 살벌한 시절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엄습해왔지만, 그래도 먹고 살아야 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막노동이라도 해야 했다. 모두가 힘들었고, 모두가 절박했던 시절이었다. 손에 붕대를 감고, 다리를 쩔뚝거리며, 눈 주위에 반창고를 붙이고 뛰었던 허재의 모습은 1998년 IMF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던 한국인의 절박한 자화상이었다"고 전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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