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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해서 전시못한 춘화도 21년만에 세상밖 나들이

청작화랑 '춘정과 순정사이' 展

이왈종‘생활의 중도’ . 1988년 처음 내 놓았지만 당시 보수적인 화단 분위기에 맞지 않아 내려졌다가 20여년만에 다시 관람객을 만나게 됐다.

봄 풍경을 바라보던 정극인(1401~1481)은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겨워 소리마다 교태로다”라며 ‘상춘곡’을 읊조렸다. 단원 김홍도는 나른한 봄날 버드나무에 앉은 꾀꼬리 한 쌍의 교성에 춘정이 일어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에 자신을 옮겨 담았다. 이렇듯 남녀의 사랑은 작가들을 자극하는 영감의 원천이다. 화가의 경우 노골적인 성행위를 소재로 한 춘화(春畵)로까지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예술을 탐닉하는 작가의 순정(純情)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사회나 화단의 분위기 때문에 이 같은 그림이 세상의 빛을 못보는 경우도 있다. 1988년 2월 강남의 청작화랑에서는 운보 김기창 화백이 선정한 한국화가 15명의 작품을 모은 ‘15인 두방전’이 열렸다. 그런데 전시 첫날 운보는 참여작가 이왈종의 그림을 가리키며 “당장 내리라”고 했다. 문제작은 춘화도 3점.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던 당시 화단이 허락하기에는 과도한 파격이었다. 이왈종의 생애 첫 춘화인 이들 작품이 20여 년 만에 전시장에 다시 걸린다. 18일부터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는 ‘춘정과 순정사이’전이다. 김일해ㆍ구자승ㆍ이숙자 등 화가 13명과 김일용ㆍ이일호ㆍ신일수 등 조각가 3명, 총 16명의 점잖은 중진 작가들이 참여했다. 갈필과 채색화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동양화가 오용길은 처음으로 나신(裸身)을 그렸다고 한다. 표현주의 화가 이두식의 과감한 생략과 붓질은 춘화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운치있는 풍광으로 유명한 전준엽은 해지는 노을과 바위섬으로 성적 상징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조각가의 추상화한 성적 표현도 흥미롭다.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는 “성이라는 주제가 직설적으로 언급하기에 껄끄러운 주제라 작가들은 작품을 완성하고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관람객도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라며 “한국적인 에로티시즘 예술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미성년자의 관람을 제한하는 ‘19금’ 전시로 운영된다. 입장료 3,000원은 장애인 복지에 쓰일 예정이다. 9월11일까지. (02)549-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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