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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韓·美 성장률 역전 현상 우려

전영재<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최근 한국과 미국 경제가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내수침체와 투자부진으로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한국은행 등 정책 당국이 올 한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당초 예상을 웃도는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양국간 금리역전 현상이 이미 벌어진 데 이어 이제는 성장률 역전 현상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미국 경제는 올 1ㆍ4분기 3.8%, 2ㆍ4분기 3.4% 성장을 기록해 상반기에만 3.6% 성장의 성적을 올렸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유가가 60달러(WTI 기준) 이상의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 경제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주택경기의 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동안 집값이 너무 올라 심각한 수준의 버블이 생겨났고 곧 꺼질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택경기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해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 실적은 200만가구 이상으로 지난 78년 이후 최대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주택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가계 자산가치와 담보여력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경기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상황 개선과 기업의 실적호전이 경기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까지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우려됐으나 실업률이 전년 말 5.4%에서 7월 현재 5%로 떨어지는 등 고용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기업 실적도 좋다. 비즈니스위크가 미국 900대 대기업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이익률이 7.9%로 조사를 시작한 7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적이 좋으니까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가계소득 수준이 높아져 소비가 늘고, 이는 기업의 실적을 더 좋게 만드는 경기의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 경제는 수많은 리스크 요인을 안고 있다.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주택경기가 급랭할 경우 가계부채 확대와 소비위축을 불러와 경기를 크게 후퇴시킬 수 있다. 배럴당 60달러 이상의 유가 수준이 지속된다면 이 또한 경기를 냉각시키는 악재가 될 것이다.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화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 대외불균형도 걱정거리임에 틀림없다. 이렇듯 불안요인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택 버블 붕괴, 장기금리 급등, 현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고유가 지속 등이 동시다발로 일어나지 않는 한 미국 경제는 다소 성장세는 둔화되겠지만 향후에도 잠재성장률(3% 초반)에 가까운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버블 붕괴, 기업 스캔들, 9ㆍ11 테러와 아프간 및 이라크 전쟁 등 무수한 외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주목할 만한 복원력을 보여주며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전 수준의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생산성 증가가 큰 몫을 차지한다. 고효율ㆍ고생산성 경제로의 체질 개선이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을 길러준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그나마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성장을 거듭하는 한국 경제가 과연 고유가, 부동산 버블 붕괴 등 외부 충격을 미국만큼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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