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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몰린 그리스 '플랜B'까지 고려

'아이슬란드式 디폴트''이종통화' 수면위로


아이슬란드式 디폴트
은행 부실자산 흡수 기관 신설
자본통제 단행 인출 막는 계획
그리스 급진좌파 비밀리 추진

이종통화 허용
치프라스 등 벼랑끝 전술에 경제전문가들 "숨통 터줘야"
"플랜B는 응급처방" 우려도


재정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채무협상이 이달 말 시한을 눈앞에 두고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최악의 사태를 상정한 차선책(일명 '플랜B')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부도를 내고 은행 등에 대한 대외자산을 동결했던 아이슬란드처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자는 극약처방이 그리스 여당 일각에서 추진되는가 하면 그리스 정부가 잠시나마 유로화 이외의 이종통화를 쓰도록 허용해 대내외 부채를 갚을 여유를 주자는 임시처방까지 공론화하고 있다.

15일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와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리스 여당 시리자 정파 중 급진좌파인 '아리스테리플라트포르마(Aristeri Platforma)'가 아이슬란드식 디폴트를 추진하는 비밀계획을 며칠 내 제안하기로 했다. 아리스테리플라트포르마는 해당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이미 30명의 장관을 포함해 의회 의석 중 5분의1에 달하는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이 이달 말 종료되는 구제금융 잔금 72억유로 지원 조건으로 시리자가 거부해온 연금삭감·증세·재정삭감 등을 요구하며 압박하자 여당 내 강경파가 아예 파국을 불사한 플랜B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자국 내 대형은행들이 자금난에 처하자 공적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그대로 부도 처리했다. 당시 아이슬란드는 국영은행을 별도로 설립해 부도낸 은행이 보유했던 내국인 예금과 채권을 이전시켜 보전해준 반면 대외채권 등은 방치한 채 해외송금을 금지하는 자본통제를 단행했다. 이 같은 급진적 방식으로 아이슬란드는 경제붕괴를 피하고 2011년부터 경제회복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재산권 행사가 제약된 외국인 예금자 및 채권자들이 대거 금전적 피해를 당했다.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의 피해가 커 해당 정부는 60억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을 정도다.



아리스테리플라트포르마가 제안하는 디폴트 방식은 이를 벤치마킹하는 내용일 것으로 추정된다. 자금난에 처한 은행들을 부도 처리한 뒤 별도의 국립은행을 신설해 부실자산을 흡수하는 금융기관(배드뱅크)으로 만들고 자본통제를 단행해 은행의 자금인출 대란을 막는 시나리오다. 아이슬란드식 디폴트가 단행되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리자와 연합정부를 구성한 독립그리스인당(ANEL)도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내 강경좌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최근 채무협상에서 벼랑 끝 전술을 택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말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담판에 실패하자 채권단이 지난 5년간 그리스를 착취해왔다고 맹비난해 협상 분위기를 한층 더 경색시켰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인 독일 측의 귄터 외팅거는 "협상에 실패하면 그리스는 국가 비상사태에 이를 것"이라며 EU 회원국들에 플랜B를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이처럼 위기가 고조되자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리스에 대한 이종통화 허용이 파국을 피할 차선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이종통화 방식을 통한 제3의 그리스 해법'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그리스를 유로존에 잔류시키되 이종통화를 허용하면 증세 및 재정삭감 등을 단행하지 않고도 나라 살림을 꾸릴 수 있다는 일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이는 그리스가 유로화 외에 자국 내에서만 통용되는 임시화폐 대용물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종통화는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세액공제증명서(TCC)를 일종의 대안화폐로 임시 발행해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시나리오다. 기업이나 개인은 TCC를 통해 향후 수년간 세금을 차감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불각서(IOU)를 발행해 지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연금 등을 유로화가 아닌 IOU로 주면 이를 받은 국민들이 IOU를 화폐처럼 시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세금은 유로화로 걷어 대외부채를 갚는 데 쓰면 된다고 FT는 소개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플랜B가 어떤 경우라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잘해봐야 다음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시간을 버는 응급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편 유럽채권시장은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술렁이고 있다. 15일 그리스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30%선에 육박했다. 그 불똥은 재정불안을 겪어온 다른 남유럽국가에도 튀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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