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산업사회의 주류 소비문화였던 소유의 시대가 저물고 임대주택, 렌털 상품과 같은 접속의 시대가 온다고 주장했다. '소유' '상품화'와 함께 시작됐던 자본주의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임시적으로 '접속'한다는 것이다.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거나 팔고 소유하지 않으며 서로의 시간과 지식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빌리려 할 뿐이다. 내 것이 없더라도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해당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접속' '공유'가 가능한 시대라는 말이다. 14년 전 나온 이 이야기는 현재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최근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등 공유경제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6년 만에 약 190개 나라 3만 4,000여개 도시로 확산돼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으며 올해 초 기업가치가 하얏트호텔, 인터컨티넨탈호텔보다 높은 100억달러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집·자동차뿐만 아니라 사람이 소비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등이 소유에서 대여·공유의 영역으로 무한 확장해나가고 있다. 비즈니스 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인원이 회의할 만한 장소가 필요한데 그럴 만한 공간을 소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단 몇 시간 사용하기 위한 회의실을 언제든지 빌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간 대여·공유땐 비용 절감 효과
최근 다양한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라 거리를 걸으며 업무를 처리하고 기차·비행기·카페에서 서류를 작성하는 등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들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급변하는 업무환경 변화로 9시에 사무실로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던 출퇴근문화도 각자에게 맞는 시간과 장소에서 업무를 보는 방식으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업무공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시간·장소의 제약 없이 이동하며 일하는 '노마드 워커'족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사무실의 개념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출장이나 외부 업무가 잦은 직장인들에게는 사무실만이 업무를 해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유연하고 유동적인 업무환경 조성으로 사무실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한 대안으로 사무실을 대여하는 개념의 비즈니스센터가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비즈니스센터는 1989년 벨기에에 처음으로 설립된 오피스 아웃소싱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사무공간 대여 서비스다. 사업을 하려는 개인이나 기업에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 맞는 맞춤형 사무실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신의 사무실을 소유하지 않고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사무실을 필요한 만큼 빌리는 것이다. 구글·도시바·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비즈니스센터를 통해 직원들이 업무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원하지 않는 부분에 소요되는 비용도 효과적으로 절감하는 등 간접비와 부동산투자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점차 회의실이나 사무공간을 빌려 쓴다는 인식이 늘고 있으며 비즈니스센터의 경우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이나 창업 기업의 인큐베이터 사무실로 활용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무실을 대여한다는 개념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택이나 토지 등 자산을 소유하려는 집착이 강하고 특히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자기 소유의 사무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소유집착 버리면 경제활력 커져
이러한 소유 집착적 사회 분위기로 창업 기업의 초기투자비용 문제 등 사회적 비용 또한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하거나 소규모 기업이라면 굳이 사무실을 임대하고 사무기기를 새로 살 필요가 있을까. 기업의 경쟁력은 부동산·동산 소유 여부나 외형의 규모가 아니라 핵심역량 보유에 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면 더 많은 좋은 기업들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창의적인 도전을 통해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효율적인 비즈니스 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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