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 지체가 심각하고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하는 자료로서 15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공공기관장 현황에 따르면 304개 공공기관 중 29곳이 기관장 공석 상태로 있으며 어떤 기관은 최장 9개월 동안 기관장이 공석이라고 한다.
29곳 공석 상태... 정책 마비 혼선초래
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정부 기금을 관리하고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아서 수행하는 준정부기관, 정부가 대주주로서 정부재정에 기여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설립한 공기업, 기타 정부의 업무를 지원하거나 공공의 정책 실현에 기여하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며 넓은 의미의 정부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공공기관장 공석 사태는 정부 정책집행의 마비와 혼선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간단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장 인선의 문제는 모든 정부에서 늘 논란거리가 돼왔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밀어내고 새 정부의 집권에 기여했던 정치권 인사를 임명하려는 시도 때문이었다. 현 정부는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오히려 집권 초기 공공기관장 인선을 늦추는 바람에 지난해 이후 일부 공공기관장을 새로 충원하지 못하고 임기가 끝난 공공기관장이 여전히 근무하는 새로운 부작용에 직면했었다. 이런 와중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불거진 '관피아' 논란은 퇴직 고위공무원의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임명을 아예 중단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와 같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 지연 사태의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관피아' 현상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공기관장 인사 지연을 가속화시킨 '관피아' 현상은 고위공무원들이 현직에서 근무할 때 업무위탁과 예산지원에 따른 지도·감독·규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배하던 '공공기관에 관행적으로 고위 임직원으로 임명되는 현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고위공무원들이 정책을 결정·집행하거나 규제·인허가 업무를 관장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민간기업에 재취업해 사실상 해당 기관의 로비스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정부의 정당한 규제나 법 집행을 무력화시키거나 정책 왜곡현상을 초래해 공익을 침해하고 부당하게 특정 기업의 이익에 종사하는 제도화된 탐욕의 카르텔'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관피아' 현상 중 후자는 엄격히 규제해야 마땅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공공기관 내부 임직원 출신이나 다른 민간인과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하는 직무역량검증시스템만 전제된다면 고위공무원이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반드시 막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부가 업무와 기금관리를 위탁하고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정부 출신 인사를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해 일정 부분 공공기관 운영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
추천위 전문성 강화·활동 보장을
정부가 늘 그러했듯이 공공기관장 인사를 집권에 기여한 정치권 인사에 대한 보은이나 고위공무원의 인사 숨통을 트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한다는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장 임용추천위원회가 역량 있는 기관장을 선별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물로 구성돼야 하고 그 활동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며 청와대나 주무부처 장관의 복심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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