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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새 뇌관으로 떠오르나

유럽 은행권 스트레스테스트 무더기 합격 판정<br>90곳중 8곳만 불합격 부실 평가 의혹 일어<br>평가 기준도 애매모호 "불안감만 부추겨" 우려


유럽 은행권을 대상으로 실시된 스트레스테스트가 또다시 부실평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유럽 금융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합격률이 나온데다 평가 기준도 유로존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결과가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15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은행 90개를 대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8개 은행이 통과기준인 핵심 자기자본비율 (Core Tier 1) 5%에 미달해 불합격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불합격 은행들로는 스페인 은행이 5곳, 그리스 은행 2곳, 오스트리아 은행 1곳이 선정됐다. 핵심 자기자본비율이 6%미만인 16개 은행은 간신히 턱걸이로 통과했으며 그리스에 가장 많은 채권이 물려있는 프랑스와 독일 은행들 모두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판정받았다. EBA는 또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최근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해서도 무더기로 합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불합격 은행이 당초 예상치에 못 미치는데다 평가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번 테스트가 논란이 됐던 지난 해 스트레스테스트의 '재탕'에 불과하다며 부실 평가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시장은 10~15개 은행이 탈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또 이들이 부실대비 충당해야 하는 금액도 25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탈락은행은 8곳에 불과했고 충당금액도 25억유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평가 기준에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 등 주요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점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보다 평가 항목이 많아져 객관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스ㆍ포르투갈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한 자금 조달능력을 비롯해 가장 중요한 변수를 평가기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정작 이번 결과가 유로존의 위기 안정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처럼 유로존이 스트레스테스트 이후 오히려 더 큰 위기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은행감독위원회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후 아일랜드 은행들에 모두 합격점을 줬지만 실제로는 아일랜드 은행권이 부실의 늪에 빠진 것으로 드러나 구제금융 정국을 초래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개별 은행의 구체적인 재무상태와 부채규모가 외부에 자세하게 공개됨에 따라 앞으로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의 새로운 공격을 위한 빌미를 안겨줄 것이라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의 반발로 무산된 유럽연합(EU)정상회의가 21일 공식 개최될 예정이라고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반 롬푀이 상임의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유로존 재정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EU 정상회의가 21일 열릴 것"이라며 "유로존 금융 안정과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 방안 마련이 회의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그리스 위기해법을 놓고 독일과 프랑스 등 각국 정상이 최종 입장을 조율한다는 점에서 향후 유럽 재정위기 확산여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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