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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신 냉전시대] 2부. 해외자원개발, 역사를 쓴다 <2> 석유공사 '베트남 11-2(가스)·15-1(원유) 광구'

하루 車 112만대분 연료 생산… 투자회수율 151% '성공모델'로

11-2 광구, 1992년 탐사단계부터 투자해 결실

15-1 광구, 2003년 계약… 1년뒤 손익분기점 넘겨

美·러 등 글로벌 에너지 자본들과 치열한 경쟁

석유공사가 지난 2003년 10월부터 원유 생산을 하고 있는 베트남 15-1광구 생산 플랫폼이 해상 한가운데서 웅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붕따우=권대경기자

해상 플랫폼 안에서는 직원들이 생산 과정 등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붕따우=권대경기자


헬리콥터 굉음에 몸이 적응해갈 즈음 "플랫폼이 보인다"는 말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바다 한가운데 축구장 크기의 거대한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에 맞서기라도 하듯 24시간 내내 불길을 내뿜는 해상광구의 웅장함에 기세가 눌렸다. 자원전쟁의 격전지, 베트남 11-2와 15-1광구는 그렇게 대단한 위세를 뽐냈다.

강복일 석유공사 베트남사무소장은 "베트남의 2곳 광구는 해외 자원개발의 모델이 됐다"면서 "처음부터 이렇게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얘기다. 입찰을 통해 지난 1998년 광구 운영권을 확보했지만 외환위기의 장벽을 만났다. 신규 투자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 하나만 믿고 투자를 감행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으면 오늘날의 성공 신화도 없었다. 김현준 베트남사무소 탐사부장은 "해외 석유광구 탐사 성공률은 10%를 밑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탐사 단계에서부터 투자를 시작해 대박을 터뜨린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미국·러시아·인도·말레이시아 등 약 50여개국의 글로벌 에너지 자본들이 치열한 전쟁을 펼치는 곳이다.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가스프롬은 물론 인도 국영 석유회사 ONGC, 말레이시아 유전개발업체 머피오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거대 자본들의 틈바구니에서 2개 광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석유공사는 그렇게 '에너지 강국'으로의 발판을 다지고 있었다.

◇하루 112만대 차량의 연료 생산=베트남 붕따우에서 남쪽으로 약 320㎞ 떨어진 11-2광구(지분 한국 컨소시엄 75%,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 자회사 PVEP 25%)는 석유공사가 운영권자다. 가스를 주로 생산하는 광구인데 1992년부터 2009년까지 17년간 탐사 과정을 거쳐 2006년 롱도이가스전에서 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는 2034년까지 생산에 참여한다. 하루 평균 생산량은 2만1,000배럴, 컨덴세이트 2,300배럴 등 2만4,000배럴에 달한다. 석유공사는 현재 9개의 생산정을 내년 말까지 2곳을 더 늘려 11개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상보다 생산량이 많다는 얘기다.

2023년까지 참여할 예정인 15-1광구는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운영권은 없지만 지분 14.25%를 갖고 있다. 76공의 생산시추공에서 원유가 나오고 있는데 하루 평균 약 3만5,000배럴에 누적생산량은 2억4,900만배럴에 이른다. 10월과 11월 생산 개시를 목표로 두 곳의 광구를 더 개발하고 있고 다른 한 곳은 이미 2공의 시험시추공을 뚫어 매장량 평가 단계다.

1,000배럴은 통상 자동차 2만대를 하루에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런 기준으로 11-2광구는 42만대, 15-1광구는 70만대의 차량이 하루 쓸 수 있는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두 광구를 합치면 112만대 차량의 연료를 지하에서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투자비용 이미 회수…'15-1광구, 회수율 151%'=원유나 천연가스는 하룻밤 뚝딱 해서 생산되는 상품이 아니다. 엄청난 시간과 자본, 그리고 기술이 필요하다. 이것만 가지고 생산할 수 있을까. 아니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인내와 위험을 감수할 배짱이 없으면 '자원개발'은 할 수 없다. 5년 단위로 자원정책이 바뀌어서는 산유국의 꿈의 크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원유와 천연가스를 개발·생산한 뒤 수익을 얻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단순화할 수는 없지만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석유는 7년, 가스는 15년은 지나야 투자비용을 건질 수 있다는 게 석유공사의 설명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플랜트의 개수와 상관없이 산유국과 생산물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원유는 대략 7년, 가스는 15년 정도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공사의 지분 14.25% 등 한국 컨소시엄이 23.25%의 지분을 갖는 베트남 15-1광구의 투입비용은 이미 건졌다. 2003년부터 20년간 생산계약을 맺었는데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진 뒤 1년 뒤인 2004년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2004년 누적 투자금액 1억8,467만3,000달러에 회수된 금액이 1억9,084만1,000달러다. 올 3월까지 누적금액을 보면 16억6,707만3,000달러를 투입해 24억9,208만3,000달러를 회수했다. 회수율은 151%다.

가스 위주의 11-2광구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 탐사(17년)와 2003년부터 2034년의 개발·생산(31년) 계약을 체결했다. 3월까지 총 5억8,128만달러를 투입해 5억6,898만6,000달러를 거둬들였다. 99%의 회수율로 현재 추세대로 라면 올해 말 회수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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