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김희중 <논설위원>

모두들 걱정했었다. 그렇게 해서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경제가 어려우니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일은 가급적 삼가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선진한국 건설도 가능하다고 했다. 성장을 확대해 나눌 수 있는 몫을 키워야 분배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운동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것은 들어주되 무리한 것은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국내기업에만 가하고 있는 역차별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했다. 수도이전이나, 이름을 바꾼 행정수도이전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보수로 몰렸다. 성장도 분배도 모두 나빠져 사회적 마찰과 알력은 심화됐고 경제는 큰 상처를 입었다. 기업인들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줄줄이 사직당국에 불려갔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당장 살아남기 위한 궁리만 했다. 투자는 하지 않고 현찰만 챙겼다. 자연히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일자리는 줄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던 노조는 지금 최악의 위기에 몰려 있다. 눈치 빠른 강남의 부자들은 5년 후를 기약하며 해외로 떠났다. 소비는 줄었고 있는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니 없는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 문제는 2년이 지나서야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외국투기세력들은 이미 한몫 챙긴 뒤다. 성장은 둔화되고 분배는 더욱 왜곡되고 안으로 곪던 상처는 결국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ㆍ4분기의 통계는 우리 경제가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가를 보여준다. 성장도 분배도 모두 나빠졌다. 경제성장률은 2.7%로 6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담배 사재기와 로또판매 부진, 조업일수 감소 등을 탓한다. 성장률은 떨어졌지만 내용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성장률은 지난해 2ㆍ4분기 5.5%, 3ㆍ4분기 4.7%, 4ㆍ4분기 3.3%로 계속 둔화되고 있다. 성장이 더디다 보니 나눌 몫은 더 줄었고 빈부격차도 더 커졌다. 통계청이 1ㆍ4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득을 5단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5.87배로 23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빈부격차를 위해 나름대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데도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봉제 확산과 정규직에서 밀린 사람들이 소득이 낮은 비정규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민간투자 부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부동산을 비롯해 급증하고 있는 각종 세금 및 사회보험 등 비소비성 지출이 더 큰 문제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 난국을 빠져나갈 탈출구가 쉬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는 물론 정치도 모두 꽉 막혀 있다. 경제는 어떤 수단을 써도 약발이 잘 먹히지 않는 듯하다. 민간상반기에 재정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지만 성장도, 투자도, 소비도 살아나지 않았다.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세금을 계속 올리고 있지만 땅값은 전국적으로 들썩이고 있다. 규제를 과감히 풀어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지만 규제 때문에 기업하려는 의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치 갈등 풀면 경제도 풀려 경제가 이렇게 된 원인(遠因) 가운데 하나는 정치의 실종 때문이다. 경제가 꼬이면 정치가 나서서 풀어야 하는데 참여정부 들어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었다. 최근의 상황은 최악이다. 마치 파국을 향해 치닫는 치킨게임을 보는 것처럼 불안하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지만 야당도 그 책임을 비켜갈 수는 없다. 이제 야당은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보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 역시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부치는 무모함을 중단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려면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정치권이 먼저 갈등을 접고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