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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머독과 파드, 욕망과 순수

송영규 기자<국제부>

최근 동서양의 두 사람이 지구촌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한명은 세계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다른 한명은 파드 빈 압델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다. 둘 다 각자의 영역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며 ‘제국’을 이끈 인물들이었고 또 세계 10대 거부에 속할 만큼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머독은 ‘자신의 제국’인 뉴스코퍼레이션을 통해 전세계 46개국의 신문과 TV 등 모두 780여개에 육박하는 대중매체를 장악한 명실상부한 ‘미디어의 제왕’이었다. 파드 국왕 역시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의 산유국이자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의 최고 권력자로서 세계 에너지시장은 물론,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갑부만의 ‘특권’이었던 ‘돈자랑’ 역시 둘을 따라다녔다. 머독은 지난해 미국 맨해튼에 4,500만달러(45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한 바 있고 파드 국왕 역시 세달 간의 여행비용으로 600억원을 쓰기도 했다. 이렇듯 표면적으로 볼 때 둘은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 하지만 두 거인의 말년을 보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머독은 최근 큰 아들인 래클런 머독이 계모와의 갈등으로 갑작스럽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세습경영의 폐해를 몸으로 보여준 장본인’으로 비난받고 있다. 여기에 49억달러(약 5조원)에 달하는 재산신탁을 둘러싼 가족간 갈등도 고희를 훨씬 지난 머독을 더욱 고독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파드 국왕은 지난 1일 사망한 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단 하루의 장례식과 영결기도만을 거친 뒤 불과 한 평 남짓한 시내의 한 평범한 공동묘역에 묻혔다. 23년간 세계 에너지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일반인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300억달러(약 30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한 국가의 왕이 ‘빈손’으로 영면의 길로 들어간 것. 물론 이것이 이슬람 교리에 따른 사우디 왕가의 전통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수만리나 떨어진 외지인의 눈으로 볼 때 ‘검소’ 그 자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서양에 비해 동양이 뒤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제왕’을 비교해볼 때 이것이 진실과는 거리가 먼듯 여겨진다. 앞으로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뒤로는 ‘영원한 부의 소유’를 추구하는 것과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는’ ‘순수’함, 둘 중 어느 게 더 나은 모습인지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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