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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중화 사상으로 서구 자본주의 대안 구상

■ 아시아는 세계다 (왕후이 지음, 글항아리 펴냄)


중국 사상가 왕후이(汪暉)가 1996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쓴 논문을 묶어서 펴낸 것이다. 왕후이는 루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평지 ‘독서’(讀書)를 중국 최고의 지성지로 키우면서 중국 지성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의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행보에 대해 세계의 관심도 높다. 이 관심의 중심적인 주제는 중국이 과연 서구적 근대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현재의 세계체제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급격한 사회적인 변화를 겪다가 20세기초 사회주의 혁명을 달성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에는 소련과 거리를 두고 제3세계와 연계를 맺는 행보를 보였고 최근에는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면서도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적극 편입하며 체제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저자는 ‘트랜스시스템사회’(trans-systemic society)라는 개념을 통해 중국과 인접국가들의 역사적 존재 양태를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트랜스시스템사회’란 서로 다른 문명, 종교, 종족 및 기타 시스템을 연결하는 사회연결망이다. 저자는 이 용어를 통해 중국의 지역, 사회, 국가 및 이들 사이의 관계를 서술한다. 특히 청나라가 중앙과 지방을 관장한 방식, 즉 제국이 주변 국가들과 소통한 방식이 저자가 보는 트랜스시스템사회의 역사적 원류다. 다만 이 이론은 아직 엄밀히 정립된 개념은 아니며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민족공동체의 시각에서 이뤄지는 각종 사회 서술과도 다르고 다원사회라는 개념과도 다르다. 그것은 상호 침투적인 사회가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된 것이다”라고 저자는 는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이 이론을 통해 중국이 갖고 있는 최대 사회문제 중 하나이자 전세계적 관심사로 부상한 ‘티베트자치구’와 ‘류큐’(일본 오키나와현) 문제를 집중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갖는 가장 큰 문제의식은 ‘중국과 중국의 근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서 드러나듯 강대국의 필요에 의해 국제규약이 유명무실화되고 민족국가의 경쟁체제가 약육강식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왕후이의 트랜스시스템사회는 이런 상황에서 과거 중국적 시스템의 장점만을 취해 현대 사회에 구현해보자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개념을 미국으로 대표되는 초국적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 체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도에서 제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주장이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패권화의 길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경계의 시각도 있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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