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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나 왔는데 뭐 하나는 가져가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2010년 '하녀'에 이어 '돈의 맛'으로 두 번째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임상수(50ㆍ사진) 감독을 2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칸 현지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만났다.
임 감독은 "지난해에는 간 것만으로 승리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솔직히 (경쟁부문) 발표 때 (명단에) 못 들어가면 어쩌나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며 "다행히 초청돼 이렇게 칸에 왔다"고 운을 뗐다.
제6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임 감독의 '돈의 맛'은 영화제 일정에 맞춰 지난 17일 국내에 개봉됐다. 영화는 재벌가의 탐욕과 검은 이면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자본주의 사회의 폐부를 향해 날카로운 일갈을 가한다.
예술적 영화를 지향하는 그간 칸 영화제의 큰 줄기적 특성상 임 감독의 영화는 그 맥락과는 다소 상이한 특징을 담고 있는 게 사실. 그럼에도 '하녀'에 이어 '돈의 맛'이 그를 두 번이나 칸으로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임 감독은 "그간 누벨바그와 같은 유럽식 아트 영화(예술영화)가 50년 동안 지속돼왔다. 이제 조금은 이런 게 지겹다는 분위기가 조성돼가고 있고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내 영화가 또 한번 진출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티에리 프리모(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입장에서는 내 영화를 경쟁부문에 가져온 게 모험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2010년 '하녀'가 칸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되고 여기까지 못 올 영화는 아니지만 대단치는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2년 뒤 '돈의 맛'이 또 초청받았는데 그럼 도대체 무엇이 이걸 가능하게 했는지 보여주는 게 주된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놓고 한국 관객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특히 다소 모호하고 시원치 못한 마지막 장면에 대해 적잖은 말이 오간다. 이에 임 감독은 "결말에 대해 다양한 말이 많은데 전 외려 엔딩 장면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영화가 보다 파워풀하고 재미 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며 "'돈의 맛' 마지막 장면 후 뤼미에르 극장의 반응이 정말 궁금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영화가 재미 없다고 할 수는 있지만 단순히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증오가 느껴지는 혹평이 많았다"며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는 대단히 쉽게 관객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며 "영화는 읽어내는 것이 아닌 심리적인 매체다. 영화를 보고 불쾌하면서 뭔가 옳은 말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관객이 갖는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돈의 맛'을 통해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실상이 뭔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임 감독은 '오늘의 진정한 영화는 내가 만드는 거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언제나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임 감독의 '돈의 맛'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할지는 오는 27일 저녁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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