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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성의 칭다오, 허난성의 정저우, 후베이성의 우한 등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를 다니다 보면 초저녁에도 단지 전체에 불이 꺼진 아파트를 쉽사리 볼 수 있다. 완공이 다 됐는데도 입주자가 없는 이른바 '유령 아파트'다. 시장경제 원리상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면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령 아파트가 늘어나도 계속 짓는다. 서방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에 '올인'해 고도성장을 구가해왔던 중국의 거품 경제가 한계에 봉착했고 악성 부동산 대출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며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령아파트는 이 같은 전망을 증명하는 듯한 상징물로 다가온다.
사실 서방에서 제기되는 부동산발 중국경제의 경착륙 경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년여 전부터 되풀이됐던 레퍼토리다. 하지만 경기 급락의 뇌관으로 여겨졌던 은행권은 지난해 478조원의 사상 최대 순익 잔치를 벌였다. 그것도 은행권의 부실대출 잔액과 비율은 전년보다 더 밑돌면서 낸 실적이었다.
이쯤 되면 서방의 경제 상식과 논리가 어쩌면 중국식 시장경제 진단에는 온전히 적합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물론 서방의 경제학자와 투자은행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부외 부채가 많고 부실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는 비정상적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에 실제 부실이 눈에 들어나지 않고 있는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미분양 아파트는 은행권 부실로 잡혀야 하는데 버젓이 정상 대출로 처리되고 있다는 얘기다. 자금이 부족한 부동산투자회사는 설계도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중국 정부나 학자들이 바라보는 경제 진단법은 다르다.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가 그렇듯 지금은 미분양 아파트들도 결국 투자물이기 때문에 일정 시차를 두고 경제 개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급속한 도시화를 통한 성장 과정에서 시차를 두고 이들 인프라를 소화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50%로 미국(82%), 일본(67%)에 한참 못 미친다. 그만큼 앞으로 도시화에 따른 주택 수요와 소득증대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중국 내부에서도 워낙 땅이 넓고 지역별로 성장 개발 수준이 다르다 보니 베이징 등 대도시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한편 우루무치 등의 지방 도시 주택 가격은 올라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 내에서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조치로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하며 연착륙 추세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가 너무 서방의 잣대로 중국 경제를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식 국가 주도의 개발 자본주의에 맞는 새로운 경제 진단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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