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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 칼럼] 올 것이 왔을 뿐이다

수출 위주 고환율 정책 서민물가 상승 가져와<br>성장·복지 선순환 위해 정부 개입·규제도 필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우리는 건국이래 최대의 국난이라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지난 1998년 새로 출범한 김대중 정권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 4대금융ㆍ기업ㆍ노동ㆍ공공 4대 부문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한국은 2년 만에 IMF 구제금융으로부터 졸업했다. 당시 IMF는 한국을 국가부도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나는 당시 한국의 미래를 낙관보다 비관으로 전망했다. 자업자득(自業自得)ㆍ구제불능(救濟不能)ㆍ인생실난(人生失難) 이 세 가지가 당시 내가 내다봤던 미래였다.

오늘날 한국이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러시아ㆍ일본 등과 같이 인구 5,000만 명에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20-50클럽에 속한다. 세계경제 10위권 국가로서 주요20개국(G20)을 주도했다고 자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심각한 계층ㆍ지역ㆍ세대ㆍ이념 갈등과 반목을 고려하면 IMF식 신자유주의 발전 노선과 방식에 기본적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의 3주체라 할 정부ㆍ기업ㆍ가계부채는 엄청나게 늘어나 있다. 정부 500조원, 기업 2,000조원, 가계 1,100조원 등 모두 합쳐 3,600조원으로 우리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세배에 달한다.

국가부도ㆍ기업도산ㆍ가계파괴가 서로 연계돼 실업고통ㆍ유대파괴ㆍ가족와해ㆍ범죄증가에 따라 불안ㆍ불신ㆍ불통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의 와중에서 중산층의 해체는 차치하고라도 우리나라 인구 6명 중 1명은 연간소득이 1,000만원에 못 미치는 빈곤층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 국민의 64.6%가 빚을 지고 있는데 이들 4가구 중 1가구는 소득 보다 빚이 많은 다중채무자로 평생 벌어도 빚을 갚을 수 없다는 어두운 현실이다.



김영삼 정권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위해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자본시장을 급속히 개방하면서 외환위기가 터졌다고 한다면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를 극복한다고 IMF의 처방을 따라 금융ㆍ산업ㆍ증권ㆍ상품시장을 다 열어놓는 짓궂은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 한국은 완전히 발가벗은 나라가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주식의 절반이상을 외국 투자가들이 소유하고 있고 대부분의 은행은 더 이상 한국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발전의 주체와 동력이 탈(脫)국가화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잃은 것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소수의 선택과 다수의 배제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극적 발전을 겪고 있다. 양극화가 기존의 갈등과 반목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국민적 합의의 기반이 깨질 수 있다. 이러한 상극적 발전은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한 사회경제적 토대마저 붕괴시킬 위험을 지닌다. 부유한 1%에 대한 가난한 99%의 '점령하라(Occupy)!'는 월가의 시위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특히 이명박정권에 들어와 대기업 수출위주의 고환율 정책이 추구되면서 급속하게 늘어난 통화량으로 인해 과잉 유동성이 나타났고 서민물가의 상승을 가져왔다. 물가상승에 따른 경기침체를 피부로 느낄 정도다. 서민들의 소득보다 물가가 더 올라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빈민화 현상도 나타났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MB노믹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경제정책의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필요하면 정부가 개입하고 규제하는 운전자적 역할이 필요하다.

오늘의 시대적 화두가 복지라면 국민 개세주의에 입각한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위한 투자를 함으로써 성장과 복지가 두 바퀴로 선순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규제도 적고 세금도 적은 미국 방식이 아니라 그 반대의 유럽에서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타협하는 발전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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