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서정명기자
지난 7일(현지시간) 오후1시20분, 백악관의 공동기자회견장.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그 의미와 결과를 내외신 기자들에게 알리는 자리였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이남기 홍보수석 등 참모들은 맨 앞자리에 자리했다. 미국 측 진행요원이 "누구세요"라고 묻자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입니다"라며 자랑스럽게 답했다. 바로 뒷자리에 앉은 기자는 박 대통령의 위풍당당한 자세와 청와대 참모들의 결연한 모습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 그리고 역사적인 이번 순방에 동행했다는 것에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윤창중 사태'와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청와대 참모들의 '부실대응'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한때 나라의 녹봉을 받았던 윤 전 대변인은 자기 자신을 변호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이 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이 수석도 석연치 않은 기자회견과 애매모호한 해명으로 얽히고설킨 이번 사태를 더욱 꼬이게 했다.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조기귀국을 종용했는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곽상도 민정수석은 그렇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황당한 설명을 했다.
부하 직원이 책임회피를 위해 상급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상급자는 부하 직원의 단독행동이었다며 날을 세우는 등 볼썽사나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은 이 같은 청와대의 '핑퐁' 책임전가에 현기증을 느끼고 있고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는 현실에 치를 떨고 있다. 용기 있게 사태의 진실을 알리고 책임을 지려는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현실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청와대는 국정운영의 거울이다. 일그러지고 깨진 거울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떠한지 안중에도 없다. 청와대가 국민들의 민생을 걱정하고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 줘야 하지만 오히려 국민들이 청와대를 걱정하는 해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허언(虛言)이 돼서는 안 된다. 추상 같은 명령으로 내부 기강을 다잡아야 하고 인선시스템도 다시 손봐야 한다. '군주론'을 저술한 마키아벨리가 지적한 것처럼 사자의 힘(기강 확립)과 여우의 지혜(문제 해결)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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