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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용카드사·대형 가맹점의 상생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신(新)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체계(이하 신체계)’에 근거,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하지만 여전히 가맹점수수료 문제는 신용카드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율을 적용 받던 대형마트ㆍ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신용카드회사와 대형 가맹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체계에서는 카드사가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거나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율 인상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 방안이 포함돼 있다. 즉 합리적 근거에 기초한 수수료율 산정 위반시 카드사에 영업정지 3개월 또는 과징금 5,000만원이 부과된다. 또한 대형 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가맹점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1,000만원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카드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던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의 불가피성을 통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규모의 경쟁력을 앞세워 협상 테이블에서 사실상 갑(甲)의 지위를 차지하는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당국 개입, 힘의 균형 맞춰줘야

카드사들과 대형 가맹점 사이의 줄다리기가 치열해질수록 입장이 불리해지는 것은 카드사다.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대형 가맹점이 계약해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카드사의 영업수익 감소를 불러오고 정부가 정해진 시한까지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지 못할 경우 금융감독기관의 제재가 고스란히 카드사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대형 가맹점에도 벌금 1,000만원의 제재가 따르기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재가 수수료 협상에 있어 대형 가맹점을 압박할 만한 카드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 협상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최근 신용카드시장을 둘러싼 경영환경도 카드사들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형국이다. 대규모 가계부채 문제 해결 방안의 한 방편으로 금융감독기관이 추진 중인 일련의 규제 강화 조치도 카드사들의 경영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즉 카드론 억제정책 발효, 레버리지 상한선 설정,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조치 등으로 카드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여러 징후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금년 8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국내 카드승인실적 증가율이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 실적 둔화 양상이 역력하다. 올해 1월에서 4월까지의 카드채 발행 규모도 전년 동기대비 35% 정도 감소하는 등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된 상황이다. 이미 중소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으로 인해 영업수익도 상당 부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가맹점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이미 코너에 몰릴 대로 몰려 있어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일부 대형 가맹점들이 계약을 해지하는 등 수수료율 인상을 강하게 거부할 경우 카드사들은 대규모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율, 물가 고려해 점진 인상을

결국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들 사이에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인위적 개입이 불가피하다.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고 있는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해당 규정 위반시 벌금 이외에 보다 실효성 있는 법률적ㆍ제도적 강제장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다만 보완책 마련에 있어 대형 가맹점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율 인상이 자칫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공정하고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카드사들로 하여금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일시적으로 인상하기보다는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운영의 묘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이나 고비용 마케팅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절실하다. 이는 기업활동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신용카드업계의 지속성장을 위한 지원정책을 함께 마련하는 등 세심한 배려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신용카드산업은 지난 10여년간 크게 성장해왔다. 현재 수수료율을 둘러싼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간의 진통은 국내 카드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인 셈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수수료 체계 확립이 금융소비자의 권익과 카드산업의 동반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는 대전제하에 금융당국과 카드사ㆍ대형 가맹점이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나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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