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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일본, 경기부양책마저 무력화

'잃어버린 10년' 다시 오나<br>엔高 지속에 수출 반토막 나고 실업은 급증<br>추가 부양책도 높은 저축성향 등으로 효과 미지수<br>전문가들 "당분간 투자감소 따른 경제위축 불가피"

전후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가 90년대 이어 또 다시‘제2의 잃어버린 10년’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일 일본 닛케이 지수가 3%가 넘게 하락한 가운데 한 시민이 도쿄시내의 한 주식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 경제가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추락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엔고가 지속되면서 산업생산과 수출은 감소하고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제한적인 정부의 경기부양책마저 일본인들의 전통적으로 높은 저축성향(Propensity to save)으로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본이 지난 90년대처럼 '잃어버린 10년'을 반복할 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성장은 멈추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며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비참한 시대가 또 다시 온다는 것.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일본이 또 다시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면서 "앞으로 당분간 투자 감소에 따른 경제 위축과 실업 증가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 유수의 장난감 수출회사 포라이트(Porite)의 사이타마 공장 노동자들은 요즘 할 일이 별로 없다. 400여명의 근로자들은 아침에 출근하여 공장 안팎을 청소하고 기계를 닦으며 하루를 보낸다. 이미 근로자의 절반이상이 올들어 퇴사했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일본의 산업생산이 급감하는 가운데 주력 수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일본 제조업 생산의 75%를 담당하며, 이 분야 고용의 90%를 책임지는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30일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및 전자제품 생산회사들이 2001년이래 최장기간인 5개월째 생산을 감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산업생산은 지난 1월 10.2% 하락에 이어 2월에도 9.4% 떨어져 전후 최악의 생산 위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일본의 수출 감소는 충격적이다. 불과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주 일본의 2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 줄어든 3조5,254억엔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80년이후 사상 최대의 감소 폭이다. 지역별로는 일본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 58.4%, 유럽이 54.7%, 중국이 39.7% 각각 줄어 들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급속히 줄어들면서 무역수지는 소폭 흑자를 유지한 것이 위안거리였을 뿐이다. 일본의 경기 위축은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함께 엔고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엔고는 일본 경제를 조이는 올가미가 됐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엔화는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힘입어 강세를 보여 왔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의 회귀로 엔화는 한 때 달러당 80엔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엔고는 일본인 여행자들의 호주머니를 두둑이(?) 불려 줬지만 동시에 일본 경제를 안에서 좀먹어 들어갔다. 물가도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적당한 수준의 물가상승은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지만 최근의 흐름은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일본 총무성은 27일 2월 근원CPI(식료품과 유가를 제외한 물가상승율)가 전년 동기 대비 보합(0%)세를 기록했고, 전월대비로는 0.1%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월 소매판매 규모도 6개월 연속 위축돼 9조9,760억엔으로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5.8% 줄었다. 일본 경제의 앞날은 더욱 잿빛으로 물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7일 일본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5%로 수정해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말 0%, 올초 -2.6% 전망치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일본이 올해 2차대전이후 사상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일본 경제가 지난해 4분기이후 지속적인 수축 국면에 있음을 반증한다. 지난 4분기 일본의 GDP성장률은 연율로 -12.7%를 나타내 1차 석유위기 때인 지난 74년 -13.1%와 버금가는 기록을 세웠다. 오는 4월 1일 발표될 일본의 경기전망 지수인 단칸지수(단기경기관측지수)도 3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6일 단칸지수가 지난해 12월 마이너스(-) 24에서 오는 4월 마이너스(-) 5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역시 지난 1975년 이후 이 조사가 시작한 이래 최악이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올초 75조엔대의 1ㆍ2차 경기부양에 이어 이르면 4월초 최대 60조엔(한화 약 900조원)에 달하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움직임이다. 실물경기 및 내수소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경기방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국내외적인 여건상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일본 GDP의 84.1%를 차지하는 내수가 지난해 가을이후 경기회복의 지렛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일본인들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돈 될만한 것은 소비하기 보다는 생기는 족족 저축해 버리는 습성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신차를 살 때 주는 보조금이나 농촌 주민들에게 나눠 주는 소비용 쿠폰마저 '와리깡(할인)'을 우려해 이중, 삼중의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정치 불안도 일본 정부의 강력하고 신속한 경기부양책의 수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라이시 히로시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위기의 지속으로 일본 제조업에 구조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어느 정도의 내수를 창출할 수는 있겠지만 수출로 상실한 갭을 완전히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성원 美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좌교수도 "현재로선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면서 "경기하강 조짐이 깊어지지만 정치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현 정권이 의미 있는 부양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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