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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야구 동호인 20만명 시대 혹한에도 동계훈련 구슬땀

사회인 야구단, 우리는 겨울에도 야구한다<br>작년 전국 클럽 5,417개 달해 3년만에 두배 이상으로 늘어<br>가건물에 피칭머신 연습장 세워 주말마다 체력 다지고 실력 키워

우리투자증권 사내 동호회 옥토야구단 선수들이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실내야구연습장에서 맹훈련 중이다. 추운 날씨에 실내까지 한기가 스며들면서 겉옷을 걸치거나 목 보온대를 한 선수들이 눈에 띈다. 임진혁기자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은 사상 최대치인 680만 명. 야구가 최고 인기스포츠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가운데 야구를 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글러브를 손에 끼고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다. 선동렬과 고 최동원의 맞대결을 그린 영화 ‘퍼펙트게임’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배우 조승우씨 역시 “촬영을 마치고 야구에 빠져 사회인야구단에서 투수로 뛰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바야흐로 사회인 야구 전성시대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야구클럽은 5,417개, 참가인원은 13만7,768명에 달한다. 2008년(2,435개, 5만5,400명)과 비교해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등록되지 않은 동호회를 포함하면 20만 명도 넘지 않겠냐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프로야구가 4월에 개막해 10월에 매듭을 짓는 것과 달리 사회인야구 리그는 통상 2월 중순에 열려 12월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12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약 두 달간 야구 동호인들은 무엇을 할까. 프로야구 선수들이 겨우내 체력을 다지고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따뜻한 남쪽나라로 전지훈련을 가듯 동호인들 역시 곳곳에 숨은 실내 야구 연습장으로 주말 특훈에 나선다. 동장군(冬將軍)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야구 동호인들의 겨울나기 현장을 찾아가봤다.

지난 11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고양시 우리인재원 실내야구장 앞으로 흰색 유니폼을 입은 우리투자증권 옥토야구단 선수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9도. 꽤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빨개진 귀를 손으로 감싸는 선수들이 보였다. 반가운 아침인사를 할 때마다 입김도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이날 참석한 인원은 모두 13명. 야구경기에 나오는 인원은 보통 20명 안팎이지만 시합이 아닌 훈련만 진행되는 겨울에는 보통 이 정도가 모인다. 이날 연습에는 특별히 대학교 야구선수로 뛴 적이 있는 두 명의 일일 코치도 섭외했다. 옥토야구단 선수들은 실내 연습장에서 야수팀과 투수팀으로 나뉘어 각각의 코치로부터 2시간 집중 레슨을 받았다. 때로는 조카뻘 되는 코치들의 야단도 이어졌다.

이들은 평소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증권맨으로 살지만 흰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이 순간만큼은 공 하나에 죽고 사는 ‘일구일생 일구일사(一球一生 一球一死)’의 진지한 모습, 야구인이었다.

옥토야구단에서 투수로 뛰고 있는 조영민(29)씨는 “매주 토요일 야구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이 시간이 즐겁다”며 “얼마 남지 않은 겨울 훈련에서 제구력을 키워 2012시즌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오른팔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옥토야구단의 경우 회사 연수원에 설치된 실내야구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겨울훈련 여건이 매우 좋은 축에 속한다. 대다수 사회인 야구팀들은 사설 실내야구연습장을 2시간에 10~15만원의 사용료를 내며 이용한다.

사회인 야구가 성장하면서 김포와 하남 등 서울 인근 외곽지역에는 비닐하우스나 가건물을 개조해놓고 자동투구기계(피칭머신)을 들인 연습장들이 증가하는 상태. 주요 포털사이트에 ‘실내야구연습장’으로 검색어를 넣으면 서울 등 전국적으로 70여 곳이 넘는 연습장을 찾을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회인 야구가 본격적으로 붐을 이룬 최근 2~3년 새 생겼다.



아무리 실내연습장이 늘어난다고 해도 급속도로 확대되는 야구인구의 증가세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 때문에 직장인 야구팀들이 주로 찾는 주말에는 사설 실내야구연습장을 빌리기조차도 어려운 형편이다.

신한은행 사회인야구팀은 이 같은 자리 전쟁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예약을 모두 마쳤다. 이 팀의 총무를 맡고 있는 조경필(33)씨는 “지난해 사회인야구리그 시즌이 끝난 뒤부터 실내연습장을 활용해 주말마다 2시간 가량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겨울에는 연습장마다 주말 스케줄이 꽉 차기 때문에 오는 2월 중순까지 한번에 예약을 잡아놨다”고 말했다.

서울 신설동에서 야구연습장을 운영하는 이성화씨는 “(실내연습장은)사실 겨울 한철 장사라고 봐야 한다”며 “주말의 경우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에 사용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체육교사 권영준(30)씨의 야구팀 ‘트위너스’는 경기도 하남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권씨는 “일주일에 한번 2시간씩 10여명이 모여 야구연습을 한다”며 “지인의 소개로 이 공간을 공짜로 빌리게 돼 장소 걱정은 덜었지만 오가기 불편한 게 흠”이라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사회인야구의 개막이 이제 1~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주말마다 닦아온 기량을 뽐내고 싶은 야구 동호인들의 마음은 벌써 마운드와 타석 위에 올라서 있다. 권씨는 “안타를 칠 때 느끼는 짜릿한 손맛을 꿈꾸며 리그 개막만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목표도 역시 우승”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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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사내 동호회 옥토야구단 선수들이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실내야구연습장에서 맹훈련 중이다. 추운 날씨에 실내까지 한기가 스며들면서 겉옷을 걸치거나 목 보온대를 한 선수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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