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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버블 경제시대


부동산 거품의 대가는 혹독했다. 사라 진 건 집과 건물만이 아니다. 10년의 세월이었다. 부실화된 금융권 경영자와 평생 재산을 날려버린 개인들의 자살이 속출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동안 일본 열도에서 공중 분해된 지가(地價)는 한국 국내총생산의 20배에 달하는 1000조엔. 고통은 아직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다. 거품의 쓴 맛을 본건 일본만이 아니다. 일본에 앞서 1980년대초 남미의 거품 붕괴는 권역(圈域) 경제를 초토화 시켰으며 84~87년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핀란드,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국들 역시 90년대초 혹독한 거품 붕괴의 대가를 치렀다. 미국도 텍사스를 중심으로 한 남서부 지역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의 사례가 있다. 제2차 석유파동(1979년)이후 고유가와 레이건 정부의 내수 확대책으로 석유산업비중이 높았던 지역 경제가 호황을 맞으며 치솟던 주택가격이 1985년을 정점으로 폭락했다. 그 결과 3,000여개 부동산 대출 관련 금융기관 중 500여 개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고 1,300여 개가 줄도산했다. 세계 부동산 거품 붕괴의 이 같은 사례들 가운데 눈에 띄는 한가지 공통적 현상이 있다. 유동성 급증, 바로 달러표시 준비 자산이 급격히 불어나며 자산 가격의 초인플레이션을 유발, 거품 붕괴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위기 전 수년간 남미는 외채 형태로, 일본은 천문학적 대미 무역 흑자로, 스칸디나비아 반도국들은 외국 자본으로, 미 남서부는 고유가에 따라 달러화가 밀물처럼 몰려들며 유동성이 급격히 증대됐다. 부동산 거품 붕괴의 형태는 아니지만 지난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도 따져보면 이 같은 버블 붕괴의 한 과정이다. 사태는 외국자본이 유출된 1997년 당시에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라 이전 10년 동안 막대한 달러화가 유입되면서 이미 싹을 키웠다.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아시아의 신용거품이 파열되면서 발생한 공황이다. 2005년 지금 전 세계는 또 한번 거품 붕괴의 상황에 다가서고 있다. 앞서의 사례들과 매우 유사한 배경 하에서다. 세계 무역 불균형이 확대되며 경상수지 흑자국들을 중심으로 해외 유동성 급증하며 자산 가격의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버블은 비단 부동산, 그리고 어느 특정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 전반에 걸쳐 있으며 특히 부동산 거품의 경우 전례 없던 전세계적 동반 현상이란 점이 근심의 강도를 키우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분석에 따르면 인플레를 제외한 실질가치 기준으로 주택가격이 최근 몇 년처럼 여러 나라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적은 역사상 없다. 넘치는 달러가 만들어 내고 있는 거품 붕괴의 가능성이 자칫 전세계적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 과거 선진권에서 발생한 거품 붕괴 사례를 분석한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의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가 특히 일본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등 도시 집중화가 심하고 국토면적이 작은 나라에서 일어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 임에도 달러 유동성은 넘쳐나는 바로 우리 경우를 돌아보게 한다. 한국은 지난 한해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치솟던 부동산값이 주춤하고 있지만 거품 붕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부동산은 물론 전반적인 자산 디플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과 경착륙, 그리고 한국 경제 앞날에 중요한 분기점을 맞게 될 가능성이 그 어느 해보다도 높다. 버블 경제의 시대, 특히 부동산에서의 거품 붕괴 가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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