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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부부가 함께 땅을 파고 감자를 심는 동안 나귀가 묶여 있는 나무 아래에서 아기는 잠을 자고 있다. 19세기 중반만 해도 감자는 동물 사료로 쓰이던 작물이며 가난한 가족에게는 비싼 빵의 대용식이었다. 그렇다고 밀레가 그리고자 한 것이 '가난'이거나 '모범 부부'의 모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밀레는 "나는 이 둘처럼 친밀한 관계를 가진 자들의 노동을 감동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고 둘의 움직임을 잘 조화시켜 하나가 되도록 하고 싶다. 감자나 콩을 심는 농부의 일이 그 어떠한 활동보다 흥미롭지 않거나 고귀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말을 남겼다. 꼼꼼하게 이들을 관찰한 밀레는 사실적으로 그렸다. 남자가 신은 나막신 안쪽에 방한용 짚을 댄 모습이나, 감자를 심는 여자가 착용한 보호용 팔 토시 등은 예술적 표현으로 의복을 그리던 과거 양식에서 벗어나 멋과 과시를 떨쳐낸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그림은 훗날 밀레를 화가의 이상향으로 삼았던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감자 먹는 사람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밀레가 살았을 당시 많은 이들은 이 그림을 성서적 그림의 구도를 참고한 19세기 프랑스의 독실한 가정의 전형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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