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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국민을 이기려는 청와대의 오만

정치부=서정명 차장 vicsjm@sed.co.kr

온 나라를 밑동까지 흔들어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이 지난 5일 ‘사실무근’이라는 중간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검찰은 비선실세 논란을 촉발시킨 정윤회 문건은 박관천 경정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풍문을 과장해 짜깁기한 것이고 이렇게 작성된 자료는 조웅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박지만 EG회장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루가 지나고 나서 6일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실을 찾아서는 “몇 사람이 개인적 사심(私心)으로 인해 나라를 뒤흔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 밝혀졌다”며 청와대의 촌평을 내놓았다.

요즘 청와대 내부에서 흐르는 기류를 보면 정윤회 사태는 몇몇 사람이 권력욕심에 사로잡혀 못된 계략을 꾸민 것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이재만 총무ㆍ정호성 제1부속ㆍ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결과가 무죄(無罪)인데 왜 인적 쇄신을 해야 하는가’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청와대가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윤회 사태는 청와대 식구들이 저지른 일이다. 식구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고 무대에 연극을 올렸다. 식구들이 문건을 허위로 작성했고 종이뭉치를 외부로 빼돌렸고 이 같은 중차대한 사실을 알고서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청와대 인재(人災)’였고 ‘시스템 오작동(誤作動)’이었다.

국민들은 청와대 직원들의 권력투쟁에 혀를 내둘렀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안시스템에 고개를 갸우뚱했고 제대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허탈한 마음으로 청와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지켜보면서 체념했다.



정윤회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불충(不忠)요인이었다. 규제개혁ㆍ공공기관 혁신ㆍ투자활성화 등을 통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불을 지펴야 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직원들이 자초한 사건으로 풍선에 바람 빠지듯 국정동력은 크게 상실되고 말았다.

결국 청와대 참모들이 저지른 정윤회 사건은 국민에게는 허탈감과 절망감을 안겨주고 박 대통령에게는 ‘균형감각을 잃은 지도자’라는 오명을 덧씌운 ‘독배(毒杯)였다.

국가운영은 곧 민심(民心)이다. 지난달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청와대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결과가 무죄라고 해서 문제를 야기한 과정에 대해서도 ’책임이 없소이다‘라고 오기를 부려서는 안 된다.

“사람을 다스리되 그가 다스림을 받지 않거든 나의 지도에 잘못이 없는가를 살펴보라. 행(行)하여 얻음(得)이 없으면 모든 것에 나 자신을 반성하라. 내가 올바를진대 천하는 모두 나에게 돌아온다” 맹자가 후세 지도자들에게 남긴 촌철살인의 경구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맹자의 전체 문구는 애써 외면하면서 ’내가 올바를 진대‘라는 단어에 자기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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